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의 목표를 인위적인 가격 인하가 아닌 '시장 정상화'로 제시했다. 투기성 수요와 자산 증식 목적의 다주택 보유에는 세제·금융 부담을 강화하되, 실거주 1주택자와 청년층 등 실수요자는 보호하는 방향이다.
특히 보유세 강화 필요성에 공개적으로 동의하고, 1주택자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의 횟수·총액 제한 가능성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수가 아닌 가액을 기준으로 보유세를 부과하고, 고액 대출 차주에게 별도의 부담금을 매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급격한 보유세 인상이 조세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향후 부동산 정책은 초고가·비거주 주택과 다주택자에 부담을 집중하고 실수요자에 대한 충격은 줄이는 '핀셋형 개편'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 "억지로 가격 낮추자는 것 아냐"…시장 정상화에 방점
이 대통령은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주재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목표에 대해 "억지로 가격을 낮추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주택 가격 목표를 정해놓고 수요·공급을 억제하거나 조정하겠다면 그건 사회주의 국가에 가깝지 않나"라며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택 가격 자체를 통제하기보다 비정상적인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이 왜곡되는 것을 바로잡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시장 질서를 완전히 무시하고 수요·공급을 '어거지'로 (조정)하거나 가격 통제를 해 가격을 낮추고 높이는 건 정책 목표가 되기 어렵다"며 "다만, 비정상적인 수요·공급에 의해 가격이 잘못 형성되는 걸 막자는 것으로, 정상화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희소성과 선호도에 따라 형성된 가격은 시장의 결과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를 예로 들며 "가격이 얼마든 무조건 사야겠고 경제적 능력이 돼 세금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낸다고 한다면, 이걸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상황은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봤다. 이 대통령은 "'집이 사놓으면 돈이 되니 빌려서라도 사라', '인생을 걸고 집을 사는 것밖에 돈 버는 길이 없다'고 생각하고 모두가 거기에 몰리면 언젠가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그걸 미리 막자는 것"이라고 했다.
◆ 보유세 강화 열어두고 양도세 감면 제한 검토
이 대통령은 보유세 강화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적용 범위와 인상 속도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그는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은 사실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라며 "그러면 어느 범위에서 어느 정도로 강화할지, 어떤 차등을 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진국 수준으로 보유세 부담을 끌어올리려면 현재보다 세금을 대폭 인상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급격한 증세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보유세 강화, 사실 강화도 아닌데, 통상적 선진국 수준으로 하려 해도 (현재의) 세 배는 올려야 한다. 그런데 세 배를 올리면 폭동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겠나"라며 "사실 과거에 해야 했던 일인데, 지금은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버렸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결국 타협을 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이라도 앞으로의 일에 대한 대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젠가는 터질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거주 1주택자와 자산 증식을 목적으로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다주택자 사이에는 명확한 정책적 차등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내가 진짜로 살기 위해 산 집에 대해서는 보호 정책을 써야 하지만, 이와 달리 다주택자들 중 명확하게 자산 증식 목적인 경우가 있다"며 "돈을 벌기 위해 여러 채를 (매입하는 경우) 저는 당연히 차등을 둬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1주택자 양도세 감면 혜택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가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감면을 생애 1회로 제한하자고 제안하자 이 대통령은 "매우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양도세 감면을 생애 1회로 할지는 모르겠다"며 "횟수를 제한하거나, (감면을) 첫 번째 때엔 많이 해 주고, 두 번째 땐 조금 덜 해주는 건 아주 좋은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총액으로 제한할 수도 있다"며 "여러 차례 고가 주택을 사고팔고, 사고팔고 하는 경우에도 똑같이 해 줘야 하냐는 것은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덧붙였다.
보유세 증가분을 양도세 계산 과정에서 필요 비용으로 인정하는 방안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보유세 (증가분을) 필요 비용으로 인정해주자는 말씀이신데, 일리 있는 얘기 같다"며 "고려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답했다.
◆ 주택 수 아닌 가액 기준 과세…고액 대출 부담금 제안
전문가들은 세제와 금융, 공급 정책을 함께 손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제 분야 발제자인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주택 보유 수보다 보유한 주택의 가액을 중심으로 세 부담을 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이 주요국과 비교할 때 적정한지, 과세표준 시가가 충분히 반영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과세 형평성 차원서 주택 보유 수가 아니라 주택 가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고가 주택의 세 부담과 기준, 세액공제 과정에서 실제 거주 여부를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 과제로 제시됐다. 양도세의 경우 비거주 주택과 초고가 주택의 세 부담, 장기보유특별공제의 거주 공제 확대 여부 등이 주요 쟁점으로 꼽혔다.
금융 분야에서는 대출 규모에 따라 차주에게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도입 방안이 나왔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층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되 임차 수요와 매매 수요를 분리하고, 실수요자 선별 요건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세대출은 실수요 요건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감축하고, 다주택자와 비거주 임대인에 대해서는 금융 규제 강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은 고액 대출을 받은 차주에게 가계부채 관리에 필요한 부담금을 직접 부과하고, 확보된 재원을 주거 취약계층 지원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공급 정책에서는 위축된 신축 공급을 회복하기 위한 선별적 금융·세제 지원과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 전문 임대사업자 육성 등이 제시됐다.
이 대통령도 공공임대 정책과 관련해 "역세권 중심으로 고품질 아파트를 건설했으면 한다"며 "중산층도 입주할 수 있는 고품질의 공공임대 주택을 장기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국가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날 제시된 세제·금융 방안은 확정된 정책이 아닌 토론 단계의 제안이다. 정부가 조세 저항과 시장 충격을 줄이면서 초고가·비거주 주택과 투기성 수요를 얼마나 정밀하게 구분할지가 향후 부동산 정책 개편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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