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이 진행돼 말기에 이르면 환자는 콩팥 기능을 대신할 요법을 선택하게 된다. 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 등의 신대체요법 중 어떤 치료를 선택할지는 환자의 의학적 상태와 이식 가능 여부뿐 아니라 생활방식, 직장 및 학업, 병원 접근성 등을 함께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최근 의료현장에서는 이러한 선택 과정에서 환자의 삶 전반을 고려한 ‘공유의사결정’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의료진이 일방적으로 치료방법을 판단하기보다 환자가 각 치료의 장단점과 자신의 생활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이해한 뒤 의료진과 함께 가장 적절한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주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투석의 경우, 한 번 시작하면 오랜 기간 환자의 일상과 밀접하게 이어지는 만큼 환자의 삶을 함께 고려한 의사결정이 더욱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재택 복막투석은 환자에 따라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재택 복막투석은 환자가 가정에서 스스로 시행할 수 있는 투석방법으로 병원 방문 부담을 줄이고 일상생활을 비교적 유연하게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직장생활이나 학업, 사회활동을 유지하고자 하는 환자에게는 삶과 투석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단 환자가 재택 복막투석을 자신의 삶에 맞는 방식으로서 선택할 수 있으려면,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실제로 선택 이후를 뒷받침할 수 있는 병원 내 체계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 환자가 복막투석의 장단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선택하더라도, 이후 과정에서 병원의 지속적인 관리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재택 복막투석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어렵다.
이는 복막투석환자 관리가 의료진 개인의 노력에만 의존해서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환자 교육과 상담, 상태 확인이 일관되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담 인력과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여건이 갖춰질 때 환자 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의료진도 환자의 상태를 보다 면밀하게 확인하며 필요한 개입을 적시에 제공할 수 있다. 결국 공유의사결정이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의미 있게 작용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선택을 병원이 지속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운영 기반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경희대병원 신장내과는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복막투석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 제도적 기반을 활용해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복막투석실 전담간호사를 충원해 환자 교육과 상담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했으며 별도의 복막투석실을 확보해 환자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투석 방법을 익히고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여기에 의료진 인센티브 제도를 추진해 환자 관리에 필요한 의료진의 지속적인 참여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이는 재택 복막투석환자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환자의 투석 경험을 향상하는 데 기여하는 동시에, 재택 복막투석 관리가 병원 내 지속 가능한 운영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본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로 경희대병원의 재택 복막투석환자들이 보다 안심하고 투석을 이어가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대체요법 선택을 앞둔 환자가 재택 복막투석을 고려하더라도 스스로 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면 결정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병원에 전담 인력과 상담 공간, 지속적인 관리체계가 마련돼 있고 병원과 계속 연결돼 있다는 신뢰가 있다면, 환자는 보다 안심하고 재택 복막투석을 선택하고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의료현장에서 재택 의료와 환자 중심 공유의사결정의 중요성은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장기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병원 중심의 일률적인 방식만으로는 환자의 다양한 삶의 조건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재택 복막투석은 환자의 일상과 투석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중요한 신대체요법이다. 병원 안의 촘촘한 준비가 갖춰질 때 재택 복막투석은 환자 중심 시대에 더욱 안정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글 황현석 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ㅣ정리 헬스경향 장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