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써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사상 첫 5선 서울시장이 된 오 시장은 취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됐다. 같은 의혹을 둘러싼 하급심의 유·무죄 판단이 엇갈리는 가운데 오 시장은 즉각 항소를 예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 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로부터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김씨에게 비용 3300만원을 대납토록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오 시장이 명씨에 의뢰한 10건의 여론조사 중 5건(비공표 3건)을 유죄로 보고 김씨가 대납한 2100만원을 정치자금으로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할 동기가 있었다고 인정하며 김씨가 명씨와 별다른 친분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오 시장의 요청이 없었다면 거액의 여론조사비를 대신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치자금 부정수수 범죄는 1인 1표의 기회균등 원칙에 따라 금권(金權)의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함으로써 민주정치를 건전하게 발전시키는 데 처벌 목적이 있다”며 “부정수수된 정치자금이 2100만원으로 적지 않고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후보자 의뢰 여론조사의 공표·보도를 실현하려는 목적도 결부돼 죄질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오랜기간 국회의원과 서울시장 등을 역임하며 정치자금법의 입법취지와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범행을 주도했다”며 “재판과정에서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여러 이유와 주장들을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오 시장 측은 특검의 수사·기소 대상이 아니라 공소기각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특검법에 열거된 사건과 합리적 관련성이 인정된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소사실 특정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범행 일시와 방법 등이 방어권 행사를 어렵게 할 정도로 불명확하지 않다”며 배척했다.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가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에 여론조사 무상 제공에 관한 순차적·암묵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며 명씨의 진술을 상당 부분 사실로 인정하면서 이 유죄 판결이 오 시장의 1심 결과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렸다. 반면 앞서 같은 공소사실로 기소된 김건희 여사는 1·2심에서 모두 무죄 판단을 받았다.
형사합의22부도 명씨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을 인정하면서 오 시장은 관련 의혹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두 번째 인물이 됐다. 이대로 형량이 확정될 경우 오 시장은 서울시장직을 상실하고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차기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특검법에 따르면 대법원 판결은 내년 1월 말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오 시장은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간부회의에서 “이번 1심 판결은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에 있어 중대한 오류”라며 “상급심에서 바로잡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서울시정은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림 없이 운영돼야 한다. 직원 여러분도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며 “저 역시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흔들림 없이 책임 있는 자세로 시정을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