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팔아도 지갑은 더 두둑… 역대급 'GDI' 증가가 말해주는 것[궁금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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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팔아도 지갑은 더 두둑… 역대급 'GDI' 증가가 말해주는 것[궁금한경제]

이데일리 2026-07-23 14:28:59 신고

3줄요약
경제지표, 너무 복잡하고 어렵지 않으신가요. 용어 자체도 낯설지만 설명을 봐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경제지표가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왜 중요한지,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오늘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 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유독 눈에 띄는 숫자가 있습니다. 바로 실질 국내총소득(GDI)입니다. 우리 경제의 덩치를 보여주는 GDP가 전분기 대비 0.6% 성장하는 동안, 우리가 실제로 벌어들인 소득인 GDI는 무려 3.6%나 껑충 뛰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5.6%나 증가했는데요. 이는 1988년 1분기의 16.4% 이후 38년 만에 최대치입니다. 올림픽을 전후한 시기가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 불렸던 점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역사적인 수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GDI가 무엇이기에 GDP보다 이렇게 훨씬 더 많이 오른 걸까요.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국내 최대 수출항구인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 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국내 최대 수출항구인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 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 커피는 100잔 똑같이 팔아도, 번 돈은 2배

GDP와 GDI의 차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카페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 카페의 대표 메뉴는 ‘스페셜티 반도체 커피’인데, 한달에 최대 100잔을 팔 수 있습니다. 지난달에도 이 커피를 100잔 팔았고 이번달에도 100잔을 팔았다면 생산량(GDP)은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사실 한 달 사이에 일이 있었습니다. 이 커피가 SNS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가 치솟았던 겁니다. 밀려두는 주문을 감당할수가 없어서 가격을 1000원에서 1500원으로 1.5배나 올렸는데도 주문이 줄기는 커녕 100잔을 다 판거죠. 이렇게 되면 커피를 팔아 번 돈은 1.5배가 됐겠고, 가게 주인인 저의 실질적인 구매력(GDI)도 그만큼 커졌겠죠. 원두를 더 사거나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할 수도 있게 됐습니다.

현재 우리 경제가 이런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이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살 사람이 많아서 가격을 올리면, 수요(사는 양)가 줄어들면서 수요와 공급이 어느 정도 조정이 되는 것이 시장 원리인데요. 지금 반도체는 2배, 3배 가격이 올랐는데도 다들 더 만들어 팔아달라고 성화입니다.

그래서 조금 더 만들기도 하지만(GDP 증가) 가격이 훨씬 더 크게 오르는(GDI 급상승) 그림이 된거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통상 우리나라의 교역조건을 결정짓던 유가와 환율이 오르는데도 반도체로 번 돈이 워낙 많아서 나라 전체의 구매력이 좋아지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커피 가격을 2배로 올렸는데도 더 팔리니 원두 가격이나 지원 월급이 20% 정도 올라도 카페 주인 주머니엔 더 많은 돈이 남는 셈이죠.

분기별 GDI 전년동기대비 증가율 추이. (자료= 한국은행)
분기별 GDI 전년동기대비 증가율 추이. (자료= 한국은행)


◇ “앞으로 경제 더 좋아진다”…지금 GDI에 주목하는 이유

이처럼 GDI는 우리 경제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나타냅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출 중심의 소규모 개방경제에선 이전부터 GDI가 경제의 중요한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고 봤습니다. 돈을 많이 벌었으니 기업은 이익이 늘어 투자를 더 하고, 국가는 세수가 늘어나며, 가계는 임금이 오르거나 소비할 여력이 생깁니다. 반도체 회사에 다니지 않는 사람도 기업의 세금이 정부를 거쳐 민간으로 퍼지는 경로를 통해 그 온기를 나눠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GDI와 같은 실질소득지표는 GDP보다 경기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소득이 먼저 늘어나고 나서 시차를 두고 실제 소비와 투자가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는 것이죠. 지금의 역대급 GDI 증가율은 우리 경제가 앞으로 더 강력하게 살아날 것이라는 ‘예고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올해 1분기에도 우리나라 GDI는 전분기대비 8.7%, 지난해 1분기에 비해선 13.2% 증가했는데요. 이 덕분인지 2분기에는 민간 소비와 투자가 동반 상승하면서 내수가 좋았습니다. 2분기 성장률 0.6%의 절반은 내수(0.3%포인트) 덕분이었습니다. 수출 중심인 우리 경제에서 내수가 성장의 절반을 담당했으니 상당한 선방입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 신현송 총재도 GDI 강조…경기는 개선·물가는 우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최근 여러 차례 공식 석상에서 GDI를 언급했습니다. 신 총재가 GDI를 강조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경기 개선의 신호이자 물가를 올리는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 총재는 최근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1분기 GDP가 3.8% 성장할 때 GDI는 13.2%나 성장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러한 이례적인 소득 개선이 수요를 자극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소비를 늘릴 것이고, 이는 결국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신 총재는 “반도체 기업의 주가보다 반도체 가격 그 자체와 GDI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 추세와 통화 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2분기 연속 이어진 높은 GDI 증가율은 우리 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 들이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제 이 늘어난 소득이 기업의 투자 확대와 가계의 소득 증대로 이어져, 수출만 좋은 경제가 아닌 내수까지 따뜻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을 지가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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