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오래 건강하게 일하려면 고립에서 벗어나야 해요. |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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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오래 건강하게 일하려면 고립에서 벗어나야 해요. | 예스24

채널예스 2026-07-23 00:00:00 신고


한국 사회에서 홀로 일하는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고립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공동체, ‘정글살롱’의 주최자 정문정 작가를 만났다. 최근 엔솔러지 『혼자서 일하지만 외롭긴 싫으니까』를 써낸 정글살롱의 8인, 정문정, 고수리, 신효원, 김세희, 천지혜, 황유진, 김지연, 이현아 작가는 프리랜서, 작가 등 1인 작업자가 맞닥뜨린 시대적 갈증에 적극적인 방식으로 대응했다. ‘혼자서 일하지만 항상 혼자는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고립 대신 연결을 선택할 용기를 주는 이야기를 정문정 작가를 통해 들어 보았다.

혼자서 일하지만 외롭긴 싫으니까는 ‘정글살롱’에서 함께 일해 온 여덟 작가가 처음으로 함께 기록한 책이라고요. 정글살롱은 어떤 곳이고 이 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2023년, 이대역 근처에 십 평 남짓한 상가를 빌리면서 여성 창작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정답게 모여서 글을 쓴다는 뜻으로 작업실 이름을 ‘정글살롱’으로 했어요. 작가들이 저마다 필요한 때에 작업실을 방문해서 각자의 글을 쓰고 헤어집니다. 여덟 명이 함께 작업실을 이용한다고 하면 신기해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제일 자주 듣는 질문은 이런 종류예요. “모여서 일을 하면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나요? 특히나 (예민한) 작가들끼리….” 그럴 때 저는 다중지능 이론의 창시자이자 하버드 대학의 교육심리학과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의 주장을 빌어 이야기합니다. 

 

“창조성을 발휘하며 살았던 사람들은 혼자가 아니었대요. 그게 바로 천재들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인데요. 오히려 창조성이 뛰어난 사람들은 젊은 시절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했어요. 고급 대화가 가능한 사람들을 만나 영감과 자극과 위로를 받은 거죠.” 

 

천재는 아니지만 저는 창조성을 발휘하며 살고 싶어요. 퇴사 후 프리랜서 생활이 길어지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고립감이 얼마나 사람을 쪼그라들게 하는지 강렬히 체감했습니다. 오래 건강하게 일하려면 영감과 자극,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과 느슨하게 연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제게는 공유작업실이라는 형태로 떠올랐죠. 

 

한편, 저는 글쓰기 강사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요. 수업이 끝나더라도 수강생들에게 꼭 정기적으로 만나서 글쓰기를 해보시라고 권유를 하곤 했어요. 그런데 이분들이 함께 모일 공간을 찾기 어려워하는 걸 지켜보면서 도와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어요. 제게 작업실이 있으면 이분들에게 공간을 빌려드릴 수 있을 텐데 싶었죠. 

 

이런 이유로 작업실 겸 모임공간을 만들어 운영해보니 장점이 많았는데 이 방식을 오해하는 분들이 계셨어요. 특별하거나 돈이 많은 사람만 할 수 있는 도전일 거라 짐작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누구나 다양한 방식으로 환대의 공동체를 시도해볼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 정글살롱에 모인 작가들과 함께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모이게 되었고, 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변해갔는지 보여드리면 돌파구가 필요한 분들에게 힌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민정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혼자 일하지만 외롭긴 싫은’ 마음은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작가님께는 이 마음이 어떤 상태를 뜻하나요?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고독을 즐기는 편입니다. 고독 속에서 새로운 통찰을 만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오감이 예민해서 사람들과 만날 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버리기에 혼자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기도 해요. 그런데 한편으로 창작자들은 기본적으로 인정 욕구와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기 비하나 자기 의심에 빠지는 경우가 많지요. 프로 잠수부라도 한 번씩 나와 물 밖 공기를 쐬어야 하듯, 혼자 일하더라도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받는 게 중요합니다. 고흐에게 동생이 있었고 김환기에게 아내가 있었고 독립운동가들에게 동지가 있었듯이, 이해 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나 공동체가 있어야 자신을 덜 미워하고 덜 지칠 수 있어요. 혼자 일하더라도 혼자 있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결심하는 마음이 책 제목 ‘혼자서 일하지만 외롭긴 싫으니까’로 표현되었습니다. 

 

여덟 작가님들 모두 상황이 달라도 제목에서 말하는 감정을 공통적으로 갖고 계셨기에 한곳에 모이실 수 있었네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방에서 고독하게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머릿속을 탐험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어떻게 함께 일하는 방법을 떠올리게 되셨나요? 

정용준 소설가의 산문집 『소설 만세』에는 문예창작학과에서의 경험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들은 내가 아는 것과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TMI라고 느끼지 않는다. 문학의 기쁨, 쓰기의 즐거움과 슬픔, 언어로 표현하고 싶어 하는 갈증과 갈망, 아무도 모르고 누구도 관심없지만 학생들은 알고 학생들은 관심을 갖는다. 그들은 내가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지도해 줘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책을 좋아하는 정신과 취향의 공동체고 함께 글을 쓰고 그 가치를 믿는 동료들이다.”

