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게 펼쳐진 평화로운 정원, 고요히 스치는 연둣빛 신록의 향, 오래된 석벽에 스며든 온기 가득한 빛. 파리에서 멀지 않은 프랑스 전원에서 마주한 12세기 수도원의 시간은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지난 4월 쇼메가 2026 하이 주얼리 컬렉션 ‘A Journey through Nature’를 처음 선보인 곳은 아베이 데 보 드 세르네. 한때 시토회 수도원이었던 이곳은 19세기 샤를로트 드 로스차일드 남작부인의 후원으로 새 생명을 얻은 유서 깊은 공간이다. 옛 수도원 특유의 고요함과 싱그러운 자연, 한낮의 부드러운 빛은 이번 컬렉션이 그리고자 한 ‘자연으로의 여정’을 가장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배경이 되어주었다. 지난해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공개된 하이 주얼리 컬렉션이 남국의 햇빛과 지중해적 생동감으로 기억된다면, 올해 아베이 데 보 드 세르네에서 펼쳐진 쇼메의 세계는 지그시 깔린 평화로움에 어우러진 절제된 격조 속에 또 다른 결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남겼다.
쇼메에 자연은 새삼스러운 테마가 아니다. 1780년 메종을 세운 마리 에티엔 니토는 스스로를 ‘자연주의 주얼러’라 불렀고, 자연을 향한 관찰과 애정은 메종이 시작될 때부터 정체성의 중심에 있었다. 이후 나폴레옹 황제와 조세핀 황후의 주얼러로서 프랑스 궁정과 제국의 역사에 이름을 새긴 쇼메는 티아라와 파뤼르(parure, 주얼리 세트), 식물 모티브와 유려한 선의 미학으로 프랑스 하이 주얼리의 고전적 아름다움을 대변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선보인 하이 주얼리 컬렉션 ‘A Journey through Nature’는 쇼메가 오랜 시간 이어온 자연주의 전통을 오늘의 감성으로 다시 풀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자연 그대로 원재료가 지닌 본연의 풍미와 이를 인간의 손길로 더욱 아름답게 완성하는 가치를 찬미하며, 무한히 숭고한 것과 지극히 작은 것 사이에 숨겨진 자연의 비밀에 귀 기울인 시도다. 총 46점으로 구성된 이번 컬렉션은 식물과 허브, 향신료, 골드와 젬스톤을 하나의 파뤼르 안에 엮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꼬투리와 암술, 씨앗, 꽃잎처럼 눈에 보이는 형태뿐 아니라 향과 맛, 기억, 감정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감각까지 주얼리로 꽃피운 결과, 자연을 향한 쇼메의 세심한 관찰은 섬세한 감성과 어우러져 보다 내밀한 경험으로 확장되며 짙은 울림을 전했다.
컬렉션은 3개의 챕터로 이어진다. 첫 번째 ‘Botanic Freshness(식물의 싱그러움)’에서 만난 티 필드(Tea Field), 버베나 부케(Verbena Bouquet), 민트 리프(Mint Leaf) 파뤼르는 차밭의 깊은 녹색, 버베나의 산뜻한 향, 민트잎의 청량함을 각기 다른 젬스톤과 금속으로 표현했다. 가까이에서 들여다본 티 필드 네크리스는 약 23.8캐럿 콜롬비아산 에메랄드를 중심으로 폭포와 계단식 차밭에서 출발한 유동적 선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볼륨으로 완성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버베나 부케는 쇼메를 대표하는 디자인 요소 중 하나인 메시(mesh)를 중심으로 마다가스카르와 실론산 사파이어가 펼치는 몽환적 컬러 팔레트가 인상적이었고, 민트 리프의 아콰마린과 진주는 빙하를 닮은 블루와 눈부신 화이트가 어우러지며 여름의 가장 맑은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두 번째 챕터 ‘Spicy Sweetness(스파이시한 달콤함)’은 좀 더 부드럽고 감각적이다. 바닐라 플라워(Vanilla Flower), 시나몬 바크(Cinnamon Bark), 스타 아니스(Star Anise)는 달콤함과 온기, 향신료가 품은 은근한 기억을 불러낸다. 바닐라의 꽃과 열매를 하이 주얼리로 옮긴 바닐라 플라워는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로 쇼메 특유의 여성스러움과 입체감을 담아냈다. 시나몬 바크는 말린 시나몬 껍질을 연상시키는 둥근 곡선과 앰버 톤 투르말린, 루벨라이트, 스페사르틴 가닛으로 따뜻한 관능미를, 스타 아니스는 팔각의 별 모양을 마키즈 컷 다이아몬드와 캔디 핑크 사파이어로 풀어내며 자연스러움과 세련미 사이의 균형을 보여줬다.
마지막 챕터 ‘Aromatic Warmth(온기를 머금은 아로마)’는 한층 깊고 농밀하다. 커피 아로마(Coffee Aroma), 페퍼콘(Peppercorns), 사프란 플라워(Saffron Flower)를 통해 아로마의 깊이와 향이 남기는 여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 중 커피 아로마 네크리스에 세팅한 약 12캐럿 오벌 컷 마다가스카르산 사파이어는 짙은 블루 컬러로 깊은 커피 향을, 파베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화이트 골드의 소용돌이는 향이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는 움직임을 형상화해 감탄을 자아냈다. 아울러 페퍼콘은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의 조화로 쇼메의 상징적인 조세핀 미학을 현대적으로 풀어냈고, 사프란 플라워는 옐로 다이아몬드와 그랑 푀 에나멜로 사프란의 농밀한 에너지를 표현했다.
이번 컬렉션에서 쇼메가 펼쳐 보인 자연은 눈에 보이는 풍경에 머물지 않는다. 향기로 떠오르고, 입안의 맛으로 기억되며, 피부에 닿는 온도로 감지되는 자연이다. 결국 ‘A Journey through Nature’는 자연 그대로를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경험하는 방식을 하이 주얼리로 구현한 컬렉션이다. 쇼메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자연주의 주얼러로서 정체성을 다시금 강조하며, 자연이 남긴 향과 기억, 감각의 잔상까지 하이 주얼리로 완성했다.
오늘날 하이 주얼리 시장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더 이상 희귀한 젬스톤의 크기나 가격만이 아니다. 고객은 하나의 작품이 지닌 출처와 장인정신, 브랜드의 역사, 그리고 그것을 경험하는 순간의 감정까지 세세하게 들여다본다. 그런 점에서 쇼메가 아베이 데 보 드 세르네라는 장소를 선택한 것은 매우 설득력 있는 결정이었다. 오래된 수도원의 시간, 자연에 깃든 품격, 그리고 그 안에 놓인 하이 주얼리는 새로운 컬렉션을 넘어 하나의 세계관으로 완성되었다. 하이 주얼리가 점점 더 사적인 경험과 문화적 서사, 브랜드가 축적해온 감성의 깊이로 평가받는 지금, 정통 클래식 하이 주얼리 메종으로서 쇼메의 존재감은 조용하지만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궁정과 제국의 역사에서 시작해 방돔 광장 12번지의 장인정신으로 이어진 헤리티지, 자연을 향한 깊은 경외, 그리고 오늘의 고객이 바라는 감각적이고 사적인 경험까지. 아베이 데 보 드 세르네로 초대한 쇼메의 평화롭고 격조 있는 여정은 그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엮어냈다. 쇼메의 2026 하이 주얼리 컬렉션 ‘A Journey Through Nature’는 자연과 시간, 감정과 기억을 섬세하고도 생동감 넘치는 빛으로 빚어낸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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