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명태균 여론조사'에 대한 첫 사법 판단이 오는 22일 나온다.
만일 1심에서 시장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원 이상이 선고될 경우 오 시장은 상급심이 진행되는 동안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게 된다. 반대로 무죄나 벌금 100만 원 미만이 선고되면 오 시장은 자신이 추진하는 민선 9기 주요 정책에 힘이 실리고 야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변수는 최근 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에서 '묵시적 의사 합치'를 인정하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는 점이다. 특검팀이 징역 1년 6월을 구형한 가운데 재판부가 이와 동일한 법리를 적용할 경우 오 시장 역시 유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법원, 22일 오세훈 1심 녹화중계…尹 판결 법리 적용 여부 주목
특검, 1년 6월 구형…재판부에 '尹 유죄 판결' 의견서 제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항우)는 오는 22일 오후 2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1심 선고를 진행한다.
재판부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요청에 따라 1심 선고를 녹화중계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태균 씨로부터 총 10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 씨가 조사비용 약 3천300만 원을 대신 지급하게 한 혐의로 지난해 불구속 기소됐다.
특검은 오 시장이 선거 전략에 활용할 목적으로 반복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대납 과정에 관여하거나 최소한 이를 인식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오 시장은 의뢰나 지시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김 씨의 대납 사실도 몰랐다고 항변하고 있다.
쟁점은 △명 씨가 제공한 여론조사 결과가 정치자금법상 '기부'에 해당하는지 △오 시장이 비용 대납을 인식하거나 승낙했는지 여부다.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에서 재판부가 '묵시적 의사 합치'를 인정하며 유죄 판결을 내린 점이 변수로 거론된다. 당시 법원은 "여론조사 결과는 금전적 가치가 충분하며 무상 제공은 정치자금법상 기부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특검은 이 판결을 근거로 오 시장 사건에도 동일한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오 시장은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가 필요하다'고 했고, 명 씨는 이를 위해 결과를 조작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또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시장직 박탈 등 신분상 불이익이 따르더라도 감형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점도 강조됐다.
다만 두 사건의 구조가 달라 동일 선상에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은 명 씨가 직접 무상 제공한 구조인 반면, 오 시장 사건은 제3자인 김 씨가 비용을 대납한 구조다. 따라서 오 시장이 의뢰자였는지뿐 아니라 대납 사실을 알고 승낙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남는다.
법조계와 정치권은 이번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김건희 특검팀은 오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천300만 원을 구형했다.
오 시장에게 벌금 100만 원 이상이 선고되면 시장직 상실 가능성과 함께 향후 보수 대권주자로서 입지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무죄가 선고될 경우 특검의 무리한 기소라는 오 시장 측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다.
앞서 오 시장은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이 사건은 민주당의 정치적 특검법에 따른 정치적 기소"라며 "특검이 제시한 증거 가운데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 증거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반면 특검은 "정치자금법을 준수해야 할 지위에 있었음에도 제3자가 비용을 지급하도록 해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훼손했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책임을 회피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與 "尹에 적용된 법리와 동일 기준으로 판결해야"
더불어민주당은 1심 재판부를 향해 윤 전 대통령과 동일한 잣대로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9일 페이스북에 "오직 법리와 증거로 단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직무대행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 유죄 판결로 불법 행위의 실체가 명백히 드러났다"며 "국민의 시선은 이제 오 시장의 1심 선고로 향하고 있다. 두 사건은 구조적으로 궤를 같이한다는 평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 시장에 대한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불법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와 진술이 제시됐다"며 "천만 서울시민께 면목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 시장은 반성은커녕 '하명 수사, 하명 기소' 운운하며 사법적 판단을 정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사법부는 정치적 압박이나 정무적 고려를 배제하고 법리와 증거에 따라 준엄한 법적 단죄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도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 시장이 현직 서울시장이라는 지위를 이유로 예외나 온정적 잣대를 적용받아서는 안 된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판결과 동일한 기준으로 엄정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죄가 선고된다면 오 시장은 더 이상 억울하다는 말 뒤에 숨을 수 없다"며 "항소권이 정치적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오 시장과 측근들이 선고를 앞두고 특검과 민주당을 향해 '악질 여론 공작', '기우제식 정치 공작'이라며 파렴치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명태균 씨의 진술을 사기극이라 주장하지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한 자가 사기꾼이라면 오 시장 역시 경선에서 사기를 치려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세훈 측 "명태균 진술은 허구…특검·민주당, 재판부 압박"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 측은 1심 선고를 앞두고 특별검사팀과 민주당이 재판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현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선고를 불과 며칠 앞두고 정치 특검이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뒤 언론에 유포하고, 민주당 지도부까지 나서 억지 유죄를 강요하고 있다"며 "이는 사법부 독립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악질 여론 공작이자 재판부 흔들기"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 측은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가 "선고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말한 점,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시장직이 날아간다",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라"고 발언한 점을 거론하며 "판결 직전 사법부를 향해 억지 유죄를 강요하는 정치 공작"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명태균 씨의 진술 신빙성이 무너졌다고 강조했다. 이 특보는 "명씨가 오 시장에게 여론조사를 의뢰받았다고 진술했지만, 디지털 포렌식 결과 설문지가 이미 작성·전송된 시점이 앞서 있었다"며 "카카오톡 대화에도 해당 조사가 '김종인 의뢰'로 기록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검의 기소 금액 산정도 문제 삼았다. 오 시장 측은 "명씨 주장대로라면 비용은 6천500만 원이지만, 특검은 근거 없이 3천300만 원으로 맞춰 기소했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투성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오 시장 캠프는 명태균의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를 선거 전략에 활용한 적이 없다"며 "객관적 팩트와 디지털 포렌식 물증으로 무죄가 입증됐다. 오 시장은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판결을 차분히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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