 

저 또한 문예창작 대학원에 다녔는데, 순도 높게 기쁜 순간이 많았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열렬히 토론하고 취향을 공유하고 서로가 서로의 편집자가 되어주는 걸 보며 설렜습니다.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 합류해서 다행이라 느꼈어요. 혼자서 글을 쓸 수 있지만 누군가는 문예창작학과에 가고, 집에서 공부를 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카페에 갑니다. 혼자 작업하더라도 편하게 함께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고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공동 작업실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도 현실적인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실제 정글살롱을 준비하면서 걱정이나 두려움은 없으셨나요? 

두 가지 고민이 있었어요. 첫째는 물론 돈 문제였어요. 운영하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면 부담스러우니까요. 2023년 당시 기준으로, 한 달에 얼마까지 작업실에 투자할 수 있을지 계산해보니 최대 40만 원이라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동료 작가를 우선 두 명 먼저 모았어요. 그 비용에 맞추어 월세 계약을 했고요. 운영하다 보니 합류하게 된 작가가 많아져 지금은 인당 한 달에 10만 원 대의 이용료로 정글살롱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고민은 지금 생각하면 좀 우스운데요. 무려 작업실 있는 작가가 되기에는(?) 제가 아직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이었죠. 작가로서 더 대단한 성취가 있어야만 작업실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 때문에 주저했습니다. 분수에 맞지 않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치기가 어려워서 저 자신에게 좀 가벼워질 필요가 있다고 계속 말해주어야 했습니다. 

 

결국 그 두려움을 이겨내신 덕분에 책을 관통하는 ‘고독하되 고립되진 말자’는 메시지가 실제로 가능해졌어요. 여덟 분이 책을 쓰시는 동안 여러 감정이 드셨을 것 같습니다.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것, 혼자 쓸 때와 달랐던 무언가가 있다면요? 

정글살롱 멤버인 신효원 작가는 혼자 일하는 사람의 고충에 대해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1인 작업자는 물에 젖은 솜 같은 감정의 무게도 홀로 짊어져야 한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듯한 고립감, 안 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 백지가 엄습하는 압박감은 싫다고 해도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내가 뭐라고, 이런 걸 써도 되는 건가?’ ‘나 혼자 좋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이래서 지난번에 엉망이었던 거 아니야?’ 하는 자기 검열과 비하, 끝없는 자기 의심도 틈만 나면 비집고 나온다. 잊을 만하면 솟구치는 감정적 동요를 반추동물처럼 되새김질한다. 1인 작업자들은 결과로부터 도망칠 구석도, 핑곗거리도 많지 않다. 내 손끝에서 피어난 글들의 책임은 오롯이 나의 것이기에, 비난은 대개 나를 향한다.” 

 

이처럼 깊이 침잠하게 될 때마다 수면 위로 떠오르기 위한 도움이 절실했다고 합니다. 신효원 작가는 작업실에서 동료 작가들을 만나게 되면서 몸을 맡기고 기대어 떠오를 수 있는 리프트 백을 만난 것 같았다고 회상합니다. 서로의 키보드 소리를 들으면서, 서로를 돌보면서, 비슷한 마음을 공유하면서 계속 더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가 커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정글살롱의 이야기를 보고 ‘느슨한 연대’를 꿈꿔볼 것 같습니다. 정글살롱을 주최하고 운영해 오신 경험자로서,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들이 외롭지 않게 연결되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보면 좋을까요? 

박찬욱 감독이 주도했고 봉준호, 류승완 감독 등이 함께하는 한국 영화감독 친목회 이름은 ‘자랑과 험담’입니다. 만나면 주로 자기 자랑을 하거나 남을 험담하게 된다고 해서 만들어진 이름이죠. 이처럼 1인 창작자들은 자랑하거나 험담할 수 있는 안전지대가 필요합니다. 

 

혼자 일하는 사람들은 극심한 자기 의심에 시달리기 마련이기에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자신이 잘하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할 때가 많거든요. 한편 예술가적 기질이 강할수록 타인의 성취를 볼 때 격렬한 자극과 시기심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혼자 삭이다 보면 냉소적이고 뾰족해질 수 있습니다. 다소 유치해보이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연대감을 얻는 담소를 나누다보면 그 부정적 에너지가 긍정적인 오기로 전환되기 쉽습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마음껏 말할 수 있는 모임, 싫어하는 것에 대해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모임을 찾아 나서면 도움이 될 거예요. 우선 정기적으로 독서모임을 해보는 걸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정글살롱의 첫 공식 기록이자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독자에게 건네는 편지같다고 느꼈어요. 책에 담지 못한, 작가님께서 꼭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나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아프리카의 속담으로 알려진 격언입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빨리 가려고만 했던 것 같아요. 혼자 헤쳐 나가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생각했어요. 잘 되어도 제 덕이고 못 되어도 다 제 탓이라고 생각하니까 항상 어깨와 눈에 힘을 주고 살았어요. 그런데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알게 되었어요.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많은 아이가 편안하고 자유롭다는 것을요. 안전하게 느끼는 공간과 사람 안에서만 우리는 더 많이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외로움을 겪는 사람들이 이 책에서 힌트를 얻어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공간과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면 좋겠어요. 혼자 일하더라도 항상 혼자는 아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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