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이 국내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주의와 과태료 처분을 받은 데 이어 인도네시아 자회사에서도 거래·위험관리 규정 위반이 확인되면서 내부통제 역량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제재가 본사와 해외법인에서 잇따라 발생한 데다 과거에도 불완전판매와 내부통제기준 미비, 랩·신탁 불건전 영업행위 등으로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어 특정 부서나 직원의 일탈을 넘어 관리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사선 5년간 통제 누락, 인도네시아선 마진거래·위험관리 위반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KB증권에 기관주의와 과태료 2억1560만원을 부과했다. 감봉 1명, 견책 3명, 주의 2명 등 임직원 6명이 징계를 받았고 퇴직자 7명에게도 재직 중 위법·부당행위에 따른 '주의 상당' 조치가 내려졌다. 자율처리 필요사항은 8건, 임직원에게 별도로 부과된 과태료는 총 1850만원이다.
이번에 적발된 위반은 기업금융과 장외파생상품, 금융상품 판매, 개인정보 보호, 임직원 윤리 등 증권사 업무 전반에 걸쳐 있었다. 특히 상당수 위반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수년간 이어졌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업무 착오보다 통제 절차의 구조적 허점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KB증권은 2021년 1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한국신용정보원에 등록해야 하는 기업신용공여정보 424건을 누락했다. 대출 정보 243건과 채무보증·채무인수 정보 181건이 등록되지 않았고 기업 연체정보 14건도 빠졌다. 금융회사의 신용평가와 위험 판단에 활용되는 기초 자료가 장기간 누락된 셈이다.
장외파생상품 거래 과정에서도 사전 승인 절차가 작동하지 않았다. KB증권은 2021년 1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주식스왑 등 장외파생상품 거래 2168건을 진행하면서 파생상품업무책임자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았다. 전산 테스트 과정에서는 계좌번호와 생년월일 등 일부 고객정보를 비식별화하지 않은 채 개발용 데이터베이스에서 사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직원 14명이 금융투자상품 15건, 총 6억4000만원어치를 판매하면서 적합성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직원은 고객의 투자성향을 확인하기 전에 초고위험 상품을 권유했고 투자성향 정보의 유효기간이 지난 고객에게 재확인 절차 없이 상품을 판매했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손실 위험이 없는 것처럼 설명한 부당권유 사례도 적발됐다.
임직원 자기매매 감시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한 직원은 2006년부터 2023년까지 17년 넘게 가족 명의 계좌로 주식을 거래하면서 회사에 제출해야 하는 월별 매매명세를 63차례 통지하지 않았다. 장기간 적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족 계좌에 대한 점검이 임직원의 자진 신고에 과도하게 의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 제재에 앞서 해외법인에서도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는 지난 5월 29일 KB증권 현지 자회사인 PT KB발버리증권에 서면경고를 내렸다. 거래소 검사 결과 마진거래 수행과 회원사의 위험관리 관련 규정 위반이 확인된 데 따른 조치다. 금전 제재는 아니지만 고객 신용을 활용하는 마진거래와 위험관리 절차에서 문제가 적발됐다는 점에서 해외법인 관리체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KB증권은 국내 검사 결과와 관련해 과거 일부 상품 판매 및 개별 임직원 거래에서 확인된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투자성향 확인과 상품 설명, 가족 명의 계좌 신고 및 이상거래 점검 절차를 보완하고 판매 단계별 확인과 사후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기업신용정보 등록과 장외파생상품 승인, 상품 판매, 개인정보 관리, 임직원 윤리 등 서로 다른 통제선에서 문제가 동시에 확인된 만큼 개별 사례에 대한 보완만으로는 재발을 막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복되는 KB증권 기관주의·제재…IMA·해외 확장 전략 삐걱
KB증권의 내부통제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어 조직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올해 1월에는 판매 과정의 녹취의무와 숙려제도 관련 의무를 위반해 금융위원회로부터 16억8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지난해 3월에는 투자일임업자와 신탁업자의 불건전 영업행위 금지 위반 등으로 기관경고를 받았으며, 같은 사안으로 32억4600만원의 과태료 처분도 내려졌다.
2024년 12월에는 라임펀드 관련 판매수수료 고객 고지 위반으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5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사업보고서에는 해당 조치 이후 내부통제 강화와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시행했다고 기재돼 있다.
해외법인 제재도 이어졌다. KB증권 베트남법인은 2025년 4월 고객의 주문 시각과 회사의 주문 접수 시각을 주문기록에 제대로 남기지 않아 1억2500만동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대출계약 분쟁 관련 판결을 공시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별도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사업보고서에는 베트남법인이 과거에도 주식담보대출과 대출 공시, 해외대출 관련 규정 위반으로 현지 당국의 제재를 받은 이력이 담겼다.
인도네시아 PT KB발버리증권도 과거 제재 전력이 있다. 2022년에는 집합투자업자가 운용하는 펀드의 채권 매매에 영향을 준 행위로 과태료를 받았고 2024년에는 고객 계좌 개설 과정에서 실소유자 식별과 검증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제재를 받았다.
그보다 앞선 2023년에는 파생결합증권 관련 증권신고서 제출의무 위반으로 여러 차례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같은 해 11월에는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당시 전·현직 대표와 임원들도 직무정지와 감봉 상당 등의 조치를 받았다. 2021년에는 부당권유 금지 위반 등으로 일부 업무정지 6개월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국내외에서 잇따른 제재는 KB증권의 IMA 진출과 해외사업 확대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KB증권은 올해 KB금융지주로부터 1조7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해 IMA 진출의 기본 요건인 자기자본 8조원 기준을 충족했지만 신사업 인가 과정에서는 자본력뿐 아니라 위험관리와 금융소비자 보호, 내부통제 수준도 주요 평가 대상으로 꼽힌다.
강진두 대표가 맡은 투자은행(IB) 부문에서는 기업신용정보와 장외파생상품 승인 문제가, 이홍구 대표가 맡은 자산관리(WM) 부문에서는 투자성향 확인과 상품 설명 의무 위반이 확인됐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법인에서는 마진거래와 위험관리, 주문기록, 공시 관련 제재가 이어졌다. 이에 각자대표 체제가 부문별 전문성뿐 아니라 본사와 해외법인에 일관된 준법·위험관리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지가 주요 과제로 지목된다.
과거 제재 때마다 '법규 준수와 관리감독 강화'를 재발 방지책으로 제시했음에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된 만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교육과 사후 징계를 넘어 승인·보고·판매 절차가 누락될 수 없도록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성인 전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신용정보 등록과 장외파생상품 승인, 불완전판매, 임직원 자기매매 등 성격이 다른 위반이 여러 부문에서 장기간 반복됐다는 것은 일부 직원의 일탈만으로 보기 어렵다"며 "내부통제 규정은 마련돼 있었지만 실제 영업과 거래 과정에서 작동하지 않았거나 경영진의 점검이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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