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닉 공간 마련·투척 구조물 제작…2심 "중요한 역할 수행"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지난해 4월 적발된 국내 최대 규모의 코카인 밀반입 사건에 가담한 필리핀 국적 기관원이 무거운 죗값을 치르게 됐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마약 혐의로 기소된 A(55)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 마약 운반 대가를 받기로 하고, 페루 인근 공해상에서 코카인을 실은 보트 2척과 접선해 코카인 약 1천690㎏을 건네받은 뒤 선내에 숨겨 강릉시 옥계항까지 운반한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코카인을 선내에 실을 공간을 미리 열어놓고 다른 선원들이 기관실로 접근하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 코카인 자루를 쉽게 바다에 투척하기 위한 철제 구조물을 만들고, 선내에 보관된 코카인을 촬영해 마약상들에게 보내주기도 했다.
A씨 일당이 밀반입하려던 코카인 무게는 포장지까지 포함해 약 1천988㎏으로, 무려 5천7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자 시가로 8천450억원에 달했다.
A씨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깊이 뉘우치며 후회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1심은 "대한민국 형사사법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마약 운반 사건으로서, 코카인의 막대한 양과 천문학적인 가액만으로도 사건의 중대성과 죄책은 어떤 사건과 비교해도 가장 무겁다"며 징역 20년을 내렸다.
'형이 무겁다'는 A씨 주장을 살핀 2심은 "코카인이 실제로 유통됐다면 그로 인한 사회적 폐해는 더없이 심각했을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이 마약 운반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한편 A씨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필리핀 국적 선원 4명 중 범행을 주도한 갑판원은 지난 4월 2심에서 징역 25년을 받았고, 소극적으로 가담한 3명은 각각 징역 12년(1명)과 5년(2명)을 선고받아 다음 달 대법원 판결 선고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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