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출구를 열었다고 믿지만 시장은 이를 막다른 골목으로 읽는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높이되 양도세 강화는 1년 뒤로 미루겠다는 정부의 ‘시간차 조정’ 유예안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매물 잠김을 막고 시장을 연착륙시키려는 청와대의 고심 찬 흔적이자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시도 자체는 정무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이러한 시한부 처방은 정책의 선의와 달리 현장에서 가혹한 눈치싸움과 시장 마비를 부추기는 병목의 함정이 될 우려가 크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를 1년 뒤에 닫히는 철문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구조적 개선 없는 유예는 퇴로가 아니라 예고된 폭탄이다. 일각에서는 마감 직전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매물이 쏟아져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 낙관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기한이 지나면 사라질 단기적 착시일 뿐이다. 유예가 끝나고 철문이 완전히 닫히는 순간, 시장은 이전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극심한 공급 대기근인 ‘2차 공급 동결’을 맞이하게 된다. 1978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프로포지션 13’ 사태가 증명하듯 세제의 정교함이 결여되면 도심 내 매물 순환이 즉각 멈추고 장기적 공급 절벽이 발생한다. 기한을 정해둔 압박은 다주택자의 자산을 시장으로 선순환시키기보다 오히려 증여나 무기한 관망세로 문을 걸어 잠그게 만드는 역설을 낳는다.
여기에 더해 1주택자라도 실제 거주하지 않았다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축소하겠다는 구상은 정책의 시선이 현장의 현실과 얼마나 괴리돼 있는지 보여준다. 이를 기계적으로 ‘갭투자’라 평할지 모르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직장 근처의 비싼 전세를 감당하기 위해 자산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분당, 일산, 판교 등 경기 신도시에 미래의 내 집을 미리 마련해 둔 중산층의 ‘징검다리 주거 전략’이기 때문이다. 지방 발령이나 자녀 교육으로 잠시 집을 비워둔 이들을 주거 안정을 해친 주범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수량적 이분법에 갇힌 행정 편의주의는 도심 속 다채로운 삶의 방식을 포착하지 못한다.
가장 큰 우려는 이 시한부 눈치싸움의 대가가 결국 시장의 가장 약한 고리인 임차인에게 넘어간다는 사실이다. 독일 베를린 시 정부가 공급자를 옥죄는 규제 일변도의 임대료 통제 정책을 폈을 때 시장은 신축 공급을 반 토막 내며 응수했고 늘어난 비용은 편법 관리비 형태로 세입자에게 전가됐다. 규제의 무게가 약자에게 얹히는 ‘조세 귀착’의 법칙이다. 대규모 이주 수요가 맞물린 경기도 전역의 임대차 시장 역시 이 직격탄을 맞기 쉽다. 불안 체온이 높은 경기 외곽 지역에서 집주인들이 세금 부담을 임대료에 미리 얹기 시작하면 그 고통은 고스란히 청년층과 무주택 가구의 주거비 폭등으로 이어진다.
시장을 정상화하는 정석은 복잡하지 않다. 보유세를 현실화해 자산 가치에 맞는 세금을 매기더라도 양도세와 취득세 같은 거래세 문턱은 구조적·영구적으로 과감하게 낮춰야 한다. 그래야 매물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제 박자에 맞춰 움직인다. 물길을 막아둔 채 1년 뒤에 둑을 더 높이겠다고 예고하면 물은 아래로 흐르지 않고 사방으로 넘쳐 이웃의 밭을 망칠 뿐이다. 부동산 세제는 특정 시기만 모면하면 되는 임시 카드가 아니라 도시의 동맥을 흐르게 하는 장기적인 제도적 인프라다. 정부는 시한부 유혹에서 벗어나 시장이 영속적으로 순환할 수 있는 진짜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 시장은 결코 정부의 타임라인에 맞춰 유예되지 않는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