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연재 '노규민의 컬처N토크'는 대중·예술·전통문화계 현장과 작품, 이슈에 대해 AI와 나눈 대화를 함께 엮어 작성한 기사입니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여러 나라 일부 지역 하천에 서식하는 민물고기 '가시고기'는 산란기부터 새끼가 부화해 독립할 때까지 목숨을 걸고 지키며 보호하는 습성이 있어 부성애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대중에게 '가시고기'는 소설, 연극 제목으로 더 익숙하다. 조창인 작가가 2000년 발표한 소설 원작은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살리기 위한 아버지의 눈물겨운 부성애를 담아 300만 부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과거의 '아버지'는 그저 무뚝뚝하고 권위적인 존재였다. 자녀들은 기쁜 일이 있을 때나 슬픈 일이 있을 때 '아빠'보다 '엄마'를 먼저 찾았다. '가시고기'라는 소설이 나오기 전인 1990년대 후반까지, 가족을 소재로 한 문학 작품 중 모성애 중심 이야기가 많았던 이유다.
소설 '가시고기'는 아들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신선한 감동을 안겼다. 특히 아버지이기에 고통을 호소하지 않고 묵묵히 현실을 견뎌내며 오로지 자식에게 '희망'을 안기는 모습으로 더욱 짙은 여운을 남겼다.
드라마, 영화 등에서도 '부성애'를 그린 작품이 잇따라 등장했다. 2013년 개봉작 '7번방의 선물'은 지적장애를 가진 아버지가 딸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결국 사형대에 오르게 되는 비극으로 1200만 관객을 울렸다. 이 영화 역시 '가시고기'처럼 '부성애'를 힘센 아빠의 영웅담이 아니라 순수한 희생과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담아내며 공감을 이끌었다.
AI는 '7번방의 선물'에서의 '부성애'에 대해 "극 중 '용구'(류승룡)는 장애가 있어 자신의 감정을 말로 유창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하지만 행동으로 딸을 웃게 만들고, 위험한 상황에서 딸을 지키려 하며, 딸이 두려워하지 않도록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는다. 이처럼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부성애'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개봉작 '좀비딸'은 한국 영화가 최악의 침체기에 빠져 있을 때 564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한 코미디 영화다. 제목은 '좀비딸'이지만 좀비보다 딸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부모는 어디까지 자식을 사랑할 수 있는가"라는 보편적이면서도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딸이 좀비가 됐다. 예전처럼 말하지 못하고 자칫 가족을 해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딸을 두고 도망치지 않는다. AI는 "자녀가 어떤 모습이어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다"며 "자식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 그것이 부성애"라고 이야기했다.
요즘 안방극장은 SBS 드라마 '김부장' 열풍이다. 납치된 딸을 찾기 위해 폭주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최고 시청률 23%를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아버지 소지섭과 주상욱이 각기 다른 방식의 부성애를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극 중 전직 북한 특수요원인 소지섭은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내와의 약속, 자녀를 향한 보호 본능으로 자신을 내던진다.
반면 주상욱은 자녀를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선택한다. 자신의 딸만 살면 된다는 이기심으로 비극을 초래한다.
이 작품은 스릴 넘치는 액션으로 재미를 더하지만,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아버지가 자녀를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서로 다른 측면의 부성애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소설, TV, 영화 등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서사는 비슷한 형태를 가진다. 완벽하지 않은 인물인 아버지는 처음에 자녀와 갈등을 겪는다. 그리고 결정적인 위기가 찾아오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결국 자녀는 아버지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이러한 구조가 관객의 감정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리며 후반부에 큰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것이다.
AI 또한 "부성애를 소재로 한 작품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히 '아버지의 사랑'을 그려서가 아니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존재가 극적인 순간에 감정을 폭발시키며 관객에게 강한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아버지의 눈물이 유독 더 슬프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부성애'를 담은 작품이 많아진 이유에 대해 "과거에는 아버지가 권위적인 존재로 그려졌다면 최근에는 함께 육아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부모·자식 관계가 많아졌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가 젊은 세대에게도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부성애'를 담은 작품은 '가족애'라는 정서를 바탕으로 성장, 화해, 책임, 용서라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가 더해지면서 시대와 문화를 넘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와 비교해 아버지의 역할은 달라졌지만, 자녀를 향한 부모의 마음은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힘'이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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