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노묘정 자가] 바닥에 깔린 타일, 벌집의 육각형, 욕실 벽의 무늬. 우리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살아간다. ‘테셀레이션(Tessellation)’은 하나 이상의 도형이 빈틈이나 겹침 없이 평면을 완전히 채우는 배열을 말한다. 단순한 장식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기하학과 예술이 수백 년 동안 함께 발전해 온 역사가 숨어 있다.
테셀레이션의 역사는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로마의 모자이크 바닥에서도 반복되는 기하학 패턴을 찾아볼 수 있으며, 특히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은 테셀레이션이 예술적으로 가장 발전한 사례 중 하나다. 이슬람 문화에서는 우상 숭배를 피하기 위해 인간과 동물 대신 기하학적 문양을 발전시켰고, 벽과 천장을 정교한 반복 패턴으로 장식했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장인들이 현대적인 수학 이론이 정립되기 훨씬 이전부터 대칭과 반복의 원리를 직관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예술은 수학이 설명하기 전에 이미 그 구조를 발견하고 있었던 셈이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수학자들은 이러한 반복과 대칭의 원리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헝가리 출신의 수학자 조지 폴리아(George Pólya)가 있었다.
폴리아는 단순히 패턴의 모양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 회전이나 반사를 했을 때 같은 구조로 볼 수 있는 경우까지 연구했다. 그는 대칭성을 이용해 서로 다른 형태를 분류하는 방법을 발전시켰다. 이후 발표한 폴리아 계수정리(Pólya Enumeration Theorem)는 화학의 분자 구조 분석, 결정학, 컴퓨터 그래픽, 패턴 생성 알고리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수학자들이 패턴 속 보이지 않는 규칙을 발견하고 있을 때, 같은 공간에서 영감을 받아 그것을 시각적인 언어로 발전시킨 예술가가 있었다. 바로 네덜란드의 판화가 M.C.에셔(Maurits Cornelis Escher)다.
에셔는 1936년 알함브라 궁전을 방문해 기하학적 문양을 수없이 스케치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기존의 패턴을 따라 그리는 데 머물지 않았다. 도형의 일부를 변형하고 재배치하면서 반복되는 구조 안에 새와 물고기, 도마뱀과 같은 생명체를 넣기 시작했다
그에게 테셀레이션은 단순히 공간을 채우는 방법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하나의 질서 안에서 공존하는 세계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대표적인 작품인 ‘하늘과 물 I(Sky and Water I)’에서는 새와 물고기가 서로의 빈 공간을 채우며 하나의 반복 패턴을 형성한다. 하늘과 바다, 새와 물고기처럼 서로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두 생명체가 경계를 넘어 하나의 구조를 이루는 모습은 에셔가 반복이라는 수학적 원리에 부여한 철학적 의미를 보여준다.
에셔는 이후에도 폴리아를 포함해 많은 수학자들의 논문을 찾아보고 교류하면서 자신의 작품을 더 발전시켰다. 특히 캐나다의 수학자 H. S. M. 콕서터(Harold Scott MacDonald Coxeter)을 통해 알게 된 쌍곡 기하학을 작품과 접목시켜 ‘Circle Limit’ 시리즈를 만들게 되었다. 재미있게도 에셔의 그림을 통해 콕서터 역시 자신이 연구하던 기하학 개념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후의 그의 연구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테셀레이션의 역사는 하나의 방향으로 발전한 역사가 아니다. 장인들이 직관적으로 만들어낸 아름다운 패턴은 수학자들에게 ‘왜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수학자들은 그 답을 대칭과 규칙이라는 언어로 정리했다. 그리고 에셔와 같은 예술가들은 그 규칙을 바탕으로 ‘무엇을 표현할 수 있는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폴리아가 대칭의 원리를 공식으로 설명했다면, 에셔는 그 원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세계를 그림으로 보여주었다. 수학이 보이지 않는 질서를 발견했다면, 예술은 그 질서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다. 테셀레이션은 그 두 언어가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 가장 아름다운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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