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역사를 기록하고 후대에 전하는 행위는 왕조의 정통성을 뒷받침하고 국가 통치의 기틀을 다지는 수단이었다. 특히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에서는 왕의 언행과 국정 운영 전반을 사관이 객관적인 원칙 아래 기록한 뒤 국왕 사후 이를 엄격한 원칙 아래 실록으로 편찬해 보존하는 전통을 발전시켜 왔다.
국립고궁박물관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과 부산박물관은 오는 24일 오후 1시 부산박물관 강당에서 ‘동아시아 왕실의 실록 편찬과 위상’ 국제학술대회를 공동 개최한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부산 개최를 계기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한국, 중국, 베트남의 기록유산 전문가들이 모여 각국 왕실 실록의 편찬 체계, 물질적 특징, 전승 및 활용 과정을 비교하고 고찰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현재 부산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조선의 기록과 문화, 만세에 전하노니’와 연계해 추진된다. 특별전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의 태백산사고본을 비롯해 의궤, 국왕의 어필 등 조선 왕실의 기록 유산을 선보이는 전시다.
학술대회는 오항녕 전주대학교 명예교수의 기조강연 ‘동아시아 실록 편찬의 역사성’으로 문을 연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한국 측 발표자로 강문식 숭실대학교 교수가 ‘조선왕조실록’ 편찬 방식의 변화를, 최현욱 국가기록원 학예연구사가 실록의 종이 재질과 제본 형태 등 물질적 기반에 투영된 왕실 기록의 위상을 분석한다.
뒤이어 중국인민대학 샹쉬안 교수가 청나라 세 황제(태조·태종·세조)의 국정 기록을 담은 ‘청삼조실록’을 중심으로 ‘청실록’의 배포와 일본에서의 활용을 소개하며, 베트남사회과학원 레 투이 린 연구원이 13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이어진 베트남 왕실의 사서 편찬 전개 양상을 다룬다.
이후 김문식 단국대학교 교수, 정선화 국립문화유산연구원 학예연구사, 거샤오한 북경사범대학 교수, 조호연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의 지정토론과 종합토론이 진행된다.
참석자들은 조선을 포함해 한자 문화권 내 청나라와 베트남 왕조가 각기 다른 정치·문화적 맥락 속에서 실록을 어떻게 변용하고 보존했는지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단일 국가의 유산에 국한되었던 시각을 넘어 동아시아 공동의 기록 유산이 갖는 보편성과 특수성을 확인하고, 향후 국제 연구자 간 네트워크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컬처 권수빈 ppbn0101@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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