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폐회식 행사 연출 맡은 원일 총감독…수문장·강강술래 등 선보여
"종묘 지붕 아래 화합 메시지 담아…'문화 강국' 한국 더 알리고 싶어"
(부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한식을 담는 그릇 가운데 순백의 백자를 가장 좋아합니다. 어떤 요리나 반찬을 담아도 맛있어 보이거든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개회식 연출을 맡은 원일 총감독은 지난 19일 저녁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공연을 설명하며 '그릇'을 언급했다.
원 총감독은 공연이 끝난 다음 날인 20일 취재진과 만나 "종묘 정전의 지붕 아래에 한국의 빛, 한국의 문을 보여줌으로써 화합의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각국 대표단, 학계 전문가 등 1천여 명 앞에서 펼쳐진 공연은 광화문을 배경으로 한 수문장의 사열을 시작으로 승무, 태평무, 강강술래 등을 바탕으로 한 무대를 선보였다.
홍보대사인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도 짧은 연설로 힘을 보탰다.
원 총감독은 "시각적으로는 광화문의 빛이 부산의 빛으로 이어지고, 공간적으로는 한국의 문을 활짝 열어 세계인을 맞이하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길지 않은 공연인 만큼 화려하고 복잡한 장치보다는 '한국의 문', '태평의 문', '사유의 문' 등 각 공연이 서로 어우러지도록 신경 썼다"고 말했다.
"제 이름으로 하는 공연이었다면 전통을 틀어서 한층 과격하게 했겠죠. 하지만 대한민국의 무대에서는 유산의 품위와 격을 지키는 데 집중했습니다."(웃음)
총감독을 맡기 훨씬 전부터 그는 국가유산과 연을 맺어왔다.
국가무형유산 '피리정악 및 대취타' 이수자인 그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창의적인 연출로 공연계에서 주목받아 왔다.
2019년 서울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총감독을 맡아 한국의 스포츠 100년 여정을 풀어냈고 2024∼2026년 ACC 월드뮤직페스티벌 예술감독 등을 지냈다.
원 총감독은 "지난 4월 총감독으로 위촉된 이후부터 오프닝 무대로 수문장 교대 의식을 콕 찍었다"며 "'쿵'하고 치는 우렁찬 북소리에 설렜다"고 말하며 웃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위원회의 시작인 만큼 그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원 총감독은 한국의 세계유산 17건을 비추는 영상과 관련, "가장 품이 많이 들어간 부분"이라며 "어떠한 왜곡이나 오류가 없도록 계속해서 점검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공연에 참여한 무용수, 수문장 모두 고생했다며 공을 돌리기도 했다.
원 총감독은 "25명의 무용수가 서로 손을 맞잡고 거대한 원을 이루며 도는 '화합의 문' 무대를 위해 석 달 가까이 시간을 쪼개 밤마다 연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깔끔했다', '전체적으로 괜찮았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이 세계를 이끄는 리더로서 당당하게 선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문화 강국' 한국의 위상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바랐다.
"젊은 시절 해외 공연을 가면 자괴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저렇게 안 될까' 고민했죠. 그러나 이제는 한국의 문화적 위상이 달라졌습니다."
위원회를 마무리하는 28일 폐회식 공연은 어떤 모습일까.
원 총감독은 "피곤할 때 에너지 음료를 찾게 되듯 폐회식에서는 톡 쏘는 맛의 공연을 선보일 것"이라며 "애프터 파티(After-Party·뒤풀이)"라고 귀띔했다.
굿 음악 선율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음악을 선보여온 국악 밴드 '악단광칠', 전통 농악과 테크노를 섞은 음악으로 주목받은 페기 굿 등이 '작별 인사'를 할 예정이다.
원 총감독은 다음에 도전하고픈 과제로 인류의 오랜 시간을 품은 자연유산을 꼽았다.
그는 "운석이 떨어지며 지구 표면에 상처를 남긴 멕시코 유카탄반도, 제주 한라산 백록담 등 자연유산을 주제로 다양한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산은 우리의 삶과 자연에 수 놓인 보석 같아요. K-컬처가 그러했듯 한국의 정신과 철학을 담은 K-헤리티지, 또 한국학도 가치가 널리 알려지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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