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N] 고조선의 마지막 왕, 마한 땅에 서다...뮤지컬 ‘한왕’이 품은 새로운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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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N] 고조선의 마지막 왕, 마한 땅에 서다...뮤지컬 ‘한왕’이 품은 새로운 서사

뉴스컬처 2026-07-22 16:24:32 신고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잊혀졌던 고대사가 무대 위에서 다시 살아난다.

고조선의 마지막 왕이 모든 것을 잃고 낯선 땅으로 향하는 여정, 그리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부딪히고 결국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담은 창작 뮤지컬 ‘한왕! 바람, 노래가 되다’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고대사를 누구나 따라갈 수 있는 감정과 음악으로 풀어낸다. 역사적 사건을 나열하기보다 사람의 선택과 관계에 집중하면서 관객이 자연스럽게 이야기 안으로 스며들게 만든다.

작품은 초연 이후 보완을 거쳐 오는 8월 다시 무대에 오른다. 기존의 서사를 유지하면서도 합창곡을 포함한 신곡 다섯 곡이 추가되었고, 마한 장로 덕지를 중심으로 한 갈등 구조가 더욱 또렷하게 정리됐다. 음악은 감정을 더 깊게 전달하고, 인물 간의 긴장은 더욱 분명해졌다. 전체적인 구성은 복잡함을 덜어내고 이야기의 집중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다듬어졌다.

뮤지컬 ‘한왕! 바람, 노래가 되다’ 공연 모습. 사진=극단 작은소리와 동작
뮤지컬 ‘한왕! 바람, 노래가 되다’ 공연 모습. 사진=극단 작은소리와 동작

이야기는 기원전 194년에서 시작된다. 반란으로 왕위를 잃은 준왕이 백성과 함께 남쪽으로 내려오는 장면은 삶의 기반을 잃은 공동체의 선택을 보여준다. 바다를 건너는 과정은 두려움과 희망이 동시에 존재하는 시간이며, 그 안에서 인물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버텨낸다. 이 여정은 이후 펼쳐질 이야기의 감정적 토대를 만든다.

첫 장면에서 들려오는 ‘어아가’는 작품의 정서를 단번에 전달한다. 상실과 슬픔 속에서도 함께 노래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관객의 감정을 끌어당긴다. 작품에서 음악은 이야기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한다. 노래는 인물의 감정을 설명하는 동시에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마한에 도착한 이후 이야기는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두 집단은 쉽게 가까워지지 않는다. 철과 농기구, 무기와 의례를 둘러싼 차이는 생활 방식뿐 아니라 가치관의 차이까지 드러낸다. 준왕과 군장 불사의 대립은 이러한 긴장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이 옳다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작은 변화가 시작된다. 함께 음식을 나누고, 술을 마시고, 노래와 춤을 주고받는 과정 속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쌓인다. 특히 모루와 아리의 관계는 이 변화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은 두 공동체가 점차 연결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마한의 장로 덕지는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긴장을 다시 끌어올린다. 그는 두 집단이 섞이는 것을 경계하며 갈등을 키우고, 결국 공동체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이 과정은 내부의 균열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인물들은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다. 떠날 것인지, 남을 것인지, 서로를 받아들일 것인지. 준왕과 불사는 처음의 대립에서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하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이 변화는 사건과 감정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마한 어아가’가 울려 퍼지는 장면은 두 집단이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로 다른 목소리와 리듬이 하나의 노래로 완성되는 과정은 시각과 청각 모두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 장면은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외부의 위협은 공동체를 다시 시험에 들게 한다. 위기가 닥치면서 인물들은 각자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갈등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있다. 인물들은 결국 함께하는 길을 선택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간다.

뮤지컬 ‘한왕! 바람, 노래가 되다’ 공연 모습. 사진=극단 작은소리와 동작
뮤지컬 ‘한왕! 바람, 노래가 되다’ 공연 모습. 사진=극단 작은소리와 동작

마지막에 준왕이 ‘한왕’이라는 이름을 얻는 순간은 이야기의 주요 포인트다. 이는 서로 다른 두 집단이 하나의 공동체로 거듭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고조선과 마한이 만나 새로운 ‘한’의 역사가 시작된다는 설정은 하나의 선언처럼 다가온다.

무대에서는 전통적인 움직임과 현대적인 표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어깨를 활용한 동작과 발의 리듬이 맞물리며 시각적인 재미를 더한다. 이 안무는 서로 다른 문화가 어우러지는 모습을 몸의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야기의 감정을 더욱 또렷하게 전달한다. 주요 인물들은 각자의 변화와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이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끈다. 특히 화자의 역할을 맡은 한왕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이야기 전체를 안정적으로 끌고 간다.

작품은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지금을 사는 우리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고, 갈등을 겪고, 결국 함께 살아가는 과정은 오늘의 사회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한왕! 바람, 노래가 되다’는 고대사를 어렵지 않게 풀어낸 작품이다. 노래와 춤,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은 부담 없이 공연을 따라가면서도 깊은 여운을 느끼게 된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남는 것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잔잔한 감정이다.

뮤지컬 ‘한왕! 바람, 노래가 되다’ 포스터. 사진=극단 작은소리와 동작
뮤지컬 ‘한왕! 바람, 노래가 되다’ 포스터. 사진=극단 작은소리와 동작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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