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토지나 건물처럼 움직여서 옮길 수 없는 재산을 말합니다. 사람의 거주지가 걸린 문제이니 만큼 개인 재산 중에서는 구매 및 거래과정이 가장 복잡하고 까다로우며 가격도 어마어마합니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규제와 세금이 가장 강력한 시장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비즈니스플러스는 최근 이슈 및 업계 동향에 대해 쉽게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요즘 부동산에 대해 하나하나씩 알아가볼까요. [편집자주]
부동산 거래에서 근저당권 설정은 오랜 기간 활용돼 온 합법적 계약 방식이지만, 금융규제가 강화된 환경에서는 거래의 실질과 목적에 따라 '정상적 금융기법'과 '규제 우회' 사이의 경계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자택 매각 과정에서 매수인 명의로 약 17억7000만원 규모의 근저당권이 설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동산 거래에서 활용되는 '준소비대차 계약'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업계 및 법조계 등에선 해당 계약 형태 자체는 민법상 허용되는 일반적인 거래 방식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지만, 계약 체결 시점과 자금조달 구조에 따라서는 정부의 대출 규제 취지를 우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논란은 특정 거래의 적법성 여부를 넘어 최근 강화된 금융규제 아래에서 부동산 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일반적인 부동산 매매에서는 매수인이 잔금을 지급하면 동시에 소유권이 이전된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잔금 마련이 늦어지거나 재건축·재개발 일정상 소유권 이전을 먼저 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활용되는 것이 준소비대차 계약이다. 매도인이 아직 받지 못한 잔금을 일종의 채권으로 전환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해 매수인 소유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법조계에선 이러한 계약이 민법상 계약 자유 원칙에 따라 허용되는 전형적인 담보거래로 보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 전문 로펌들과 다수의 법률 해설에서도 잔금 지급이 일정 기간 연기되는 경우 채권 보전을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사례는 실무에서 꾸준히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최근에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이러한 방식이 더욱 자주 등장한다. 사업시행인가나 관리처분인가, 조합원 지위 승계 등 일정한 법정 기한 이전에 소유권 이전을 마쳐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매수인은 이주비 대출이나 사업비 대출이 실행될 때까지 자금이 부족할 수 있고, 매도인은 잔금 확보를 위해 근저당권이라는 담보를 확보하게 된다.
법률적으로는 근저당권 설정 자체를 문제 삼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근저당권은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대표적인 물권으로 민법이 예정한 제도이며, 금융기관뿐 아니라 개인 간 채권 관계에서도 얼마든지 설정할 수 있다.
실제로 법원 판례 역시 채권이 존재하고 담보 목적이 명확하다면 개인 간 근저당권 설정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이번 논란에서 핵심은 근저당권 자체보다 거래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졌느냐에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매수인이 예상하지 못한 자금 사정으로 잔금 지급이 늦어진 경우와 처음부터 금융규제를 피하기 위해 근저당 설정을 전제로 계약을 설계한 경우는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법률상 효력과 별개로 규제의 취지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사회적 논란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무에서는 이자 약정도 중요한 계약 요소로 꼽힌다. 통상 잔금 지급이 늦어질 경우 당사자들은 일정한 이율을 적용한다. 세법상 인정이자율이나 민법상 법정이율 등을 참고해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많다. 반대로 이자 지급 약정이 없거나 변제 시기가 불명확하면 거래의 실질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법조인들은 채권이 실제 존재하는지, 변제 계획이 구체적인지, 이자 지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지가 모두 거래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요소라고 설명한다. 결국 근저당권은 형식보다 실제 계약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언뜻 오해하기 쉬운 부분 가운데 하나는 근저당권이 매도인에게 유리하기만 한 제도라는 인식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매수인이 끝내 잔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매도인은 근저당권을 실행해 경매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경매가가 기대보다 낮게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소송비용과 집행비용 역시 부담해야 한다. 시장에선 담보가 있다고 해서 채권 회수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오히려 거래가 장기간 불확실성에 놓일 경우 가장 큰 부담은 매도인이 떠안게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업계에선 최근 이러한 계약이 늘어난 배경으로 금융규제를 꼽는다. 정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와 고가주택 대출 제한 등으로 정상적인 금융권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매도인이 사실상 금융기관 역할을 일부 대신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셀러 파이낸싱'(Seller Financing)과 유사한 구조로 해석하기도 한다. 미국 등 해외에서도 개인 간 금융을 활용한 부동산 거래는 존재하지만, 대부분 이자율과 상환 일정, 담보권 행사 조건 등을 계약서에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국내에서도 거래가 복잡해질수록 법률 검토와 세무 검토를 함께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장에선 앞으로 이 같은 거래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법률적으로는 허용되는 거래라 하더라도 금융규제의 실효성을 훼손하는 수단으로 반복 활용될 경우 제도 보완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근저당권 설정 자체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으며, 자금조달계획서와 거래신고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고 계약 내용이 적법하다면 원칙적으로 거래는 유효하게 인정된다.
결국 이번 논란은 근저당권이라는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거래 목적과 자금조달 구조를 시장과 사회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근저당권이 설정됐다는 사실만으로 편법 또는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거래의 실질과 계약의 투명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시장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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