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칼럼] ‘전시’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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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 칼럼] ‘전시’는 무엇일까?

문화매거진 2026-07-23 10:01:48 신고

[문화매거진=강산 작가] 작가의 입장에서 전시는 어떤 의미일까. 그렇다면 관객의 입장에서 전시는 무엇일까. 관객은 전시에서 무엇을 기대할까.

물론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좋은 작품을 보며 잠시 쉼을 얻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작품을 통해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거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힌트를 얻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컬렉터에게는 좋은 작품을 만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내게 작품 감상은 공부의 과정이다. 다른 작가들은 어떤 통찰을 작품으로 풀어내는지 배우는 시간이다. 이 작가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왜 하필 이런 구도를 선택했을까. 왜 이 색을 썼을까. 왜 이 소재를 그렸을까. 이 작품을 그릴 당시 어떤 감정이었을까. 나는 그런 질문을 품고 작품을 바라본다.

그렇다면 전시장에 자신의 작품을 내건 작가에게 전시는 어떤 의미일까. 당연히 작품을 통한 관객과의 만남이다.

그렇다면 그 만남의 목적은 무엇일까. 아마 이 지점에서 작가마다 조금씩 답이 달라질 것이다.

얼마 전 나는 두 차례의 전시를 마쳤다. 성수에서 6일간, 그리고 아산에서 2주간 진행한 전시였다. 두 번의 전시는 이전과는 다른 배움을 남겼다.

▲ 침묵, 90.9x72.7xm, Acrylic, Aqua oil on canvas, 2025
▲ 침묵, 90.9x72.7xm, Acrylic, Aqua oil on canvas, 2025


이 작품을 그릴 당시 나는 꽤 화가 나 있었다. 반복되는 관계의 어려움 속에서 ‘왜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날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고 있었다. 체구는 작고 평범한 사람이지만, 작품 속에서는 나 자신을 크고 위협적인 존재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데 전시장에서 관객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작품을 해석했고, 그 해석을 듣는 순간 오히려 내가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어떤 관객의 시선은 내가 의도했던 의미보다 더 깊었다. 작품을 만든 내가 오히려 작품을 통해 배우는 경험이었다.

▲ 반복과 유일, 90.9x72.7cm, Acrylic on canvas, 2026
▲ 반복과 유일, 90.9x72.7cm, Acrylic on canvas, 2026


또 다른 작품은 오랜 조직생활 속에서 느낀 ‘카르텔’을 표현한 것이다. 어디를 가든 사람이 모이면 집단은 생겨나고, 그 질서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쉽게 배제되곤 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 한가운데에서 끝내 빛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완성했다.

성수 전시에서 한 관객이 오랫동안 작품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이 작품이 너무 외로워 보인다”고 말했다. 아산 전시에서도 많은 사람이 이 작품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어떤 분은 “눈이 가려진 수많은 사람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나인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생각하는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벽에 걸어두고 그림 자랑하는 행위가 아니다. 작품을 매개로 서로의 감정을 나누고, 서로 다른 삶의 경험을 마주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고, 관객은 자신의 삶으로 그 작품을 완성한다. 그래서 전시는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작품을 사이에 둔 가장 조용하고도 깊은 대화다.

두 번의 전시에 와주신 많은 분들게 진심으로 모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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