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대출 연체율은 1.00%로 지난해 4분기(0.92%)보다 0.08%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연체율은 아직 장기평균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건전성 악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실제 다중채무자 가운데 저소득·저신용 가계와 자영업자로 구성된 취약 차주 비중은 지난해 3분기 말 6.4%에서 올해 1분기 말 6.7%로 확대됐다. 취약 차주는 소득과 신용도가 모두 낮고 여러 금융기관에서 빚을 보유한 경우가 많아 금리 상승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계층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 한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에도 반영되는 만큼 취약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제 금리 상승은 차주의 이자 부담 증가로 직결된다. 앞서 한은이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했을 때 차주 전체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1조8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차주 1인당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29만6000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추가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 이자 부담은 그만큼 더 늘어날 수 있다.
취약계층의 부담은 이미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이자비용은 13만6515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6% 증가했다. 반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이자비용은 같은 기간 23.9% 늘어 전체 평균 증가율 대비 3배를 웃돌았다. 금리 상승 충격이 저소득층에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통화정책 긴축 국면이 장기화하면 취약 차주의 상환 능력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득 증가 속도가 이자 부담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면 연체가 늘고, 이는 금융권 건전성에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금리는 이미 높은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상황"이라며 "기준금리가 앞으로 두 차례 더 인상되면 취약 차주의 상환 부담이 급격히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