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공유
[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배우 몸값’ 거품을 걷어내고 무너진 한국 영화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 정부와 영화계가 손을 맞잡았다. 벼랑 끝에 선 충무로를 살리기 위한 민관 협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영화계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16일 국내 주요 매니지먼트사와 영화 제작 단체들과 함께 ‘한국영화 제작 활성화를 위한 정부-제작사-매니지먼트사 간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의 핵심은 영진위의 ‘중예산영화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에 한해 주·조연 배우 총출연료를 순제작비의 10% 미만으로 자율 제한하는 것이다.
이병헌, 공유, 수지 등 톱스타들이 소속된 대형 매니지먼트사들이 참여하면서 제작비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온 배우 출연료에 처음으로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정부도 올해 중예산 영화 제작 지원 예산을 460억 원으로 확대했다. 제작비 거품을 걷어내 확보한 재원을 작품 완성도와 제작 환경 개선에 투입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협약을 바라보는 첫 번째 시선은 ‘허리가 무너진 충무로를 되살릴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글로벌 OTT의 공격적인 투자 이후 배우 몸값이 급등하면서 한국 영화의 중심축이던 30억~80억 원 규모 중예산 영화는 제작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업계 관계자는 “영향력이 큰 대형 매니지먼트사들이 먼저 출연료 상한에 동참한 만큼 다른 기획사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확보된 재원을 스태프 처우 개선과 작품 완성도 향상에 재투자해 산업 전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가장 큰 한계는 법적 강제력이 없는 자율 협약이라는 점이다. 정부 지원을 받는 일부 중예산 영화에만 적용돼 상업영화 시장 전체의 출연료 구조를 바꾸기에는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제작사 관계자는 “인기 배우 확보 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표면적으로는 출연료를 10% 미만으로 맞추더라도 인센티브나 지분 참여 등 우회 계약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투명한 계약 관행과 시장 전반의 공감대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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