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말기콩팥병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환자와 의료진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투석방법을 함께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집에서 시행하는 복막투석은 병원 방문 부담을 줄이고 일상을 유지하며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복막투석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과 상담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혈액투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정부의 복막투석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과 의료계·산업계의 노력으로 국내 복막투석 기반은 조금씩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정부 시범사업의 성과와 남은 과제를 짚어보고 의료진과 실제 환자의 이야기를 통해 복막투석의 필요성을 조명했습니다. 이번 기획기사가 복막투석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환자 중심의 투석치료 환경을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목차
①복막투석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 성과
②[인터뷰] 최범순 대한신장학회 이사장
③[인터뷰] 복막투석환자 한영희 씨(가명)
“복막투석은 혈액투석의 대안이 아니라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 중 하나입니다.”
최범순 대한신장학회 이사장은 투석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선택권’이라고 강조했다. 환자에게 각 투석방법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한 뒤 의료진과 함께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학회가 복막투석에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고령의 투석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병원 중심의 투석만으로는 다양한 의료적·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초고령사회에 걸맞은 지속가능한 투석의료체계를 구축하려면 환자가 자신의 삶에 적합한 투석법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복막투석이 더 적합한데도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 환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 학회가 목소리를 내는 이유 중 하나다.
- 어떤 환자에게 복막투석이 적합한가.
직장생활이나 학업을 이어가거나 병원을 자주 방문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잔여 신장기능 보존이 중요한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의료진의 교육과 지속적인 관리, 가족의 돌봄이 뒷받침되면 고령환자도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
- 국내 복막투석비율이 낮은 이유는.
우리나라는 혈액투석 의료기관의 접근성이 매우 좋다. 이는 장점인 동시에 복막투석 선택 기회를 줄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또 복막투석은 전담간호사와 교육인력, 상담체계 등 별도의 인프라가 필요한데 현 의료보상체계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투석 시작 전 혈액투석·복막투석·신장이식 등 신장대체요법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상담하는 체계도 부족하다.
- 우리나라가 참고할 만한 해외사례는.
대만은 만성콩팥병을 조기에 발견해 신장기능이 악화되는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또 투석이 임박한 환자에게 대체요법에 대한 교육을 제공해 환자가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선택하도록 돕는다. 환자가 충분히 교육받은 뒤 치료법을 선택한다는 점, 의료기관이 교육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특히 참고할 만하다.
- 환자의 선택권 보장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의료진이 특정치료를 일방적으로 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함께 치료법을 정하는 ‘공유의사결정’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의료진은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신장이식 등 각 치료법의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는 이를 이해한 뒤 함께 투석법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학회 차원에선 어떤 노력을 기울일 계획인가.
환자와 의료진 대상 교육을 강화하고 표준화된 교육프로그램과 진료지침을 마련할 것이다. 또 대학병원과 지역병원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와 보상체계를 고안하고 고령·취약계층을 위한 재택투석 지원과 지역사회 돌봄체계 구축에도 힘쓰겠다. 복막투석은 결코 환자 혼자 할 수 없다. 의료진의 교육과 관리, 병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안전하게 지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