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치료를 꾸준히 받는데도 엉덩이와 다리통증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면 다른 원인을 의심해봐야 한다. 척추질환과 궁둥신경병증, 하지정맥류는 모두 ‘다리 통증’이 공통된 증상이지만 발생원인과 치료법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손병철 교수는 “엉덩이와 다리신경통환자의 5~10%는 궁둥신경병증(기존 이상근증후군)에 해당되는데 의료진 사이에서도 인식이 부족해 상당수가 허리디스크로 오진된다”며 “허리수술을 받고도 증상이 낫지 않아 수년간 고생하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정형외과 박현진 교수는 “환자들은 모두 ‘다리가 아프고 당겨 걷기 불편하다’고 느낀다”며 “특히 중장년층은 척추질환과 하지정맥류를 동시에 앓는 경우도 많아 증상만으로 원인을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핵심단서는 ‘자세’…통증양상 달라
전문가들은 세 질환을 구분하는 가장 강력한 단서로 ‘통증이 유독 심해지는 상황과 자세’를 꼽는다. 척추관협착증 등 척추질환은 ‘서서 오래 걸을 때’ 다리가 터질 듯이 저리고 아프다. 조금만 걸어도 주저앉아 쉬어야 하지만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면 척추관이 일시적으로 넓어져 통증이 덜해지는 특징이 있다.
반면 궁둥신경병증은 ‘의자에 앉아 있을 때’ 증상이 극도로 심해진다. 손병철 교수는 “척추질환은 움직일 때 아프고 궁둥신경병증은 앉아 있을 때 엉덩이통증과 다리저림이 심해진다”며 “증상이 악화되면 1시간도 운전하기 힘들고 밤에도 발이 저려 잠을 설친다”고 지적한다.
하지정맥류는 ‘저녁’ 시간대 증상에 집중해야 한다. 낮에는 비교적 괜찮다가 저녁 무렵이 되면 다리가 납덩이를 단 듯 무겁고 뻐근해진다. 이때 다리를 심장보다 높이 올리고 누우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면서 통증이 줄어든다. 종아리 또는 발목 주변의 혈관이 튀어나오거나 발목이 붓는 현상도 중요한 단서다.
■MRI, 초음파 등 질환별 진단법 상이
이들 세 질환은 원인이 다른 만큼 진단법도 각기 다르다. 척추질환은 허리 MRI, 하지정맥류는 혈관초음파검사가 필요하다. 반면 골반 속 신경이 눌리는 궁둥신경병증은 일반 고관절 MRI로는 발견하기 어려워 골반 부위를 정밀하게 촬영하는 신경조영 MRI로 진단한다.
박현진 교수는 “다리통증은 척추, 혈관, 관절, 근육 등이 유기적으로 연관돼 발생하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판단하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치료 후에도 호전되지 않으면 다른 숨은 원인이 있는지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