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가객 김차경이 뿜어내는 만정제 ‘흥보가’가 전통연희와 조우한다. 소리꾼 성음과 광대 몸놀림이 내달 14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120분간 뒤섞인다. 전주세계소리축제 기획 ‘판소리 다섯바탕’ 셋째 일정이다. 성악 위주 서사에 풍물, 사자춤, 버나, 소고, 외줄 기예를 융합했다. 명고 김태영, 예인협회 ‘In천지’, 보컬 그룹 소리꽃, 진행자 정민영·이은비가 가세한다. 청각에 의존하던 감상 영역을 시각과 신체 감각으로 대폭 확장했다.
만정제는 김소희 호에서 기원했다. 송만갑, 박록주 계보를 흡수해 완창 골격을 짰다. 명확한 발음, 뚜렷한 사설 전달력, 정교한 시김새가 특징이다. ‘흥보가’는 표면적인 권선징악 서사를 배제한다. 조선 후기 화폐경제 팽창, 극심한 빈부격차, 악덕 부호를 향한 날 선 풍자를 내포한다. 자비와 탐욕의 대립구도 이면에 자본이 공동체 윤리를 훼손하는 사회상을 고발한다.
놀보심술, 매품, 제비노정기, 박타령, 화초장 구간이 서사 심장부를 타격한다. 장단의 완급 조절은 궁핍의 비애, 제비의 비상, 재물의 과잉을 극적으로 분리한다. 느린 장단은 찢어지는 가난을 묘사하고, 빠른 재담은 쌀, 돈, 비단이 쏟아지는 쾌감을 배가한다. 물질 욕망의 실체가 커질수록 빈부 대비는 짙어진다.
남원 태생 김차경은 강도근, 김소희, 성우향, 안숙선 등 당대 최고 예인들에게 사사했다. 춘향국악대전 명창부 대통령상을 거머쥔 국가무형유산 이수자다. 150여 편 창극 주연을 소화한 실력파로, 현재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창극단 예술감독직을 수행 중이다. 강도근의 맹렬한 발성과 김소희의 세밀한 기교가 융합된 독보적인 목청을 과시한다. 명고 김태영은 진도씻김굿 이수자이자 전국고수대회 대통령상 수상자다. 북점과 추임새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창자 호흡을 완벽히 통제한다.
전문 단체 ‘In천지’는 풍물 장단과 공중 곡예를 엮어낸다. 상모의 원심력, 버나 회전, 사자춤 익살이 시각적 리듬을 창출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줄타기는 기예, 재담, 음악을 결합한 복합 연행이다. 판놀음과 줄놀음은 정해진 규범을 고수하되 관객 반응에 좌우되는 즉흥성을 공유한다. 밀착 객석은 연행자와 청중 물리적 거리를 좁혀 쌍방향 소통 묘미를 극대화한다. 고전문학 풍자와 곡예단 율동이 교차하는 극장은 120분간 거대한 광장으로 변모한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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