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충남 보령시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100일 시정혁신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
에너지 산업 쇠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기존의 시설 투자 중심 행정에서 벗어나 AI 기반 행정혁신, 의료서비스 개혁, 지역 인재 육성, 생활인구 확대를 핵심 축으로 새로운 도시 생존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민선 9기 보령시는 세금에 의존하는 기존 공공사업 방식에서 탈피해 민간 협력과 ESG·공유가치 창출(CSV)을 활용한 새로운 재원 확보 모델까지 제시하며 행정 운영 방식 자체의 변화를 예고했다.
■ 석탄화력 폐쇄 직격탄…보령 "위기를 미래 전환 기회로"
보령시는 22일 시청에서 공무원과 기관·단체장, 시민, 지역 언론인 등 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9기 보령시 미래전략 100일 시정혁신 비전선포식'을 개최했다.
엄승용 시장은 이날 비전선언문을 통해 ▲스마트 행정혁신 ▲의료서비스 개혁 ▲보령형 인재양성 ▲생활인구 플랫폼 구축 등 4대 전략과제를 제시했다.
엄 시장은 "보령화력 폐쇄로 촉발된 위기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라며 "공직사회부터 변화하고 시민이 체감하는 혁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 "건물 짓는 행정에서 벗어난다"…재정 혁신 선언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재정 운영 방식이다.
엄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향후 추진 정책 방향에 대해 "대규모 건물이나 시설을 짓는 방식보다 적은 예산으로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중심 사업부터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지방정부 사업이 국·도비와 자체 예산을 투입해 시설을 조성하는 방식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민간 자원과 기업 참여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엄 시장은 "공익사업은 대부분 세금으로 마련된 재원에 의존해 왔지만 앞으로는 기업의 ESG 경영과 공유가치 창출(CSV)을 연계해 새로운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업과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기부금 모금 전문가 육성 구상도 제시했다.
단순한 후원이 아닌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지역 현안을 연결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해 복지·교육·문화 분야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 AI 행정부터 의료혁신까지…100일 집중 프로젝트 돌입
보령시는 이날부터 100일간을 '시정혁신 집중기간'으로 운영하고 미래전략실(TF)을 중심으로 핵심 과제 추진 상황을 관리한다.
AI 기반 스마트 행정은 반복 업무를 줄이고 행정 데이터를 체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조직 진단과 표준 업무 매뉴얼 구축을 통해 담당자가 바뀌어도 행정 경험과 업무 노하우가 이어지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의료 분야에서는 지역 의료기관과 대형병원 간 협력체계를 강화해 응급의료 대응력을 높이고, 돌봄과 의료서비스를 결합한 통합 의료복지 체계를 추진한다.
특히 시민 요구가 컸던 야간진료 공백 문제 해결을 위해 24시간 메디컬 상황실 운영 등 의료혁신 방안을 검토한다.
■ 청년 떠나는 도시에서 머무는 도시로…생활인구 전략 추진
인구 감소 대응 전략도 핵심이다.
보령시는 단순한 주민등록 인구 증가가 아닌 관광객, 근로자, 학생 등 도시와 관계를 맺는 사람을 늘리는 생활인구 확대 전략을 추진한다.
'보령패스(가칭)'를 기반으로 생활인구를 5개 권역으로 확산시키고 관광·숙박·상권을 연결하는 지역경제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 에너지·모빌리티·웰니스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교육 플랫폼을 조성해 지역 산업과 연계한 인재 양성에도 나선다.
청년이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배우고 일하며 정착할 수 있는 도시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석탄화력 특별법 넘어 발전 기능 보령 유치 추진
엄 시장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이후 지역경제 대책과 관련해 정부 지원 확대와 함께 실질적인 산업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석탄화력 특별법 통과에 만족하지 않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정부와 계속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통합본사가 충남으로 이전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후 신재생에너지 사업본부 등 실질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을 보령에 유치해 지역 발전으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 "평가는 보고서 아닌 시민 삶의 변화"
보령시는 앞으로 100일 동안 전통시장 혁신, 지속가능 문화도시 조성, 어린이 융합테마파크, 스마트 주차타워, 여성·청년지원센터, 머드축제 혁신, 충청수영성 유네스코 프로젝트 등 10대 중점사업도 함께 추진한다.
엄 시장은 "100일 혁신은 모든 것을 완성하는 시간이 아니라 변화가 지속될 기반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회의 횟수와 보고서가 아니라 공직사회가 얼마나 변했고 시민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지가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탄화력 폐쇄라는 거대한 산업 전환기를 맞은 보령이 선택한 해법은 시설 확대가 아닌 행정 혁신, 세금 의존이 아닌 민간 협력, 인구 감소 대응이 아닌 생활인구 확장이다.
100일 혁신 프로젝트가 위기에 놓인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새로운 지방도시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