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서울에 집중됐던 소비를 지역으로 분산하려는 정부와 업계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의료·웰니스 관광을 앞세워 체류형 관광을 육성하겠다는 구상으로, 하지만 의료와 관광 인프라가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넘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은 모양새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관광산업의 성장축을 ‘지방’으로 넓히기 위한 육성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의료·웰니스 관광을 비롯해 지방공항 경쟁력 강화, 권역별 관광벨트 조성 등 연계 사업을 마중물 삼아 체류형 관광 기반을 구축하고, 지역 소비와 수출을 견인하는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의료관광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일반 관광보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의료관광객은 진료뿐 아니라 치료 전후 일정까지 포함해 장기간 체류하는 경우가 많고, 가족이나 보호자를 동반하는 비율도 높다. 숙박, 외식, 쇼핑, 문화체험 등 연관 소비가 함께 발생해 일반 관광객보다 객단가가 높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관광산업으로 꼽힌다.
실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국인 환자는 전년 대비 71.9% 증가한 201만명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00만명을 돌파했고, 생산유발효과도 22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 선결 과제는 ‘기반’ 구축
다만 의료관광 시장이 커질수록 소비는 오히려 서울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의료관광은 병원만 이용하는 산업이 아니라 쇼핑과 숙박, 교통, 통역 등 관광 인프라가 함께 작동해야 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한 의료 수요는 물론 숙박과 쇼핑시설까지 수도권에 집적되면서 지방 의료기관의 경쟁력이 높아졌음에도 환자 분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 의료관광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걸림돌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자 발급과 국제노선 부족, 외국인 대상 의료광고 규제, 컨트롤타워 부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부산은 의료와 관광 인프라를 모두 갖춘 도시로 평가받지만, 직항 노선이 제한적이어서 외국인 환자가 인천공항을 거쳐 이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방 거점공항의 국제노선 확대 등 접근성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지역 의료관광 육성에도 한계가 있다는 데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치료만 받고 서울을 떠나는 구조로는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치료 이후 온천과 해양치유, 산림, 문화, 쇼핑 등을 연계하는 체류형 관광이 안착해야 지역 소비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민간도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추고 있는 모습이다. 오는 2028년 개장을 앞둔 힐튼 웰니스 리조트는 의료와 휴양을 결합한 체류형 관광 수요를 겨냥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서울의 의료 경쟁력과 지역의 온천·해양·산림 등 관광자원을 연계하는 상생 모델이 ‘서울 쏠림’을 완화하고 지역 관광의 새로운 성장축을 만드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체류형 관광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의료 경쟁력 확보가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공항 노선 확대나 접근성 개선은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전제조건일 뿐, 지역 병원의 전문성과 의료인력, 특화 진료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외국인 환자를 지역으로 분산시키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의료관광은 병원 인프라가 가장 중요한 산업인 만큼 단순히 접근성이 개선된다고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 병원과 의료인력, 특화 진료 체계를 먼저 갖춰야 의료관광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해외처럼 호텔에서 머물며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모델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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