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금융위원회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규율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에 속도를 낸다. 가상자산 분류와 사업자 행위 규제, 시장 질서, 이용자 보호를 하나의 법체계로 묶는 방안이다. 인공지능(AI)이 상품 탐색부터 구매·결제까지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커머스’는 금융안정과 책임소재 위험을 따져 규제 샌드박스에서 먼저 검증한다.
유영준 금융위 디지털금융정책관은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전략경제 포럼’에서 “가상자산 입법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완료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며 “스테이블코인 입법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재정경제부와 산업연구원이 주최·주관했다. 금융위는 스테이블코인의 통화·외환정책 영향과 이용자 보호, 글로벌 규제 정합성을 반영한 규율체계를 신속히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법안에는 △가상자산의 분류와 정의 △사업자의 영업행위 기준 △불공정거래 규율 △발행·유통 시장 질서 △이용자 자산 보호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의 준비자산 관리와 상환 의무, 유통 과정의 감독 체계도 핵심 논의 대상으로 꼽힌다.
▲ 10개 법안 병합···9월 통합안 추진
현재 국회에는 여야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10건이 계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달 17일 전당대회와 정책위의장 인선이 마무리되면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를 다시 꾸리고 정부와 통합안을 조율할 계획이다. 당정 협의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9월 통합 법안 발의가 추진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 심사 속도를 높이기 위해 매월 두 차례 이상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여는 방안을 제시했다. 금융위도 지난 15일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연내 디지털자산 입법 완료를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제도화와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방지 규율 강화가 하반기 과제에 포함됐다.
▲ 은행 51%·거래소 지분 규제···쟁점 여전
입법 속도와 별개로 세부 규율을 둘러싼 이견은 남아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이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컨소시엄으로 제한할지,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에게 15~20% 수준의 지분 상한을 적용할지가 대표적이다. 상반기 관계기관 논의에서는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은행 중심 발행 구조는 통화·금융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가 바탕에 깔려 있다. 핀테크와 가상자산 사업자 측은 은행에 발행 주도권을 집중하면 민간 혁신과 시장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지난 1월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의 주주 구성과 발행 주체 등 2단계 입법의 주요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공식 설명했다. ‘은행 51% 룰’은 정부 확정안이 아닌 관계기관 협의 사안이다.
▲ AI가 구매·결제까지···3년 실증론
정부는 스테이블코인 입법과 달리 AI 에이전트 커머스 도입에는 단계적 접근을 택했다. AI 에이전트 커머스는 이용자의 지시를 받은 AI가 상품 비교와 구매 결정, 서비스 신청, 대금 결제까지 자동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유 정책관은 AI 에이전트의 이해충돌과 오류 행동, 복수의 AI가 유사한 결정을 내리는 동조 현상 등을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금융회사와 결제망으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 잘못된 거래의 책임 주체, 이용자의 취소·환불 권리도 점검 대상으로 거론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AI 커머스를 실증하고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3년간 단계별 실증을 거치는 로드맵을 제안했다. 기술을 먼저 허용한 뒤 문제가 발생할 때 규제하는 방식보다 결제 한도와 책임 범위, 감독 주체를 실증 과정에서 확인하자는 취지다.
결제 인프라를 둘러싼 의견은 갈렸다. 이유진 젝토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이 카드망보다 수수료와 정산 기간을 줄일 수 있어 AI 커머스의 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진 교수는 "민간 혁신과 온체인 활용 측면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보다 스테이블코인이 적합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 연구부위원장은 "특정 결제 기술을 전제로 제도를 설계하기보다 기술 중립적인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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