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더니 곧바로 "사라"…글로벌 IB 한마디에 휘청이는 亞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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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더니 곧바로 "사라"…글로벌 IB 한마디에 휘청이는 亞증시

르데스크 2026-07-23 15:45:48 신고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전망 한마디에 아시아 주요 증시가 요동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 IB가 단기간에 기존 투자 전망을 뒤집으면서 주가 급등락에 따른 충격이 투자자들에게 이어질 수 밖에 없어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외국인 자금 쏠림에 따른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개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장기 투자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메모리반도체 사이클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강력한 수요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이례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한국 증시의 약세를 훌륭한 저가 매수 기회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급락한 코스피가 바닥권에 근접했다고 진단하며 지수 목표치로 9000선을 제시했다. 대형 기술주와 경기 방어주를 동시에 담는 이른바 '바벨 전략'도 추천했다.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 뒤 국내 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코스피는 지난 21일 전 거래일 대비 3.56% 상승했으며 한때 6000선까지 밀렸던 지수는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7000선을 회복했다. 종목별로는 170만원대까지 하락했던 SK하이닉스가 190만원대에 진입했고, 24만원대까지 밀렸던 삼성전자도 27만원선을 넘어섰다.

 

문제는 이번 보고서가 불과 2주 전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전망과 상반된다는 점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반도체 중심의 좁은 상승장이 마무리되고 시장 주도주가 점차 확산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반도체 비중을 줄이고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IT기업)를 담는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국내 반도체 대형주의 비중 축소를 권고한 것이다.

 

해당 보고서 발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20% 이상 급락하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반도체주 비중을 줄이라는 권고가 나온 지 2주 만에 한국 증시와 반도체주를 저가 매수 기회로 평가하는 보고서가 다시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혼란도 커졌다.

 

▲ 미국과 중국 등 초대형 시장에 비해 거래 규모와 유동성이 적은 아시아 증시는 외국계 자금의 유출입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사진은 미국 뉴욕시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 화면에 표시된 모건스탠리 거래 정보.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모건스탠리가 시장 전망을 급격하게 바꾼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모건스탠리는 2024년 9월 '메모리 반도체에 겨울이 온다(Winter Looms for Memory)'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비중축소'로 낮추고 목표주가도 기존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절반 이하로 하향 조정했다.

 

당시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업황이 정점을 지나 하향 국면에 진입했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역시 공급 과잉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가 공개된 직후 SK하이닉스는 하루 만에 6% 넘게 급락했고 삼성전자도 2% 가까이 하락했다. 반도체 대형주가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코스피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70조원 이상 줄었다.

 

그러나 1년도 지나지 않아 모건스탠리의 시각은 크게 달라졌다. '반도체의 겨울'을 경고하며 국내 반도체주 비중 축소를 권고했던 기존 태도에서 벗어나 AI 데이터센터 수요를 근거로 메모리 업황이 과거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에는 한국 반도체주의 주가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평가하며 다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시장 상황과 기업 실적 전망에 따라 투자의견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해외 IB의 전망이 단기간에 번복되고 그때마다 대형주와 지수가 큰 폭으로 움직이면서 보고서의 영향력과 신뢰도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 거래 비중이 높고 일부 대형주에 시가총액이 집중된 국내 증시에서는 글로벌 IB의 투자의견이 단순한 전망을 넘어 실제 자금 이동을 유발하는 신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이틀 새 15% 폭락…아시아 증시 덮친 '글로벌 IB 쇼크'

 

해외 투자은행의 보고서가 국가 증시 전반을 흔드는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국인 자금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해외 IB의 시장 평가와 투자의견 변화가 주요 지수의 방향을 좌우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일부 국가에서는 보고서 발표 이후 주요 지수가 이틀 만에 15% 가까이 하락하고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더 큰 충격을 겪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인도네시아가 지목된다. 올해 1월 골드만삭스는 인도네시아 증시의 지배구조와 유통주식 비율, 거래 투명성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신흥국 지위에서 프런티어시장으로 강등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동시에 인도네시아 증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낮췄다. UBS도 뒤이어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며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을 제기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자카르타종합지수(JCI)는 지난 1월 28일 7.4% 하락한 데 이어 다음 날 장중 8% 넘게 급락하면서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불과 이틀 만에 지수가 15% 이상 떨어지며 인도네시아 증시에서 약 800억달러, 한화로 약 117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 올해 1월 인도네시아 증시에 대한 골드만삭스의 부정적인 전망이 담긴 보고서 발표 직후 자카르타종합지수(JCI)는 이틀 만에 15% 가까이 급락했다. 사진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 건물 내 LCD 전광판에 표시된 인도네시아 종합주가지수. [사진=EPA/연합뉴스]

  

해외 IB 보고서가 폭락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었지만 현지 증시의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키고 외국인 자금 이탈을 가속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배구조와 유통주식 비율 등 기존에 제기됐던 문제가 글로벌 금융사의 투자의견 하향을 통해 한꺼번에 주가에 반영된 셈이다.

 

인도 증시에서도 해외 IB의 투자의견 조정이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4월 미국의 관세 정책 충격 속에서도 인도가 아시아 주요국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라며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그러나 1년도 지나지 않은 올해 초 인도 증시 투자의견을 '비중유지'로 하향 조정했다.

 

해당 조정은 이미 약세를 보이던 인도 증시의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도 증시는 지난해 9월 고점과 비교해 시가총액이 약 1조달러, 한화로 약 1400조원 감소하는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당시 현지 언론은 해외 IB의 부정적 전망과 시장 급락을 연결해 '모건스탠리 쇼크'라고 표현하며 관련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JP모건도 지난해 말까지 인도 증시에 우호적인 시각을 유지했으나 올해 들어 니프티50(NIFTY50) 목표치를 낮추고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조정했다. 니프티50은 인도증권거래소(NSE)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50개 우량주로 구성된 인도의 대표 지수다. 현지에서는 글로벌 IB의 잇따른 투자의견 하향이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일본 증시 역시 해외 IB의 투자의견 변화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3월 말 중동 지역 분쟁과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해 일본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비중확대'에서 '비중유지'로 낮췄다. 당시 일본 증시가 위험자산 회피 심리로 이미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었던 만큼 투자의견 하향은 시장의 우려를 재확인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해외 투자은행의 전망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입이 아시아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현상은 글로벌 자본시장의 구조적 특성상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외 자본의 영향력을 인위적으로 줄이기보다는 국내 투자 기반을 두텁게 만들어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시장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IB의 보고서가 국가 증시의 방향을 좌우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외국인 자금의 쏠림을 완화하고 국내 장기 투자자층을 두텁게 만드는 것이 자본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길이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자본의 영향력을 당장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기관과 개인투자자의 역할을 확대하고 시장의 내실을 강화해 외부 충격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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