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법조타운도 양극화…오피스는 공실, 주택은 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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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법조타운도 양극화…오피스는 공실, 주택은 품귀

르데스크 2026-07-21 11:20:56 신고

법원과 검찰청이 밀집한 국내 대표 법조타운인 서울의 서초3동 부동산 시장이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 오피스와 상가는 공실이 늘고 있는 반면 주거용 부동산은 전월세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계약이 이뤄질 정도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법률시장 구조 변화와 업무 방식의 변화가 부동산 시장에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줄어드는 법률사무소…교대역 오피스 시장에 번지는 공실

 

교대역 법조타운 일대에서는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한동안 공실을 찾기 어려웠던 법률사무소 밀집 지역에도 빈 사무실이 늘어나고 있다. 신규 임차 문의 역시 예전보다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법률시장 경쟁 심화와 업무 환경 변화가 맞물리면서 개인 변호사와 중소형 로펌을 중심으로 사무실 규모를 줄이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교대역 오피스 공실률은 2024년 3분기 4.9%에서 같은 해 4분기와 2025년 1분기에는 4.1%까지 낮아졌지만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2026년 1분기에는 6.4%를 기록했다. 현지 중개업계는 법률사무소의 이전과 폐업, 사무실 축소가 공실 증가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보고 있다.

 

서초3동 현지 중개업계 역시 비슷한 분위기를 전했다. 과거에는 법률사무소로 사용할 중소형 사무실을 찾는 문의가 꾸준히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계약 문의 자체가 크게 줄었고 임차인을 찾는 기간도 이전보다 길어졌다는 것이다.

 

서초3동 소재 미래공인중개사무소 이아미 대표는 "예전에는 입지가 좋고 임대료가 적당한 사무실이 나오면 문의가 꾸준히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문의 자체가 크게 줄었다"며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사무실 규모를 줄이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예전보다 눈에 띄게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 최근 서초동 일대가 경기 침체와 AI 활용 등의 영향으로 법률 사무소를 축소하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늘면서 사무실 공실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서초3동 일대에 위치한 변호사 로펌 사무실의 모습. ⓒ르데스크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법률시장 구조 변화가 지목된다. 변호사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사건 수임은 오히려 감소하면서 개인 변호사와 중소형 로펌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4년 개업 변호사는 2만9512명으로 2023년(2만8104명)보다 1408명 증가했다. 반면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소속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는 약 1건으로 10년 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특히 개인 변호사와 중소형 로펌이 주로 맡는 3000만원 미만 소액 사건의 경우 2021년 기준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가 0.16건에 그칠 정도로 경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AI를 활용한 법률서비스 확대와 업무 효율화까지 더해지면서 사무공간 수요도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과거에는 변호사와 직원들이 대규모 사무실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인력을 줄이고 업무를 효율화하면서 기존보다 작은 규모의 사무실을 선택하거나 공유오피스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높은 임대료와 관리비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려면 월 수백만원의 임대료와 관리비, 부가가치세는 물론 사무보조 인력 인건비와 각종 운영비까지 부담해야 한다. 수임은 줄어드는데 고정비 부담은 그대로인 만큼 개인 변호사와 중소형 로펌을 중심으로 사무실을 축소하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피스는 비는데 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전월세는 나오자마자 가계약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는 것과 달리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정반대의 분위기다. 서초3동 일대에서는 전월세 매물 자체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중개업계는 과거 법조타운 확장 과정에서 일반 주택 상당수가 법률사무소로 용도 변경된 영향이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주거용 공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래공인중개사무소 이아미 대표는 "몇 년 전만 해도 서초3동에서는 주택을 법률사무소로 용도 변경하는 사례가 유행처럼 번졌다"며 "그때 주거용으로 사용되던 물량이 상당수 사무실로 바뀌면서 현재는 전월세 매물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주거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는 점도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이 밀집한 법조타운 특성상 판사와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들의 순환 근무가 반복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임대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 전문가들은 서초동의 경우 입지가 우수한 지역인 만큼 공실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교대역 인근에 위치한 공실의 모습. ⓒ르데스크

  

이 대표는 "법조인들은 순환 근무에 따라 일정 기간 이 지역에서 거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처럼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조금만 깨끗하고 조건이 괜찮은 매물이 나오면 다른 집을 둘러보지도 않고 곧바로 가계약부터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 사정을 잘 모르는 순환 근무 법조인들은 마음에 드는 매물을 놓치면 결국 방배동이나 반포동 등 인근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경우도 많다"며 "실제로 문의는 꾸준한데 소개할 매물이 없어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같은 생활권 안에서 상업용 부동산과 주거용 부동산이 상반된 흐름을 보이는 현상은 지역 상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법률사무소와 관련 업체 종사자가 줄면서 사무실 수요와 함께 상권의 소비 기반도 약화되고 있지만 주거 수요는 여전히 유지되면서 상권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교대역 인근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평일 출근 시간대 직장인 손님이 몇 달 전부터 조금씩 줄기 시작했고 점심시간 이후에는 예전보다 손님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며 "거리를 다니다 보면 비어 있는 사무실과 상가가 이전보다 많아진 것이 체감될 정도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사무소가 빠져나가면서 점심이나 커피를 사던 고정 손님도 함께 줄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법률시장 구조 변화와 수익성 악화가 오피스 수요를 줄였고, 그 영향이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유정석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법률사무소가 인력을 늘리면서 더 넓은 사무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같은 업무를 훨씬 적은 인원으로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수임 감소와 고정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개인 변호사와 중소형 로펌의 공간 수요는 앞으로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서초동은 법원과 검찰청이 밀집한 국내 대표 법조타운이라는 입지적 특성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주거 수요는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오피스 시장은 임대료 조정과 공실 증가가 이어지는 반면 주거시장은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등 같은 생활권 안에서도 상업용과 주거용 부동산의 차별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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