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전시관] 소요산에서 찾은 오래된 기억...하전남 작가 개인전 ‘산과 소리 사이’가 전하는 시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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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전시관] 소요산에서 찾은 오래된 기억...하전남 작가 개인전 ‘산과 소리 사이’가 전하는 시간의 풍경

뉴스컬처 2026-07-23 18:12:43 신고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동두천생태평화갤러리 ‘더꿈’에서 열리고 있는 하전남 작가 개인전 ‘산과 소리 사이’(Between Mountain And Sori)는 한 도시가 품은 시간과 한 작가가 간직해 온 기억이 만나는 전시다. 전시는 동두천이라는 지역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익숙한 산과 바위, 오래된 공간 속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와 역사적 흔적을 작가 특유의 섬세한 작업으로 풀어냈다. 작가는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 그 풍경 안에 머물러 있는 감정과 기억을 찾아 작품으로 표현했다.

하전남 작가의 작업은 동두천이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작가는 지역이 가진 역사와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며 이곳이 수많은 이야기를 품은 공간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 과정에서 ‘동두천을 찾고 잇다’라는 책을 통해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출발점을 찾았다. 동두천의 과거를 따라가는 일은 곧 작가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다시 돌아보는 일이기도 했다.

하전남 작가 작품. 사진=동두천생태평화갤러리 ‘더꿈’
하전남 작가 작품. 사진=동두천생태평화갤러리 ‘더꿈’

작가에게 동두천은 개인적인 기억과 연결된 특별한 장소다. 일본에서 태어나 조선학교를 다녔던 어린 시절, 작가는 통일된 고향에 대한 기대와 분단 현실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함께 품고 성장했다. 한국과 북한, 일본이라는 서로 다른 공간은 그의 삶 속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이러한 경험은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지는 듯했지만, 동두천을 만난 뒤 다시 작품의 중요한 이야기로 떠올랐다.

하전남 작가는 30대를 지나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감각이 점차 흐려졌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 안에서 살아가며 어린 시절 품었던 감정과 기억을 마음속 깊은 곳에 넣어두려 했지만, 동두천이라는 도시는 그 기억을 다시 꺼내 보게 했다. 분단과 이주, 고향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는 도시의 모습은 작가가 오래전 품었던 고민과 닿아 있었다. 전시는 바로 이 개인적인 기억이 지역의 역사와 만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작가가 가장 먼저 바라본 곳은 소요산이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일본 시나노오마치에서 성장한 작가에게 산은 어린 시절부터 익숙한 존재였다. 그는 산의 모습을 보며 날씨의 변화를 느끼고, 물의 움직임을 살피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경험을 해왔다. 이러한 기억은 동두천의 소요산을 만났을 때 다시 이어졌다. 작가는 산을 바라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과 현재의 시간을 함께 떠올렸다.

동두천의 소요산은 전시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오랜 세월 같은 자리를 지켜온 산은 도시의 변화와 사람들의 삶을 묵묵히 지켜본 존재로 표현된다. 작가는 소요산과 동두천의 산을 아름다운 풍경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다. 그 안에 쌓여 있는 사람들의 기억과 아픔, 그리고 시간이 남긴 흔적을 읽어내려 했다.

작품 속 산과 바위는 자연의 모습을 넘어 하나의 기록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산속에 상여소리와 농성 현장의 목소리, 미군 주둔의 역사 속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고 느꼈다. 직접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을 작품 안으로 가져오면서, 평범해 보이는 풍경 속에도 많은 시간이 머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전남 작가 작품. 사진=동두천생태평화갤러리 ‘더꿈’
하전남 작가 작품. 사진=동두천생태평화갤러리 ‘더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소요산과 동두천의 바위에서 출발한다. 한지와 일본 화지를 겹쳐 만든 종이 위에 작가는 섬세하게 선을 파내며 자연의 형태를 표현했다. 얇은 종이 위에 새겨진 선은 바위의 표면처럼 보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 남겨진 기억의 흔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의 손길이 더해진 종이는 자연과 인간의 기억을 이어주는 매개가 된다.

하전남 작가는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데 힘을 쏟아 부었다. 어린 시절 몸으로 기억했던 노래와 동두천에서 들려온 다양한 목소리는 작품 속 선과 형태로 변환된다. 들리지 않는 소리를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 작업은 관람객에게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는 경험을 전한다.

작가는 작품 안에 여러 감정을 함께 담았다. 분노와 회한, 무안함과 모순, 평화를 향한 마음은 어느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다. 그는 이러한 복잡한 감정을 억지로 설명하거나 하나의 의미로 묶지 않고, 그대로 작품 속에 남겨두었다. 그 결과 작품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감정까지 품게 된다.

‘산과 소리 사이’는 동두천이라는 도시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전시다. 익숙한 산과 바위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기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전남은 자연을 통해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고, 사라진 줄 알았던 목소리를 다시 작품 안으로 불러온다.

소요산은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동두천을 바라보고 있다. 하전남 작가는 그 산 앞에서 오래전에 멀어진 기억과 다시 마주했다. ‘산과 소리 사이’는 산이 품은 시간과 사람이 간직한 기억이 만나 만들어낸 기록이며, 보이지 않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전시다. 오는 8월 3일까지 동두천생태평화갤러리 ‘더꿈’에서 만날 수 있다.

하전남 작가 개인전 포스터. 사진=동두천생태평화갤러리 ‘더꿈’
하전남 작가 개인전 포스터. 사진=동두천생태평화갤러리 ‘더꿈’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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