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일(이하 현지시간) 이란을 상대로 미군 사망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열흘째 공습을 이어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미군 병사 한명을 죽일 때마다 그 대가를 몇 배로 치르게 될 것"이라며 미군 사망에 대한 강력한 응징 의지를 밝혔다.
이에 맞서 이란도 '전면전'을 선포하며 쿠웨이트, 요르단, 바레인, 시리아 등 중동 국가에 대한 보복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홍해를 봉쇄하겠다고 선언하며 확전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고 있으나 외교적 해결을 위한 물밑대화 움직임도 병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파키스탄 등 중재국들이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중동 정세 안정을 꾀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응징' 의지 천명 뒤…美, 이란 대상 열흘째 공습
"이란, 美병사 죽일 때마다 몇배로 대가 치를 것"
미군이 20일 이란을 상대로 추가 공습을 단행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엑스(X) 계정을 통해 "미 동부 시간 오후 4시, 최고사령관(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새로운 공습을 개시했다"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공격에 사용되는 이란의 군사 능력을 더욱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미군의 대이란 야간 공습은 열흘 연속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미군 병사 한 명을 죽일 때마다 그 대가를 몇 배로 치르게 될 것"이라며 강력한 응징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 지시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그리고 모든 군 지휘부에 전달됐다"고 덧붙였다.
최근 휴전 국면이 흔들리면서 미군 사상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17일 요르단 공군 기지에 주둔 중이던 미군 2명이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사망했고, 18일에는 이라크에서 드론 불발탄을 통제·폭파하는 과정에서 1명이 숨졌다. 이란전이 시작된 지난 2월 말 이후 미군 사망자는 총 17명에 달한다.
미군은 휴전 이후 첫 전사자가 발생하자 '응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공습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장기화하는 전쟁 속에서 국내 여론 악화를 의식하는 동시에 이란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란 대통령 "미국과 전면전 치르는 중"
미군의 공습이 지속되고 있으나 이란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과 전면전도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의 무력 충돌 상황을 '전면전(full-scale war)'이라고 규정했다고 현지 언론이 20일 보도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테헤란에서 열린 사법부 최고회의에 참석해 "지금 이란은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전쟁은 단순히 미사일로만 치러지는 것이 아니라 적들의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적들은 군사적 타격만으로는 이란 국민의 항복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국가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맞서 싸울 것이며, 이 길에 한 치의 의심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단합, 결속, 그리고 연대"라고 역설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또 "적들은 이 지역에서 독립적이고 강력하며 성공적인 국가가 생겨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외부의 압력과 내부의 도전 과제를 동시에 관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란군은 21일 새벽 쿠웨이트 내 미군 기지를 미사일로 표적 타격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란군 공보실을 인용해 "육군 지상군이 지대지 미사일을 사용해 쿠웨이트 아리프잔 기지에 주둔 중인 미군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미사일 시스템을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우회로 홍해까지 확전 우려… 후티 반군 "사우디 원유 수출 봉쇄"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홍해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 경로를 차단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후티 반군은 20일 대변인을 통해 "범죄 국가인 사우디 적들을 상대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며, 이는 즉각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들이 겨냥한 곳은 홍해와 아라비아해를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으로, 세계 원유 운송량의 3% 이상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사우디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을 늘리고 있어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세계 원유 공급량이 최대 7%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후티의 움직임이 이란과의 교감 속에 나온 것으로 분석하며,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 두 해협을 동시에 틀어막는 군사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후티가 선박 공격에 나설 경우 미국과 걸프 동맹국의 보복 공격이 이어지면서 중동 전선이 확장될 가능성도 크다.
미국의 군사적 부담도 커진다. 후티의 상선 공격이 현실화하면 미군은 일부 함정과 항공기를 홍해에 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군사 전문매체 더워존은 미국이 이란과의 충돌에 대응하기 위해 중동에 약 20척의 함정과 수백 대의 항공기를 투입한 상태에서 후티의 공격 재개 가능성까지 떠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후티 역시 이란처럼 값싼 드론이나 미사일 한 발로 고가의 함대공 요격탄을 소모시키는 전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커 미국의 탄약 재고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전면전은 양측 모두 부담스러운 만큼 외교적 해법에 대한 기대도 남아 있다.
로이터 통신은 중재국들이 이란에 미국과 10일간 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으며, 이란이 파키스탄에 중재 역할을 다시 요청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여러 제안이 전달됐지만 현 단계에서 구체적 세부 사항을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역시 "외교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한편, 후티의 봉쇄가 실행되면 국제 에너지 공급망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유가는 급등할 전망이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노암 레이든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후티 반군이 사우디를 상대로 해상 봉쇄에 나설 경우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레이든 연구원은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수에즈 운하를 통해 항로를 우회해야 한다며 "이는 운송 비용에 더 큰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봉쇄 영향은 아시아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 전반에 미칠 수 있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중동산 에너지 수입이 막힌 아시아 주요국이 대체 에너지 공급선을 경쟁적으로 확보하고 나서면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의 동반 상승을 초래한 바 있다.
전면전 우려 속 중재국들 "확전 막아라" 긴급 움직임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전면전 재개 위험으로 치닫자 중재국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충돌은 현재 제한적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보복의 악순환 속에 순간적 오판이 대규모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카타르는 긴장 완화를 위해 10일간 휴전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항행 제한을 해제하는 방안을 양측에 제안했다. 이란 내무부 장관은 카타르와 함께 중재에 나선 파키스탄을 방문해 관리들과 회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달 중순 체결된 종전 양해각서(MOU)가 이달 초 사실상 효력을 잃은 상황에서 양국이 새 휴전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은 이란의 협상 의지를 의심하며 호르무즈 연안 군사시설 폭격과 해상 봉쇄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요르단과 이란에 배치된 미군 병력이 이란의 공습으로 전사한 점을 들어 "특별한 보복이 필요하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란 내부에서는 미국이 굴복할 때까지 맞서 싸워야 한다는 초강경파가 득세하고 있으며,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중재국들의 노력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양측의 근본적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협상판이 다시 마련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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