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전경. 스포츠동아DB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사진제공|대한체육회
[스포츠동아 남장현 기자] 대한체육회가 회원종목단체 회장 궐위 시 선출 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체육회는 “21일과 22일 제17차 이사회 서면 결의를 통해 회원종목단체 규정 일부를 개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체육회 이사회는 회원종목단체 규정 제21조(회장의 직무대행)에 회장 선출 기한을 기존 60일에서 최대 240일까지 연장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했다.
전 종목이 해당되나, 결국 정몽규 회장의 사임으로 이용수 회장직무대행 체제로 돌입한 대한축구협회를 겨냥한 규정 개정이다. 축구국가대표팀이 2026북중미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한 뒤 축구협회는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고, 대표팀 감독 선임 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축구협회의 여러 난맥상 중 정부가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은 회장 선거다. 대표팀의 조기 탈락 직후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상으로 체육단체들에 대한 ‘직선제’를 언급한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임시기구인 ‘K-축구혁신위원회(혁신위)’가 출범했다. 혁신위는 꾸준히 선거인단 확대를 거론해왔다.
축구계에선 60일 이내 신임 회장을 선출해야 하는 기존 규정으로는 직선제 도입이 어렵다고 봤지만, 체육회가 16일 대의원총회를 열어 선거인단을 9만여 명까지 늘리는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회원종목단체 규정 개정을 통해 새 회장 선출 기한까지 늘렸다.
체육회는 회장직무대행의 업무 범위 규정도 손질했다. 기존에는 직무대행이 정책 결정 등을 할 수 없었으나, 이번 규정 개정으로 ▲회장 선출 절차(선거운영위원회 구성 및 이사회 소집) ▲국제대회 파견 등 필수 업무 등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차기 회장 선거를 위해 선거인단을 확대하고, 직선제 도입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것이다.
다만 여전히 물음표는 남는다. 법리적으로는 축구협회가 기존 정관에 따라 차기 회장 선거를 우선 시행한 뒤 새 집행부가 선거인단 확대 여부를 확정해 총회를 통해 선거 관련 정관을 개정하고, 이에 따라 회장선거관리 규정을 바꾸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번 건은 최상위 단체의 정관과 규정 개정을 통해 아주 빠르게 진행됐다. ‘회장 선출 절차에 대한 사무’라는 구체적 안을 포함한 직무대행 권한을 확대했다.
전례를 찾기 힘들다. 목적 달성을 위해 일 처리 순서가 바뀌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을 둘러싼 논란 또한 규정과 절차 위반이 핵심이다.
혁신위의 역할도 여전히 불분명하다. 축구협회에 설치된 임시기구만이 회장 선거 등 정책에 관여할 수 있다. 외부기구의 자문은 구속력이 전혀 없다. 지금까지 논의의 핵심인 선거인단 확대를 축구협회 이사회가 거부해도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 이상의 압력은 정치권 등 제3자의 관여를 극도로 꺼리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재를 피할 수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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