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B씨에게 30분 넘게 감금·협박당해 공황장애 진단까지 받았으나, 증거에도 경찰은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했다. / AI 생성 이미지
구석에 몰린 A씨는 30분 넘게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상대방 B씨가 몸으로 길을 막고 "사과하지 않으면 복학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협박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A씨는 이 일로 다니던 직장까지 옮겨야 했고 공황장애 진단까지 받았다.
사건 전체가 담긴 녹취록과 3장에 달하는 진단서를 들고 B씨를 감금·협박·강요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로부터 돌아온 것은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겠다는 불송치 결정이었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왜 이런 결정이 나온 걸까. A씨는 경찰의 결정을 뒤집을 수 없을까?
"죽이고 싶다" 폭언까지…녹취록·진단서도 소용없었다
A씨는 최근 상대방 B씨로부터 30분 넘게 구석에 갇혀 폭언과 협박을 당했다며 협박, 감금, 강요죄로 고소했다. B씨가 몸으로 A씨를 막아서며 나가지 못하게 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네가 복학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죽이고 싶게 그러지 좀 마라"는 살해 협박성 발언도 있었다.
A씨는 이 사건으로 공황장애 진단을 받는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상태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내용의 진단서만 3장을 발급받았다. 사건 당시 대화가 모두 담긴 녹취록과 진단서, 의견서까지 제출했지만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변호사들 "감금·협박 요건 좁게 해석한 듯…불송치 이유서 확인이 먼저"
변호사들은 녹취록 등 증거가 충분해 보이는 사건이 불송치된 배경에는, 수사기관이 감금죄나 협박죄의 성립 요건을 법리적으로 매우 엄격하고 좁게 해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규희 변호사는 "수사관들이 물리적 주먹다짐이나 문을 잠그는 행위가 없었고, 장소가 오픈된 공간이었거나 상대방이 단순히 몸으로 막아섰다는 이유로 법적 감금의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하곤 한다"고 짚었다. 폭언 역시 단순한 감정적 격분이나 다툼 과정의 언쟁으로 치부했을 수 있다고 봤다.
법무법인 베테랑 서울분사무소 박건일 변호사는 A씨의 정황만 놓고 보면 감금죄, 강요죄, 협박죄의 구성요건에 명확히 부합하는 것으로 보여 불송치 결정이 의아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실무적으로 감금죄는 '완전한 이동의 자유 박탈'을 요구하는 등 요건이 엄격하게 판단되고, '복학을 못 하게 하겠다'는 발언의 현실적 실현 가능성 등도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변호사들은 다음 단계를 위해 경찰의 판단 근거를 정확히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법률사무소 온경 추민경 변호사는 "무엇보다 불송치 이유서에 어떤 이유로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며 "그 이유에 따라 대응 방향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불송치는 끝이 아니다…'이의신청'으로 검찰 판단 다시 받을 수 있어
변호사들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사건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결정에 불복할 경우 '이의신청' 절차를 통해 다시 다툴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규희 변호사는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경찰은 사건을 의무적으로 검찰로 넘겨야 하며, 검사가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검사가 경찰의 수사 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재수사를 요청할 수도 있다.
이의신청서에는 경찰의 판단을 법리적으로 반박하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야 한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이의신청서에는 전체 사정을 길게 쓰기보다, 나가려는 시도, 가로막은 장면, 사과 요구와 복학 불이익 발언, 죽이고 싶다는 표현이 나온 시간대를 정리해 반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씨가 제출했던 공황장애 진단서 역시 이의신청 과정에서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공황장애 진단서 3장은 협박·감금 행위로 인해 정신적 상해가 발생했음을 입증하여, 단순 협박을 넘어 중협박이나 강요, 혹은 상해죄(정신적 상해)의 성립까지 주장할 수 있는 근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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