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고기를 냉동실에 넣어 두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고 여기기 쉽지만, 냉동이라고 무한정 보관되는 것은 아니다. 냉동은 부패를 멈춰 줄 뿐, 시간이 지나면 고기의 맛과 질은 서서히 떨어진다.
냉동실에서도 고기는 조금씩 변한다. 오래 얼려 두면 지방이 산화되면서 누린내나 이른바 냉동 냄새가 배고, 표면의 수분이 빠져나가 허옇게 마르는 냉동상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구워도 퍽퍽하고 냄새가 남아, 갓 산 고기의 맛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변화를 늦추는 열쇠는 결국 공기와의 접촉을 줄이는 데 있다. 고기가 찬 공기에 오래 노출될수록 산화와 냉동상이 빨라지기 때문에, 처음 얼릴 때부터 공기를 차단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공기를 빼 밀봉해 냉동상을 막는 소분
가장 먼저 할 일은 고기를 한 번에 먹을 만큼씩 나누어 두는 것이다. 덩어리째 얼리면 필요할 때 일부만 쓰기 어려워 자꾸 녹였다 다시 얼리게 되고, 그때마다 품질이 떨어진다. 소분해 두면 필요한 만큼만 꺼내 쓸 수 있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다.
나눈 고기는 공기가 닿지 않게 꼭꼭 밀봉하는 게 핵심이다. 랩으로 한 번 감싼 뒤 지퍼백에 넣고 안의 공기를 최대한 눌러 빼면, 냉동상과 산화를 크게 늦출 수 있다. 빨대로 남은 공기를 빨아내거나 두 겹으로 싸 두면 한층 오래간다.
고기를 얼릴 때 납작하게 펴서 얼리는 것도 요령이다. 두툼한 덩어리보다 얇게 편 상태가 속까지 빨리 얼어 세균이 자랄 틈이 적고, 나중에 녹일 때도 훨씬 빨리 녹는다.
종류별 보관 기간과 냉장에서 녹이는 해동
잘 밀봉하더라도 종류에 따라 다 먹어야 할 기한은 다르다. 다진 고기나 닭고기처럼 표면적이 넓고 상하기 쉬운 것은 한두 달 안에, 덩어리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서너 달 안에 먹는 것이 좋고, 아무리 길어도 반년을 넘기지 않는 편이 낫다. 냉동실에 넣은 날짜를 적어 두면 기한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한 번 녹인 고기는 다시 얼리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해동하는 사이 겉면에서 세균이 번식하기 때문에, 재냉동하면 그 세균이 그대로 갇힌 채 품질까지 떨어진다. 그러니 처음부터 한 번 쓸 분량씩 나눠 얼려 두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하다.
녹일 때는 실온이 아니라 냉장실에서 서서히 해동하는 것이 안전하다. 실온에 오래 두면 겉면이 미지근해지며 세균이 자라기 좋은데, 냉장실의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녹이면 세균이 덜 자라고 수분도 덜 빠져 육질이 부드럽게 유지된다.
시간이 없다면 밀봉한 봉지째 찬물에 담가 녹이는 방법이 그나마 안전하고, 전자레인지로 급히 녹였다면 속까지 고르지 않으니 녹인 즉시 바로 조리하는 게 좋다. 소분해 공기를 빼 밀봉하고 기한을 지키며 냉장에서 녹이는 것만 챙기면, 냉동해 둔 고기도 제맛으로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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