친한 누나 부탁에 계좌이체…보이스피싱 '자금세탁책' 처벌받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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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누나 부탁에 계좌이체…보이스피싱 '자금세탁책' 처벌받을까요?

로톡뉴스 2026-07-24 11:30: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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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직원이 지인의 부탁으로 계좌이체를 도왔다가 사기 조직의 자금세탁책으로 몰렸다. / AI 생성 이미지

농협에서 일하는 A씨는 최근 경찰의 갑작스러운 압수수색을 받았다. 사전 연락도 없이 찾아온 수사관들은 사이버 사기 조직 사건에 연루됐다며, 영장을 보여주고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영장에 적힌 A씨의 혐의는 사기 조직의 '자금세탁책'.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범죄 피해금을 자신의 계좌로 받아 다른 곳으로 이체해 주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A씨는 6~7개월 전, 친한 지인들의 부탁으로 몇 차례 계좌이체를 해 준 것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거액의 돈이 오갔고, 그 대가로 '용돈'까지 받은 상황. 무엇보다 금융기관 종사자라는 신분이 족쇄가 될까 두렵다. A씨는 혐의를 벗고 직장도 지킬 수 있을까?

'용돈' 받고 이체 도와줬는데…'사기 조직원'으로 몰린 은행원

A씨는 약 6~7개월 전 평소 친하게 지내던 누나와 형의 부탁을 받았다. 자신의 계좌를 이용해 돈을 다른 곳으로 이체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A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이체를 도와줬다. 처음엔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상대가 답을 꺼리는 듯해 더는 묻지 않았다. 이체 횟수가 늘고 금액도 커졌지만, A씨는 지인에게 신세진 마음으로 부탁을 들어줬다고 했다. 중간에 '용돈' 명목으로 소액의 돈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2주쯤 지났을 때, A씨는 '느낌이 싸해서' 이체를 그만뒀다. 그렇게 잊고 지내던 어느 날, 경찰이 들이닥쳐 그를 사기 조직의 자금세탁책으로 지목한 것이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조직의 존재를 전혀 몰랐고 억울하다고 호소했지만, 농협에서 근무하는 자신이 중범죄에 연루됐다는 사실에 해고될까 봐 걱정이 크다.

'범죄인 줄 몰랐다'는 주장, 통할까…핵심은 '미필적 고의'

결론부터 말하면, A씨가 범죄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면 처벌받을 수 있다. 미필적 고의란, 범죄 발생 가능성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여기고 행동하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핵심은 돈이 범죄피해금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적어도 강하게 의심하면서도 반복 이체했는지"라며 "큰돈을 여러 차례 이체하고 소액이라도 대가를 받았다면, 수사기관은 미필적 고의를 집중적으로 의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가 금융기관 종사자라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는 "금융업계 종사자가 거액의 자금이 오가는 비정상적인 이체를 도우며 대가성 용돈을 받았다는 점은 방어에 매우 취약하다"고 짚었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 역시 "금융기관 재직자라는 신분은 사회 통념상 자금 흐름의 이상 징후를 더 쉽게 감지할 수 있는 위치로 간주된다"며 "수사기관은 더 엄격한 주의 의무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느낌 싸해서 그만뒀다"는 진술, 양날의 검 될 수도

A씨가 2주 만에 스스로 이체를 중단했다는 사실은 판단이 엇갈리는 지점이다.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불법성을 인지했다는 증거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2주 만에 이상함을 느끼고 스스로 그만두신 점은 분명 유리한 정황"이라고 봤다.

반면 법무법인 베테랑 박건일 변호사는 "'느낌이 싸해서' 그만두셨다는 것은, 어느 시점부터는 불법성을 의심할 수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진술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도 "이주일 만에 이상함을 느끼고 그만두었다는 진술 자체가 역설적으로 불법성에 대한 의심, 즉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을 자백하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직장까지 위태…'억울함' 호소보다 객관적 증거로 대응해야

변호사들은 단순히 '몰랐다'고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범죄에 가담할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언 법률사무소 박영재 변호사는 "이체 날짜·금액·횟수, 누구 요청인지, 어떤 대화로 부탁받았는지, 받은 돈이 있으면 정확한 액수를 정리해두어야 한다"며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직장 문제도 초기 대응에 달렸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수사 단계에서 불송치 결정을 받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형사 처벌을 줄이는 것이 직장을 지키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한강 허은석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관련 사건은 초기 진술과 증거 분석이 매우 중요한 만큼, 추가 조사 전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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