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 알트원서 '스틸 히어'…인증 판화·오브제 등 110여점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얼굴도 이름도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가운데 한 명인 뱅크시(Banksy)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더현대 서울 알트원에서 열리고 있는 뱅크시 특별전 '뱅크시: 스틸 히어'(Still Here)에는 뱅크시의 대표 이미지가 담긴 판화와 오브제 등 110여점이 나왔다.
영국의 익명 스트리트 아티스트인 뱅크시는 전쟁과 빈곤, 권력과 자본주의를 신랄하게 풍자한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거리에서 시작한 그의 작품은 경매시장에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현대미술의 아이콘이 됐다.
뱅크시 전시마다 따라붙는 논란은 '원본' 여부다.
공식적으로는 얼굴이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고, 거리 벽에 직접 작업하는 특성상 벽을 떼오지 않는 한 원본이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뱅크시가 자기 이름을 건 전시를 공식 인증한 적도 없다.
다만 미술시장에서는 뱅크시가 사실상 공식 인증한 판화 에디션을 원작 작품으로 인정한다.
뱅크시가 2008년 설립한 공식 감정 기관 페스트 컨트롤 오피스(PCO·Pest Control Office)의 인증서를 발급받은 작품과 2003∼2017년 뱅크시의 판화와 에디션을 제작·유통한 기관인 POW(Pictures on Walls)에서 발매한 컬렉션이다.
뱅크시는 벽화 작업 후 작업실에서 벽화와 같은 이미지를 '에디션 프린트'로 제작한 뒤 자신이 만든 인증 기관을 통해 인증·유통한다.
이번 전시도 거리 벽화를 옮겨온 것이 아니라 PCO나 POW 인증을 받은 작품들로 구성됐다.
여기에 판화 아카이브와 사진작가 김우일이 기록한 뱅크시 벽화 사진, 뱅크시가 직접 주도한 프로젝트 현장에서 한정 제작된 오리지널 오브제와 인쇄물 등이 출품됐다.
대표 작품은 '풍선을 든 소녀'(Girl with Balloon)다.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 직후 액자 안에 숨겨진 파쇄 장치가 작동하며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던 작품과 동일한 이미지의 공식 에디션 판화다. 당시 파쇄된 작품은 이후 '사랑은 쓰레기통 안에'(Love is in the Bin)로 이름이 바뀌었다.
얼굴을 스카프로 가린 시위자가 화염병이나 돌 대신 꽃다발을 집어 던지려는 모습의 '꽃을 던지는 사람'(Love is in the Air)을 비롯해 '지금은 웃어라'(Laugh Now), '러브 랫'(Love Rat) 같은 대표 이미지들도 볼 수 있다.
실제 거리의 콘크리트 벽을 연상시키는 공간을 조성해 뱅크시 작품이 탄생한 환경을 구현하기도 했다.
전시를 기획한 윤재갑 디렉터는 "뱅크시는 예술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고, 사회와 어떻게 관계 맺는지를 묻는 작업을 해왔다"며 "이번 전시는 뱅크시가 누구인지보다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3일까지.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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