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카 효과 의문…"25년 묵은 기준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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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카 효과 의문…"25년 묵은 기준 손봐야"

이데일리 2026-07-23 05:31:02 신고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올해 코스피시장에서 사이드카가 40차례나 발동하면서 프로그램매매 중단 장치를 달라진 거래 환경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알고리즘 기반 자동주문과 상장지수펀드(ETF)의 기계적인 리밸런싱 거래가 빠르게 확산했지만, 시장을 제어하는 장치는 여전히 25년 전 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시장에선 사이드카가 총 40회 발동했다. 매수와 매도 사이드카가 각각 20회씩으로, 상승과 하락 양쪽에서 시장이 거칠게 출렁인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의 연간 발동 횟수인 26회도 이미 크게 넘어섰다. 당시에는 매수 사이드카가 14회, 매도 사이드카가 12회 발동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의 급격한 가격 변화가 프로그램매매를 통해 현물시장으로 번지는 속도를 늦추기 위한 장치다. 코스피시장에서는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기준가격보다 5% 이상 오르거나 내린 상태가 1분간 이어지면 발동한다. 상승 시에는 프로그램매매 매수호가, 하락 시에는 매도호가의 효력이 각각 5분간 정지된다.

물론 발동 횟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사이드카의 실효성이 떨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사이드카는 도입 당시부터 지수 차익거래뿐 아니라 비차익거래까지 동일하게 관리해온 만큼, 최근 비차익거래가 늘었다고 해서 곧바로 규제의 사각지대가 생긴 것은 아니다. 다만 프로그램매매의 규모와 속도, 주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도 도입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은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다.

비차익 바스켓 주문과 ETF 리밸런싱, 실시간 현·선물 연계거래 등 대규모 자동 주문의 비중이 커졌고, 알고리즘은 가격과 거래량의 변화를 포착해 즉각 주문을 낸다. 이렇게 나온 주문은 다시 현물과 선물가격을 움직이며 시장 변동을 증폭시킬 수 있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은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시장이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파는 방향으로 기계적인 주문을 내는 만큼 변동성이 큰 날에는 수급 쏠림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이처럼 주문이 빠르고 복잡하게 얽힌 시장에서 특정 방향의 프로그램매매만 5분간 일괄 정지하는 방식이 충분한 완충 역할을 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이드카가 발동하더라도 일반 주문과 일부 자동 주문은 계속 유입되고, 중단된 프로그램 주문 역시 거래 재개 이후 다시 집행될 수 있다. 정지 시간 동안 시장 정보와 대기 주문이 쌓이면 거래 재개 직후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가격 변동이 다시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해외 주요 주식시장에선 급격한 가격 변동을 완화하기 위해 최근 시장 흐름을 반영한 장치를 운용하고 있다. 홍콩거래소는 주요 종목의 예상 체결가격이 5분 전 가격보다 일정 수준 이상 급변하면 변동성조절장치(VCM)를 발동해 5분간 정해진 가격 범위 안에서만 거래가 이뤄지도록 한다. 거래를 전면 중단하기보다 제한된 범위 안에서 가격이 형성되도록 해 시장 참가자에게 주문을 재조정할 시간을 주는 방식이다.

한국거래소도 변동성완화장치(VI)를 통해 개별 종목의 급격한 가격 변동을 관리하고 있다. 다만 VI는 종목별 가격 급변을 완화하는 장치로, 선물가격의 급격한 움직임이 프로그램매매를 통해 현물시장으로 번지는 속도를 늦추는 사이드카와는 역할이 다르다. 그럼에도 최근 가격 흐름을 발동 기준에 반영하고 거래를 전면 중단하지 않은 채 가격 형성을 이어가도록 한다는 점은 사이드카의 발동 기준과 운영 방식을 손질하는 과정에서 참고할 만하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최근 일정 시간 동안의 선물가격 변화와 프로그램매매 규모, 주문의 쏠림 속도 등을 함께 반영하는 ‘동적 발동 기준’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 시작과 동시에 발생한 가격 격차와 장중 대규모 프로그램 주문이 한쪽으로 급격히 쏠리는 상황을 구분해 대응하자는 취지다.

정지시간과 거래 재개 방식도 시장 충격의 강도에 따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시적인 가격 변화에는 중단 시간을 줄이는 반면 대규모 프로그램 주문의 불균형이 이어질 때는 시장 참가자들이 호가를 재조정할 시간을 더 주는 방식이다. 거래 재개 직후 대기 주문이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도록 프로그램매매를 단계적으로 재개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이드카는 급격한 가격 변동을 완화하는 안전장치로 여전히 필요하지만, 알고리즘·초고속 매매와 ETF·레버리지 ETF 거래가 크게 늘어난 현재 시장에 25년 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특히 5분간 일괄적으로 프로그램매매를 중단하면 정보가 누적돼 거래 재개 직후 변동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는 만큼 변동성 수준과 유동성, ETF·파생상품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발동 기준과 운영 방식을 정교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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