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진 교수의 수면의학] 스마트워치 수면점수, 믿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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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교수의 수면의학] 스마트워치 수면점수, 믿어도 될까?

헬스경향 2026-07-23 15:48:32 신고

최근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링으로 자신의 수면을 확인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수면점수를 확인하고, “깊은 수면이 한 시간도 안 나왔어요”, “어젯밤 점수가 60점이라 오늘 컨디션도 나쁠 것 같아요”라고 걱정하기도 합니다.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링은 단순히 움직임만 측정하는 기기가 아닙니다. 손목이나 손가락의 움직임뿐 아니라 심박수, 심박변이도(HRV), 피부온도, 산소포화도 등 다양한 생체신호를 함께 분석하고, 여기에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을 적용해 수면을 추정합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으로 웨어러블의 수면 측정 능력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습니다.

김희진 중앙대광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희진 중앙대광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일부 웨어러블은 총 수면시간과 취침, 기상 시각을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하며, 수면 패턴을 장기간 관찰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목적으로 손목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액티그래피가 주로 사용됐지만, 요즘 웨어러블은 움직임에 심박수 등 다양한 생리적 정보를 더해 일상생활 속 수면을 보다 편리하고 풍부하게 보여줍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재미로 확인하는 기능에 가깝게 여겨졌던 웨어러블의 수면 기록이 이제는 연구와 임상에서도 활용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으며, 앞으로 수면의학에서 그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스마트워치의 수면 기록을 단순히 “정확하지 않은 숫자”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정 기간 꾸준히 착용한다면 평소 몇 시에 잠들고 일어나는지, 주중과 주말의 수면시간이 얼마나 다른지, 최근 수면시간이 줄거나 취침 시간이 늦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유용합니다. 음주, 야간 운동, 카페인 섭취 또는 생활 리듬의 변화가 자신의 수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모든 숫자의 정확도가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웨어러블이 비교적 잘 측정하는 것은 총 수면시간과 전반적인 수면-각성 패턴입니다. 반면 “깊은 수면 48분”, “REM 수면 22%”처럼 세부적인 수면단계는 조금 더 조심해서 해석해야 합니다.

병원에서 시행하는 수면다원검사는 뇌파와 눈의 움직임, 근육의 긴장도, 호흡, 산소포화도 등을 종합해 수면단계를 판단합니다. 반면 손목이나 손가락에 착용하는 대부분의 웨어러블은 뇌파를 직접 측정하지 않고, 움직임과 심박수의 변화로 수면단계를 추정합니다. 이 때문에 수면단계의 분류는 기기와 알고리즘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특히 잠에서 깨어 있지만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는 시간을 수면으로 판단하거나, 얕은 수면과 깊은 수면을 서로 다르게 분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하나 알아둘 점은 제조사마다 수면점수를 계산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총 수면시간, 수면의 연속성, 수면단계, 심박수와 신체 회복 정도 등을 어떻게 반영하는지는 대부분 공개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서로 다른 기기의 수면점수를 직접 비교하거나, 78점과 82점의 차이에 특별한 의학적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습니다.

수면점수는 건강검진의 혈당이나 혈압처럼 표준화된 의학적 수치라기보다, 여러 수면 정보를 하나의 숫자로 요약한 지표에 가깝습니다. 하루 점수 자체보다는 같은 기기를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장기적인 변화가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평소 7시간 정도 자던 사람이 몇 주 동안 지속적으로 5시간 이하로 자고 있다면 생활 패턴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 어느 날 수면점수가 평소보다 낮았다는 이유만으로 “오늘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숫자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수면에 대한 불안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잠을 더 완벽하게 자고 더 좋은 수면점수를 얻으려 노력할수록 잠드는 것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오쏘솜니아(Orthosomnia:웨어러블 기기의 수면 데이터를 지나치게 신뢰해 '완벽한 수면'을 달성하는 데 집착하는 수면 강박증)’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본인은 충분히 잤다고 느끼는데도 기기의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자신의 수면을 나쁘다고 믿거나, 수면단계를 정상 범위에 맞추려고 애쓰다 보면 잠이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 아니라 매일 평가받는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링은 앞으로 수면의학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병원에서 하룻밤 측정하는 검사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실제 생활 속 수면을 수주 또는 수개월 동안 관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수면무호흡증이나 주기성 사지운동장애, 사건수면과 같은 수면질환을 진단하거나 치료 여부를 결정할 때는 웨어러블 기록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심한 코골이와 무호흡, 아침 두통, 낮 동안의 심한 졸림, 수면 중 이상행동 등이 있다면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합니다.

수면점수 한 번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수면시간과 생활 리듬의 변화를 살펴보십시오. 숫자는 자신의 수면을 이해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하되, 그날의 몸 상태와 낮 동안의 기능, 그리고 스스로 느끼는 수면의 질도 함께 평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사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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