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이동윤 기자 = 인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사흘간 이어진 거센 불길이 대형 물류시설의 취약한 화재안전 체계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국토교통부는 인천 소재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물류시설의 설계 단계부터 운영과 관리, 화재 대응과 피난에 이르는 안전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한다고 밝혔다.
이번 점검은 지난 18일 오전 인천 서해구 석남동에 있는 쿠팡32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를 계기로 추진됐다. 불은 지상 8층 규모 건물의 6층에서 시작돼 외벽을 타고 7층으로 번졌으며, 내부에 다량의 가연물과 각종 생활용품이 쌓여 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화재가 장기화하면서 건물 붕괴 우려가 제기됐고, 연기와 냄새로 불편을 겪은 인근 주민들은 임시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검은 연기가 드러낸 물류시설의 그늘
빠른 배송과 온라인 소비 확대로 물류센터는 갈수록 크고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공간에 생활용품과 포장재 등 다양한 물품이 대량으로 적재되는 구조는 불이 나면 화재 확산과 진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번 화재 역시 물류센터 내부의 복잡한 구조와 다량의 가연물로 인해 진화 작업이 장기화됐다. 편리한 배송을 떠받쳐 온 거대한 물류시설이 한순간에 인근 주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공간으로 변하면서 기존 안전기준과 관리체계가 현장의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졌다.
이에 국토부는 최근 ‘물류시설 화재안전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착수 회의를 열고 주요 검토과제와 향후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설계부터 운영·피난까지 전 과정 점검
TF에는 국토부를 비롯해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소방·방재 분야 민간전문가와 물류업계 관계자 등이 참여한다.
국토부 물류정책관이 TF 단장을 맡으며, 물류시설의 설계 단계부터 운영·관리까지 화재안전관리체계 전반을 살펴보기 위해 운영·관리, 건축, 소방·방재 등 3개 분과로 구성됐다.
TF는 우선 현행 물류시설 화재안전 관련 제도와 규제의 현황을 살펴보고 규제 수준이 실제 위험에 비춰 적정한지 검토할 예정이다.
대규모 적재 공간과 높은 층고, 복잡한 내부 동선 등 물류시설의 특성을 반영한 건축구조와 화재안전 기준 개선 방안도 논의한다.
이와 함께 물류시설에 대한 화재안전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하고,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응과 작업자 대피를 돕기 위한 소방시설의 설치·운영 방안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참사 뒤 대책 아닌 ‘불나기 전 안전’ 필요
국토부는 TF 운영 과정에서 이번 물류센터 화재의 원인을 분석하고 현행 화재안전관리 제도의 허점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다.
물류업계와 현장 근로자, 건축·소방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도 폭넓게 수렴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대형 물류시설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방화구획과 스프링클러, 가연물 관리, 작업자 피난 문제 등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이번 TF가 사고 이후 규정을 일부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물류시설의 구조적 위험을 줄이는 대책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물류시설의 대형화와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건축물 자체의 방재 성능뿐 아니라 적재물 관리, 소방설비 유지, 비상대응 훈련, 작업자 대피 동선 등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재순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최근 물류시설이 대형화·고층화되고 다양한 화물을 보관·처리하는 만큼 화재 위험이 증가하고 있어 더욱 철저한 안전관리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고 실효성 있는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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