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노태문 세트(DX) 부문장 겸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RX(로보틱스 경험)사업추진실'을 신설하고 미래 로봇 시장을 향한 대대적인 조직 재편에 나섰다. 기초 연구개발(R&D)이나 탐색적 과제 수행 단계를 넘어 로봇을 반도체(DS)와 함께 전사 실적을 견인할 확실한 핵심 수익 창출로 육성하겠다는 명확한 사업화 선언이다.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은 로봇 관련 컨트롤 타워 구축이다. 기존에 전사적으로 파편화돼 있던 관련 조직이 이번 RX사업추진실 산하로 전격 일원화됐다. 지난해 말 오준호 KAIST 명예교수를 단장으로 영입하며 띄운 미래로봇추진단을 비롯해 삼성리서치의 선행 R&D 조직, 생산기술연구소의 로봇 개발팀 등 전사의 핵심 전력이 하나로 결집했다.
사업부 내 조직이 아니라 대표이사 직속의 '실(室)'급으로 격상해 경영 수뇌부의 신속한 의사결정 아래 대규모 투자와 유연한 외부 인재 영입을 주도하며 사업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로봇 컨트롤 타워를 전격 가동한 배경에는 DX 부문의 실질적 위기감이 자리한다. 반도체(DS)가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초유의 실적을 기록하는 동안 DX 부문은 가전 부진과 스마트폰 정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RX사업추진실을 필두로 로봇을 DX 부문의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로봇 수요는 공장 등 산업 현장뿐 아니라 가정과 식당, 병원, 요양시설 등 사회 곳곳에서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며 "삼성그룹 내부용 AI 데이터센터와 함께 로봇 관련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차세대 로봇 패권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중심으로 기술 우위 확보에 잰걸음이고 LG전자 역시 상업용 로봇 라인업을 대폭 강화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가 이번 조직 개편에서 현대차그룹 출신의 이동건 부사장을 로보틱스 전략팀장으로 선임하고 김현진 서울대 교수, 김의겸 아주대 교수 등 세계적 석학을 전격 합류시킨 것도 이러한 경쟁 구도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그룹 차원의 대규모 제조 데이터를 총동원해 단기간 내 기술 격차를 벌려 나갈 계획이다. 가전·스마트폰·반도체를 넘어 부품과 건설과 중공업 등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현장 데이터 자산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구미 '로봇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하고 서울R&D캠퍼스와 연계해 로봇 지능화 및 제어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로봇 사업이 3단계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한다. 독자적인 인공지능(AI) 및 사용자 경험(UX) 기술을 더한 혁신 가전 로봇을 선보이며 가정용·상업용 로봇 초기 시장 선점에 나선다. 이어 그룹 차원의 제조 현장과 AI 팩토리를 무대로 산업·제조용 로봇의 조기 상용화를 추진한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건설 현장 등에 선제 적용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한 뒤 대규모 기업간거래(B2B) 시장으로 공급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선행 연구 단계에 머물던 휴머노이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보유한 인간형 로봇 플랫폼과 자율 제어 기술에 삼성전자의 AI 제어 역량을 전면 결합해 차세대 휴머노이드를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전 계열사 제조 데이터와 R&D 거점 연계는 분명한 강점"이라면서도 "로봇 사업의 핵심은 변수가 많은 실제 상용 환경에서의 안정적인 동작 검증인 만큼, 얼마나 빠르고 정교한 제어 솔루션을 구현해 내는지가 상용화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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