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우리 농업의 역사와 마주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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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춘추] 우리 농업의 역사와 마주하는 법

경기일보 2026-07-22 19:52:18 신고

 

박현숙 국립농업박물관 학예전시실장
박현숙 국립농업박물관 학예전시실장

 

오늘은 더위 중의 더위, 대서(大暑)다. 끝이 없을 것 같은 무더위가 이어지는 요즘이지만 대서가 지나면 곧바로 입추(立秋)가 찾아오니 이 더위도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질 것이다. 지금 국립농업박물관 다랑이논에는 한여름 뜨거운 볕을 받아 토종 벼들이 익어가고 있다.

 

국립농업박물관이 위치한 수원시 서둔동은 1950년대 말 경제 재건 시기에 농촌진흥청의 전신인 농사원(農事院)이라는 농업 연구 지도기관이 드넓게 자리 잡았던 곳이다. 조선 후기부터 농업의 명맥을 유지한 이곳 서둔동에 식량 생산을 책임지는 농업진흥 연구기관들을 설치한 것이다.

 

당시 농사원의 마스터플랜은 부지 면적만 해도 약 55만㎡에 달하는 대규모 계획이었으며 1차 건축사업 때 지어진 건물 중 유일하게 현재까지 남아 있는 옛 농촌진흥청 본관 건물을 포함해 10여동의 건축물이 초기부터 마스터플랜에 포함됐다. 단순히 연구시설 한두 동이 아니라 식량 생산의 종합 연구기지로서 구상됐다. 또 김중업을 비롯한 당시 최고의 건축가들을 투입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근대건축의 요소들이 충실히 반영된 최신 디자인으로 설계했다. 건물의 하중을 줄이고 시공의 편리를 높이기 위한 신공법과 신소재를 도입한 것 또한 실로 놀랍다. 요즘 말로 식량 생산 연구기지 건설에 ‘진심’이었던 것이다.

[천자춘추] 우리 농업의 역사와 마주하는 법

 

일찍이 ‘농사는 사람이 먹고사는 식량품을 비롯해 의복·주옥의 자료는 말할 것도 없고 상업·공업의 원료까지 하나도 농업 생산에 기대지 않는 것이 없으니만큼 농민은 세상 인류의 생명 창고를 그 손에 잡고 있다’며 농업의 가치를 강조했던 윤봉길 의사의 글과 일맥상통하는 진심이 오롯이 담긴 공간이었다.

 

국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밤낮으로 불을 밝히던 서둔동의 농업기지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그 장소성을 이어받아 우리 정신의 허기를 채우고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농업의 가치를 전달하는 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먹거리가 넘쳐나는 현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는 옛 선인들이 외쳤던 생산의 가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이번 주말, 더위를 피해 국립농업박물관을 찾아 우리 곁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 온 대한민국 농업의 이야기와 깊이 마주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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