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아이에게는 바람도 다르게 분다'·'인생에 단어가 스며드는 순간'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 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 = 조선희 지음.
60대 맏언니인 저자를 필두로 열두 살 차이의 막내까지 생판 남남인 네 가구, 다섯 명이 우연한 계기로 제주도에 함께 집을 짓고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 에세이다.
네 개의 독립 공간과 주방, 거실 등 여러 공유 공간이 합쳐진 이 집에서 이들은 알아서 식사하는 등 개인 생활을 존중하지만 서로의 감정과 건강 상태를 나누고 돌본다.
요양원이 아니라 집에서 서로를 돌보며 노후를 보내자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노년을 혼자 힘겹게 맞기보다 여럿이 서로 의지하며 함께 보낼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이 이 제주 공동 주택의 출발점이었다.
혈연, 지연, 학연 그 어느 것 하나 겹치지 않는 무연고의 사람들이 우연히 만나 '가족'이 됐다는 점에서 이들은 스스로를 '무연고 우연 가족'이라고 부른다.
"갈등은 누구와 살아도 생긴다. '찐 혈육'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중요한 건 그걸 어떻게 풀어 가느냐다. (중략)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서로 조율하면서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 그게 우리의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다."
샘터사. 256쪽.
▲ 흔들리는 아이에게는 바람도 다르게 분다 = 제이 벨스키 지음. 정미나 옮김.
미국의 진화발달심리학자인 저자가 어린 시절의 경험이 이후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밝히고 그 영향이 누구에게 더 크게 나타나는지 분석한 책이다.
사람들은 흔히 어려운 환경에서 쉽게 흔들리는 아이는 약한 아이로, 무던하게 버티는 아이는 강한 아이로 분류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같은 익숙한 통념에 도전하면서 예민함을 약점으로만 보지 않고, 회복탄력성을 무조건적인 미덕으로도 보지 않는다.
저자는 인간이라는 종도 지구의 다른 모든 생명체와 동일한 방식으로 기나긴 진화의 역사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진화적 관점에서 인간의 발달은 하나의 올바른 경로가 존재하는 과정이 아니며, 아이가 자신이 놓인 환경에 맞춰 몸과 마음을 조정해가는 과정이다.
책은 양육의 효과가 모든 아이에게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한 아이가 어떤 조건에서 더 잘 자랄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북인어박스. 428쪽.
▲ 인생에 단어가 스며드는 순간 = 황선엽 지음.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우리가 쓰는 말과 단어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되고 우리의 생각을 움직이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문교양서다.
책은 늑대와 이리, 고구마와 감자, 일곱 빛깔 무지개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단어가 우리의 인식과 사고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보여준다.
또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이 변하면서 단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다루고, 평소 아무런 의심 없이 사용하는 단어들 속에 숨은 오해와 착각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다채롭고 흥미로운 사례들을 쉬운 언어로 풀어내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과 단어의 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인간은 단어로 세계를 인식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단어가 인식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요. 인식의 결과가 단어인데, 반대로 단어가 우리들의 인식에 영향을 주는 상호작용 속에서 우리는 오늘도 단어를 사용하여 세계를 분별하고 판단합니다. 작은 단어 하나로도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빛의서가. 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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