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깡패 이정재 계승”…학교 '짱' 포섭한 서울조폭 40명 무더기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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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깡패 이정재 계승”…학교 '짱' 포섭한 서울조폭 40명 무더기 검거

위키트리 2026-07-23 15:3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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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활동한 정치깡패 이정재를 '정신적 지주'로 내세워온 서울 지역 폭력조직 '동대문파' 조직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중·고교 시절 이른바 '짱'으로 불리던 후배들을 조직에 끌어들이고, 합숙소에서 위계질서를 주입하는 등의 행위로 세를 불린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하는 동대문파 조직원들. / 서울경찰청 제공 - 연합뉴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동대문파 조직원 21명과 이들과 연합 관계인 상계파·이태원파·이글스파 조직원 19명 등 총 40명을 검거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가운데 동대문파 행동대장 A씨 등 14명은 구속됐다. 폭력범죄단체로 인정되면 가입하거나 활동한 사실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고, 간부는 7년 이상, 일반 조직원도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근본 있는 조직이다"…학교 '짱' 16명 포섭

동대문파 행동강령. / 서울경찰청 제공 - 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동대문파 조직원들은 2017년부터 올해 2월까지 지역 중·고등학교에서 일명 '짱'으로 통했던 후배들에게 조직 가입을 권유했다. 이들이 내건 명분은 조직의 '역사'였다. 이들은 "우리는 해방 후 이정재 회장부터 내려오는 근본 있는 조직이다. 문신을 하고 다닐 거면 정식으로 생활하라"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유를 받은 이들 가운데 실제 조직에 발을 들인 후배는 16명으로 파악됐다.

새로 들어온 조직원들은 서울과 인천 서구에 마련된 합숙소에서 생활했다. 중간 간부인 '합숙소장'이 이들을 관리하며 선배에 대한 복종과 조직 충성, 수사기관 단속을 피하는 행동 요령 등을 가르쳤다.

조직의 행동강령에는 '동대문사단 이정재의 정신을 계승한다', '몸에 조직 이름을 문신으로 새긴다', '조직 선배의 명령은 반드시 이행한다', '조직 이탈자는 반드시 응징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수감된 선배가 있으면 당번을 정해 접견하고 영치금과 형사 합의금, 변호사비를 대도록 했다. 해외 체류나 수배, 재판 중이라도 조직원 경조사에는 반드시 참석해야 했다.

또한 후배들은 선배를 '형님'으로 부르고 스스로를 '동생'이라 칭했다. 말끝마다 "말씀입니다"를 붙였고, 양 무릎에 손을 짚은 채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일본 야쿠자식 인사도 했다. 가슴 한가운데에는 조직명인 '東大門'(동대문) 문신을 새기도록 강요했다. 규율을 어긴 조직원은 선배에게 폭행당했는데, 어금니가 탈구되는 상해를 입은 사례도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길러진 조직원들은 조직 행사에서 이른바 '병풍' 역할을 하며 조직의 위세를 과시했고, 다른 조직과 분쟁이 생기면 즉시 집결하는 '비상 타격대'로 동원됐다.

지난해 10월에는 경기 이천에서 열린 이정재 추모제에도 참석했다. 당시 초대장에는 "우리는 이정재 회장을 뵌 적은 없으나 같은 길을 걷던 대선배님"이라며 "조직폭력배가 어떻게 멋지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시고 어떻게 몰락하셨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셨다"는 문구가 담겼다.

집단 폭행부터 '지하경제' 범죄까지

이들은 다른 조직과의 충돌도 빚었다. 2023년 9월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다른 단체 조직원이 동대문파 간부의 어깨를 치고 자리를 이탈하려 하자 쫓아가 집단 폭행했다. 올해 2월에는 다른 조직과 시비가 붙자 연합 관계인 상계파와 이태원파, 이글스파 소속 조직원을 소집해 집단 패싸움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폭력 외에 '지하경제' 범죄에도 손을 뻗쳤다. 동대문파는 2013년부터 중국 청도에 보이스피싱 범행을 위한 합숙소를 두고, 국내에서는 대포통장을 관리하며 수거책을 운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에는 다른 조직과 함께 개인정보 매매 및 투자리딩방 사무실을 운영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정재 제65주기 추모제 행사 초청장. / 서울경찰청 제공 - 연합뉴스

집요한 수사 끝…'계속적 결합체' 입증

동대문파의 뿌리는 1990년 '범죄와의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형 조직들이 해체된 뒤 1996년 동대문 일대 불량배들이 '이정재의 동대문사단을 계승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다시 결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노점상을 조직적으로 갈취했고, 2011년에는 상가 재건축 이권에 개입하거나 강북권 조직원들과 집단폭행을 벌이다 일부가 검거됐다. 다만 그때마다 개별 사건으로 처벌됐을 뿐, 조직 자체가 폭력범죄단체로 규정된 적은 없었다.

경찰은 지난해 2월 집단 폭행 영상을 확보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기록만 95권, 약 2만 5000쪽에 달하며 집요한 추적을 이어갔다.

동대문파는 지난해 서울 서남권 폭력조직 '진성파' 조직원들이 대거 검거되자 합숙소를 폐쇄하고 조직원들을 흩어져 살게 했다. 그러나 경찰은 통신 내역과 CCTV 영상, 조직 행사 사진 등을 통해 합숙소 폐쇄 이후에도 하나의 조직으로 활동해온 사실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1996년 동대문파 계승을 위해 결성된 조직과 이번에 검거된 조직원들이 '계속적 결합체'라는 점을 입증,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를 적용했다.

경찰이 파악한 동대문파 조직원은 모두 75명이다. 이번에 검거된 21명은 조직의 핵심 세력으로, 나머지 두목이나 원로는 별다른 활동 없이 조직 경조사에만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은철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2계장은 "개별 폭행이나 갈취 사건을 하나로 연결해 지속적인 위계와 단체성을 갖춘 조직의 전모를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폭력범죄단체로 인정되면 가입하거나 활동한 사실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고, 조직원이 저지른 범죄도 가중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폭력범죄단체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이나 허영심을 가진 젊은 세대가 유입돼 조직적 폭력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며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수사역량을 집중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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