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몇 번이면 '미프진' 손쉽게 구매…中 가짜약도 판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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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몇 번이면 '미프진' 손쉽게 구매…中 가짜약도 판쳐

이데일리 2026-07-23 05:55: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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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도입 검토를 지시한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성분명 미페프리스톤)’이 온라인에서 여전히 불법 유통되고 있다.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이 후기와 상담을 앞세워 버젓이 택배로 유통 중일 뿐만 아니라 중국산 가짜 미프진을 판매하다 처벌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째 입법 공백이 이어지면서 미프진 거래는 사실상 관리 밖에 놓여 있던 셈이다.

22일 이데일리가 포털사이트 검색으로 접속한 한 미프진 구매 사이트 메인 화면. (사진=사이트 갈무리)
22일 이데일리가 포털사이트 검색으로 접속한 한 미프진 구매 사이트 메인 화면. (사진=사이트 갈무리)


◇한 알에 최고 55만원…중국산 ‘가짜 미프진’ 유통도

22일 이데일리가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미프진 구매’를 검색해보니 세 번의 클릭 만으로 손쉽게 구매 페이지를 발견했다. A사이트는 겉보기에 일반 온라인 쇼핑몰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임신 중절 수술은 비용과 심리적 부담, 낙태 흔적이 남지만 미프진은 티가 나지 않고 몸에 부담이 없다’는 홍보 문구도 보였다.

이 웹사이트에서는 24시간 상담을 통해 약을 구매할 수 있었다. 이날 오전 채팅 창에 ‘정품이 맞느냐’고 문의하니 1분도 안 돼 “정품이다”라는 답과 임신 주수 질문이 돌아왔다. 상담사는 “해외에서 매주 통관되는 제품이 있어 순차적으로 배송을 진행한다”며 “주문 후 3~5일 정도 걸린다”고 안내했다.

B사이트에서는 미프진 1알을 임신 7주 이전이면 35만원, 10주 이상이면 55만원에 판매 중이다. 이곳 구매 문의 내역에는 이 달에만 벌써 71건이 올라와 있었다. 1088건에 달하는 후기 창에는 “절대 걱정하지 말고 여기서 주문해라”, “3일 정도 배가 심하게 아프다”는 등 복용 경험담과 5번째 복용했다는 글도 게재됐다.

온라인에서 버젓이 거래되는 미프진은 대부분 해외에서 밀반입된 제품이다. 최근 5년간 미프진 등 임신 중단 약물 유통 관련 판결문 10건을 분석한 결과 판매상들은 대부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구매자를 모집한 뒤 중국·베트남 등에서 들여온 약을 판 것으로 나타났다.

검증되지 않은 해외 의약품이 유통되면서 가짜 미프진을 판 사례도 있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2022년 약사법 위반 혐의로 중국산 가짜 미프진 120세트를 밀반입해 팔아온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2일 이데일리가 찾은 미프진 구매 사이트에 후기가 1088건 올라와 있다. (사진=사이트 갈무리)
22일 이데일리가 찾은 미프진 구매 사이트에 후기가 1088건 올라와 있다. (사진=사이트 갈무리)


◇‘입법 미비’에 심사만 계속…식약처 “관계부처와 논의 중”

온라인에서 미프진 거래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장기간 입법 공백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낙태죄(형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21년 이 법의 효력이 상실됐다. 하지만 임신중지 기준과 의료 지원 체계 등을 담은 후속 입법은 7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온라인 불법 거래는 이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2021년부터 5년간 적발한 임신중지 의약품 온라인 불법판매 및 알선광고는 총 3189건이다. 다만 거래 특성상 실제 유통 규모는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강경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등 폐쇄적인 경로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적발하기 어려운 만큼 3189건은 최소한의 규모로 봐야 한다”고 했다.

미프진 정식 도입 움직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 이 약을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한 데 이어 미국·유럽 등 100개국도 이 약을 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1년부터 현대약품이 미프진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식약처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식약처는 관련 법률과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심사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형법이나 모자보건법에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 내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기간도 법률로 정해야 그 조항을 근거로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미프진 도입 검토를 지시했다. 대통령 발언 이후 의료계에서도 도입 논의에 속도가 붙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오랜 허가 지연이 오히려 불법 유통을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의사들로 구성된 시민단체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누군가는 지금도 불법으로 가짜 약을 구매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며 “안전한 의약품을 즉각 도입하고 비용 부담이 없도록 급여화해 여성 권리와 건강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 이후 보건복지부, 성평등가족부 등 관계부처와 도입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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