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을 받으면 많은 환자가 서울의 대형병원부터 찾는다. ‘서울에서 치료받아야 더 오래 산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2023년 암 환자 진료이용현황 분석에 따르면 신규 암 환자 중 수도권 거주자는 48.9%였지만 수도권 의료기관에서 진료받는 전체 암 환자 비율은 78.5%에 달했다.
수도권 쏠림은 곧 환자와 보호자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수도권 병원은 진료와 수술대기가 길고 환자는 장거리이동에 따른 교통비와 숙박비, 간병비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역의료기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충분한 치료역량을 갖추고도 환자가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의료자원은 물론 지역경제에도 적잖은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 부산대병원 호흡기내과 엄중섭 교수는 “사회경제학적으로 부산시민이 서울 원정진료에 지출하는 비용은 연간 약 1조원에 달한다”며 “이 비용이 지역에서 사용된다면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암 치료는 병원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대부분의 암 치료가 국내외 진료지침(NCCN, ESMO, 대한암학회 등)에 근거한 표준치료를 원칙으로 시행되기 때문. 같은 병기와 치료기준을 충족한 환자라면 지역암센터에서도 수도권 상급종합병원과 동일한 표준항암요법 및 치료 프로토콜에 따라 진료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사선치료와 수술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희귀암이나 초고난도수술, CAR-T세포치료 등 일부 첨단치료와 임상시험 참여기회는 의료기관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단 이를 제외하면 지역에서도 표준치료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다.
실제로 권역암센터들이 발표한 통계에서도 치료성과는 꾸준히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대병원 권역암센터가 발표한 대전·충남·세종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간 전체 암 환자의 5년상대생존율은 세종 80.2%, 대전 75.1%, 충남 69.8%였다. 세종과 대전은 전국 평균(73.7%)을 웃돌았다. 폐암생존율은 세종 49%, 대전 44%, 충남 35.4%였으며 유방암은 세종 96.8%, 대전 95.1%, 충남 93.7%를 기록했다. 갑상선암생존율도 세종 100.4%, 대전 99.5%, 충남 99.8%로 매우 높았다.
광주·전남에서도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화순전남대학교병원 광주전남지역암센터와 광주전남지역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23년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상대생존율은 광주 75.8%, 전남 67.7%로 집계됐다.
화순전남대병원 광주전남지역암센터 권동득 소장은 “폐암과 췌장암처럼 사망위험이 높은 암종은 여전히 지역 간 생존율 차이가 있다”며 “따라서 조기진단 확대와 치료접근성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국립암센터는 최근 ‘지역완결형 암 진료체계’를 발표한 바 있다. 핵심은 모든 암 환자를 지역에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표준치료가 가능한 암은 지역에서, 희귀암·초고난도수술·첨단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권역 또는 수도권 의료기관과 연계하는 역할 분담체계를 만드는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