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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제조 AI 정책의 무게중심을 단순 연구개발(R&D)과 일회성 실증에서 실제 현장 운영과 확산 중심으로 근본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별 기업 대상의 단발성 지원을 넘어 제조 기업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공 인프라를 대폭 확충해야 제조 AX(AI 전환) 양극화를 막을 수 있다는 제언이다.
피지컬AI 기업인 원프레딕트 윤병동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원이·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이 공동 주최한 ‘제조 AI 전환과 현장 확산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발표자로 나서 이 같은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윤 대표는 현직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이자 국내 대표적인 피지컬 AI 전문가로 꼽힌다.
◇“데이터·인력 격차가 AX 양극화 초래…공장 체질 바꿔야”
윤 대표는 국내 제조업이 생산가능인구 감소, 숙련인력 부족, 글로벌 공급망 재편, 중국 제조업의 추격 등 다층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기존의 설비 투자나 공정 자동화만으로는 생산성, 품질, 안전, 공급망 등 현장의 복합적 문제를 풀기 어려운 만큼, 공장 전체의 운영 구조를 AI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제조 현장에 데이터는 쌓여 있으나 AI 학습에 활용할 정제된 데이터가 부족하고 공정·설비별 데이터가 단절돼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숙련자의 경험이 사라지는 ‘암묵지 휘발’, AI 전문인력 및 연산 자원 부족, 불명확한 문제 정의, 투자 대비 효과 검증의 어려움 등이 겹치면서 기업 간 AX 격차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 대표는 “제조 AI는 단순히 기술을 개발해 공급한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보편적 기술이 아니다”며 “데이터와 GPU, 전문인력, 실증 환경을 갖춘 일부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격차가 곧 제조 경쟁력의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법은 ‘AI 네이티브 팩토리’…자율제조 환경 구축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차세대 제조 운영 모델로는 ‘AI 네이티브 팩토리’를 제시했다. 이는 개별 공정에 단편적인 AI 솔루션을 적용하는 방식을 넘어, 제조 데이터와 파운데이션 모델, 업무별 AI 에이전트, 설비 제어체계를 하나의 통합 운영 구조로 연결하는 미래형 공장이다.
품질·생산·정비·안전·에너지·공급망 등 각 영역의 AI 에이전트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교환하고, 상위 AI 에이전트가 공장 전체의 최적 목표를 고려해 의사결정과 실행을 조율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공장이 데이터를 스스로 감지하고 상황을 추론해 필요한 조치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자율제조 환경 구축이 가능해진다.
윤 대표는 제조 AX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4대 정책 과제로 △AX 교육 인프라 제공 △AX 연산·데이터 인프라 제공을 위한 GPU 공공지원 △숙련공의 현장 노하우를 자산화하는 암묵지 디지털화 △현장 실증과 운영 확산을 지원하는 AX 실증 인프라 제공 등을 제안했다.
◇산업단지 공동 GPU 구축·노하우 데이터화 제언
세부적으로는 재직자 대상 업스킬·리스킬 교육 과정을 신설하고, 지역 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AI 전문가 풀과 상시 컨설팅 체계를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이어 주요 산업단지 내에 공동 GPU·AI 컴퓨팅센터를 구축해 기업들이 초기 투자 없이 연산 자원을 활용하도록 구독형 바우처와 보안형 온프레미스 환경을 동시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숙련공의 은퇴로 인한 노하우 손실을 막기 위해 현장 경험과 비정형 데이터를 AI 학습 가능 형태로 전환하고, 제조 온톨로지 표준화와 비식별·권한관리 체계를 도입해 산업 공통 데이터 자산으로 축적하는 ‘암묵지 디지털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원정책 패러다임 역시 개념검증(PoC) 중심에서 현장 실증과 실제 운영 확산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증된 솔루션의 실증을 늘리고 운영비를 다년간 지원하는 한편, 성과가 확인되면 타 생산라인 및 공장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도를 연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제조 AI 경쟁력은 일부 선도기업의 기술적 앞섬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며 “중소·중견기업 역시 전문인력과 연산 자원, 제조 데이터, 실증 환경에 원활히 접근하고, 검증된 AI를 실제 공장 운영에 지속 활용할 수 있어야 대한민국 제조업 전반의 AX 전환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조 AI 정책은 개별 기업의 기술 도입 지원을 넘어 교육, 연산·데이터, 현장 실증을 아우르는 범국가적 공공인프라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AI 네이티브 팩토리를 모든 제조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산업 기반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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