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도 축구의 야만적 즐거움을 누릴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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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축구의 야만적 즐거움을 누릴 권리가 있다"

연합뉴스 2026-07-24 09:36: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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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기자가 조명한 여자축구의 사회적 의미…신간 '축구하는 여자 처음 봐서요'

[드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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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머리카락을 가르는 바람의 맛!"

축구를 사랑하게 된 어느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자신의 즐거움을 설명하기 위해 내놓은 말이다. 대개 머리카락이 짧은 남자아이들은 좀처럼 모르는 감각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현직 기자인 저자는 신간 '축구하는 여자 처음 봐서요'에서 스포츠부 기자로 4년 가까이 취재한 끝에 도달한 여자축구의 재미에 대한 설명이 이 한마디에 가장 직관적으로 담겨있다고 말한다.

여자아이들도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의 재미를 알면 빠져든다. 단지 그 재미에 도달할 통로가 너무 좁고, 계속해나가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어느 날 여동생이 던진 한마디에 놀란다.

여성 방송인들이 축구 경기를 펼치는 SBS 예능 '골때리는 그녀들'에서 첫 승리를 거두고 오열하는 선수들을 보고 동생은 "저게 저렇게까지 할 일이야?"라며 갸우뚱했다. 동생은 운동장에서 땀 흘리고 경쟁하며 격정을 분출하는 순간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동생의 학창 시절에는 고통스러운 일상 속 긴장을 잠시나마 완전히 씻어 주는 격정적인 흥분의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었음을 알게 됐다. 남자아이들이 축구, 농구 등 놀이를 통해 해소하는 그 유아적인 충동이 만족되는 느낌을 몰랐던 것이다."

저자는 왜 누구는 스포츠가 주는 이 '야만적인 즐거움'을 느끼고 다른 누구는 느끼지 못하게 되는지 묻는다.

그는 이를 두고 "스포츠의 즐거움이 차등적으로 배분되는 상황"이라고 표현하며 여자축구에 얽힌 질문들은 단순히 경기나 스포츠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질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다각도의 취재를 토대로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책에 풀어냈다.

책은 여자축구부가 있는 창원 명서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시작해 1895년 런던의 관중 앞에서 경기를 펼쳤던 최초의 여자축구팀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여자축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짚는다.

또 좌절과 희망이 뒤엉킨 한국 여자축구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행정 기관의 만성적 재정난, 엘리트 체육으로 회귀하려는 보수성 등 그 현실을 진단한다.

책은 다양하고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일상에선 으레 남자들이 주로 하는 운동으로 인식되고, 경기장에선 '비인기 종목'으로 재단되는 여자축구의 사회적 의미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도록 이끈다.

이의진 지음. 드루. 364쪽.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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