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名醫)는 많지만 환자와 가족의 가슴속에 평생의 지지대로 남는 의사는 흔치 않습니다. 단순한 질병치료를 넘어 환자의 무너진 삶까지도 치유하는 이들, 우리는 그들을 ‘참의사’라고 부릅니다. 헬스경향은 격변하는 의료현장 속에서도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의업(醫業)의 본질을 지켜내는 의료진을 찾아 그들의 따뜻한 진료철학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이번 여정의 주인공은 조성윤 삼성서울병원 뮤코다당증센터장(소아청소년과 교수)입니다. <편집자 주>
“뮤코다당증은 소아청소년과 의사에게도 생소한 질환입니다.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정보를 드리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질환을 알리는 일도 의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희귀질환을 진료하는 일이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조성윤 교수는 잠시 미소를 지었다. 남들과 조금 다른 신체조건을 갖고 태어난 아이들이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가 희귀질환 진료와 연구를 이어가는 이유다.
기자와 조성윤 교수의 첫 인연도 그의 진료철학을 보여준다.
2020년 본지의 ‘극복해요 희귀질환’ 연재를 본 조성윤 교수가 먼저 이메일을 보내왔다. 인터뷰를 요청하는 메일이 아니었다. “저인산효소증도 꼭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메일에는 질환안내서와 보호자 교육자료, 팸플릿, 어린이를 위한 만화책이 함께 담겨 있었다.
■연구로 희귀질환의 미래를 준비하다
희귀질환은 환자가 적다 보니 치료제 개발도 쉽지 않다. 조성윤 교수는 진료현장에서 마주한 의문을 연구로 연결하며 희귀 골대사질환과 리소좀축적질환의 진단·치료기반을 넓혀왔다.
그의 전문분야는 뮤코다당증(MPS)과 저인산효소증(HPP), 연골무형성증 등 희귀골대사질환이다. 진료뿐 아니라 조기진단체계 구축과 신생아선별검사 확대, 희귀질환데이터 구축, 차세대 치료법 개발까지 연구영역을 넓혀왔다.
이 같은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2019년 대한소아내분비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신진연구자상을 수상했다. 또 해외 의료진과 공동연구 및 국제학술교류를 이어가며 국가 차원의 희귀질환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혈액뇌장벽(BBB)을 통과하는 차세대 효소대체요법과 유전자치료 등 새로운 치료전략연구도 진행 중이다.
■치료제 개발로 희망의 불씨를 살리다
2023년 뮤코리피드증을 앓는 환아 가족이 온라인을 통해 치료가능성을 찾으며 도움을 호소하자 조성윤 교수는 먼저 부모에게 연락했다. 당시 희귀질환 유전자치료제 개발 국책과제에 참여하고 있던 그는 환자의 유전적 특성과 질환을 면밀히 검토한 뒤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아직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그 절박한 사연은 새로운 치료가능성을 찾기 위한 집중연구로 이어졌다.
2016년에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지원으로 국내 유일의 뮤코다당증센터를 구축했다. 센터는 유전자진단검사비와 비급여의료비를 지원하고 효소대체요법 주사치료실을 운영하는 등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10년간 지원받은 환자와 가족은 6000여명에 이른다.
■직접 질환안내·교육 자료 제작하다
조성윤 교수는 연구와 진료에 더해 교육에도 적극적이다. 의료진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질환교육을 진행하고 보호자가 학교에 제출할 수 있도록 질환안내자료를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희귀질환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 향상 역시 의사의 역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보호자들의 후기를 보면 “검사결과를 숫자 하나하나 설명해 준다” “검사를 강요하지 않고 충분히 설명한 뒤 선택하도록 돕는다” “산정특례까지 고려해 검사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일부 보호자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채송화 교수를 떠올렸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환자가 적다는 이유로 연구와 정보, 치료기회마저 부족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환자를 진료하면서 생긴 질문을 연구실로 가져가고 그 연구결과를 다시 진료와 교육으로 연결하는 조성윤 교수. 오늘도 그는 환자를 돌보는 동시에 아직 치료법을 만나지 못한 환자의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