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티가 던진 노동시장 숙제…AI 시대 다시 불붙은 '노동 유연화'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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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티가 던진 노동시장 숙제…AI 시대 다시 불붙은 '노동 유연화' 논쟁

르데스크 2026-07-22 16:16:45 신고

글로벌 IT기업 유니티의 국내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 갈등을 계기로 노동시장 유연화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미국에서는 사업부 폐지나 조직 개편에 따라 신속한 인력 조정이 가능하지만 국내에서는 엄격한 노동법으로 인해 대기발령과 휴업명령 등 우회적인 방식의 구조조정이 장기화되면서 기업과 근로자 모두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인공지능(AI) 시대 산업 변화 속도에 걸맞은 노동시장 제도 개편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유니티테크놀로지스코리아지부(유니티 노조)는 서울 강남구 빗썸금융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니티의 구조조정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했다. 유니티테크놀로지스는 세계적인 게임 엔진 '유니티(Unity)'를 개발한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2020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이후 글로벌 사업 재편을 추진하며 세계 각국 지사의 인력 감축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미국 본사는 2023년부터 한국 지사 구조조정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전체 인력의 절반가량을 감축했다. 이후 오퍼월(Offerwall) 사업 축소에 이어 올해 초 직원 11명을 대기발령했고 이 가운데 6명은 회사를 떠났다. 퇴사를 선택하지 않은 5명에게는 지난 4월 휴업명령이 내려졌으며 현재 이들은 업무에서 배제된 채 평균임금의 약 70% 수준인 휴업수당을 받고 있다.

 

▲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IT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미국식 레이오프(Layoff·인력 감축)와 한국 노동법 간의 충돌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22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빗썸금융타워 사옥 앞에서 열린 유니티노조의 구조조정 중단 촉구 기자회견 현장. ⓒ르데스크

 

유니티 노조는 회사가 한국의 엄격한 해고 요건을 우회하기 위해 사실상 자진 퇴사를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미국 본사는 한국 노동법상 정리해고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대기발령과 휴업명령을 통해 퇴사를 압박하고 있다"며 "수년간 회사를 위해 일한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은 외면한 채 임금의 70%를 지급하고 있으니 문제가 없다는 논리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유니티 노조 관계자는 "미국 본사는 해고 요건을 한국 법적으로 충족하지 못함을 알기에 구조조정 인원들이 자진 퇴사에 불응하자 현재 월급을 70% 수준으로 삭감하고 퇴사를 압박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의 노동법과 절차를 깡그리 무시하는 행위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수년간 유니티를 위해 헌신했던 노동자들의 향한 회사의 배려나 책임을 찾아볼 수 없다"며 "노동을 제공하지 않음에도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받고 있으니 경제상, 생활상 불이익이 크지 않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유니티 사례는 글로벌 IT 기업의 미국식 인력 감축 방식이 국내 노동법 체계와 충돌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경영상 판단에 따라 비교적 신속하고 유연한 인력 감축이 가능한 반면, 한국은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요건이 엄격해 동일한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적 간극을 메우는 과정에서 대기발령이나 휴업명령 등이 활용되면서 기업과 노동자 간의 갈등이 장기화되는 부작용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 과거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IT 기업들의 국내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 같은 마찰은 반복적으로 나타난 바 있다. 구글은 지난 2023년 전 세계 임직원 약 1만2000명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이후 한국 지사에서도 인력 감축을 추진했다. 그러나 한국의 엄격한 해고 요건으로 인해 일괄적인 감원이 어려워지자 권고사직 방식을 택했고, 일부 직원이 이에 반발하면서 노사 갈등으로 번졌다. 당시 이 사건을 계기로 구글코리아 노동조합이 출범해 고용 안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글로벌 감원 기조에 발맞춰 국내 지사 인력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본사의 방침과 국내 노동법 사이의 괴리에서 갈등이 심화된 바 있다.

 

▲ 미국에서는 경영상 판단에 따라 비교적 신속하고 유연한 인력 감축이 가능하다. 사진은 미국 뉴욕주 뉴욕시의 월스트리트 거리 표지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사례는 미국식 구조조정 방식과 국내 노동법이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로 지목된다. 미국에서는 경영상 판단에 따라 비교적 신속한 인력 감축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근로기준법상 해고 요건과 절차가 엄격해 동일한 방식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어렵다. 이에 대기발령이나 휴업명령, 권고사직 등이 사실상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노사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비단 유니티만의 문제가 아니다. 구글은 2023년 전 세계 1만2000명 규모의 감원을 단행한 뒤 한국에서도 인력 조정을 추진했지만 엄격한 해고 요건으로 권고사직 방식을 선택했고 이를 계기로 구글코리아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글로벌 감원 과정에서 본사의 구조조정 방침과 국내 노동법 사이의 간극으로 노사 갈등을 겪었다.

 

이는 양국의 노동법 체계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정리해고 역시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과 해고 회피 노력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해고 예고 의무와 노동위원회를 통한 부당해고 구제 절차도 마련돼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 전문가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문제로 지적되는 것처럼 한국 특유의 경직된 노동시장이 외국 자본이 국내 기업과 시장에 선뜻 투자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은 지난 21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사진=연합뉴스]

 

반면 미국은 '임의고용' 원칙을 적용한다. 기간을 정한 계약이나 단체협약이 없는 경우 사용자와 근로자는 특별한 사유 없이도 고용관계를 종료할 수 있다. 다만 노동조합 활동이나 인종·성별 등에 따른 차별적 해고는 연방법상 금지된다.

 

경제계는 이러한 제도적 차이가 글로벌 기업의 투자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AI와 소프트웨어 산업은 기술 변화가 빨라 조직 개편과 인력 재배치가 빈번한데 한국에서는 인력 조정에 장기간이 소요되면서 경영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은 인건비와 법적 리스크를 부담하고 근로자는 장기간 업무에서 배제되면서 경력 단절과 재취업 어려움을 겪는 등 결국 양측 모두 손실을 입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기업은 사업 환경 변화에 맞춰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하지만 우리나라 노동제도는 근로자 보호에 무게가 실려 있어 기업 부담이 큰 편"이라며 "대기발령이나 휴업명령이 장기화되면 기업뿐 아니라 근로자도 경력 공백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 리스크가 높은 환경은 외국계 기업의 투자와 국내 고용 확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노동시장 유연화는 단순히 해고를 쉽게 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산업 변화에 맞춰 인력을 적시에 채용하고 재배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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