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서 군함 '全船 건조' 고민...실현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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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서 군함 '全船 건조' 고민...실현 가능성은

한스경제 2026-07-21 07: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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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필리조선소에서 진행된 국가안보 다목적 선박(NSMV) 4호선 ‘론스타 스테이트(Lone Star State)’ 명명식./한화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진행된 국가안보 다목적 선박(NSMV) 4호선 ‘론스타 스테이트(Lone Star State)’ 명명식./한화

|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미국이 해군 함정의 자국 내 건조라는 원칙을 깨고 조선 강국이자 동맹국인 한국에 아웃소싱 여부를 고민 중인 가운데 실현 가능성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 국방부와 해군은 한 세기 동안 고수해 온 외국 조선소에서의 자국 해군 함정 건조 금지란 ‘터부(taboo)’를 깨고 국내 조선3사에 전투함과 중형급 급유함에 대한 정보요청(RFI·Requests for Information)을 보냈다.

그럼에도 미 해군 함정을 한국에서 건조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법규뿐 아니라 △상업적 이해관계가 걸린 지역의 정치인들 △현지 노동조합 △미군의 군함 발주 관행 △미 해군의 잦은 설계 변경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전문가·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

따라서 국내 조선소에서 미 해군이 발주한 전투함 수주 및 전선(全船) 건조는 우리에겐 ‘희망고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가운데 ‘분산형 조선’(distributed shipbuilding)·‘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인 해법 및 K-조선의 미국 함정 시장 진출 전략으로 제시돼 주목된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미 랜드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2026 한미 조선 협력 전략대화'가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됐다.

▲ 美 하원의원, 분산형 조선 비즈모델 제시

이날 행사에 참석한 아미 베라 민주당 하원의원은 "선체와 그 밖의 많은 부분을 한국에서 건조할 수 있다"며 "선박의 상당 부분인 75∼80%를 한국에서 건조하고 미국은 이를 구매할 수 있다고 본다"고 분산형 조선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베라 의원은 이어 “다만 민감한 군사 기술이 적용되는 군함의 특성상 보안기술이 탑재된 핵심 부품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군사보안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함정의 많은 부품을 해외에서 제작하고 미국이 그것을 구매해 자국에서 최종 조립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마이클 쿨터 한화디펜스USA 최고경영자(CEO)는 록히드마틴의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세계 최대 항공우주·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도 합동타격전투기의 모든 부품을 미국에서만 생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2026 한미 조선 협력 전략대화'에 아미 베라 민주당 하원의원과 마이클 쿨터 한화디펜스USA 최고경영자, 브리트니 클레이턴 랜드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했다./연합뉴스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2026 한미 조선 협력 전략대화'에 아미 베라 민주당 하원의원과 마이클 쿨터 한화디펜스USA 최고경영자, 브리트니 클레이턴 랜드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했다./연합뉴스

브리트니 클레이턴 랜드대학원 교수도 “이 같은 분산형 조선을 추진할 수 있다”며 “쿨터 CEO의 말처럼 함정의 각 부분을 서로 다른 장소(국가)에서 제작하고 최종 조립과 시험은 미국에서 수행하는 방식을 하나의 예시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 현지 노조 반발·복잡한 국방 획득 체계...걸림돌

현재 미국은 ‘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을 적용하며 해군 함정의 외국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현재 미 의회에 계류된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는 비(非)전투함에만 '국가안보 면제 조항(National Security Waiver)' 방식의 예외를 두는 조항이 추가된 상태로 확인됐다. 사실상 국내 조선소에서의 미 해군 전투함 건조는 미국 국내법상으로 차단된 상태다.

베라 의원은 함정의 해외 건조에 반발할 미국 조선소 노조의 반응을 우려했고 클레이턴 교수는 “여러 단계의 권한 체계와 규제 기관이 존재하는 ‘매우 복잡한’ 미국의 국방 획득 체계”를 또 다른 걸림돌로 지목했다.

클레이턴 교수는 또 “미 해군은 (함정 발주 이후) 설계를 계속 변경하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며 “이 같은 관행이 군함 건조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지난해 말 미 해군은 이탈리아 크루즈선·방산 전문 조선사 핀칸티에리가 인수한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될 예정인 ‘컨스털레이션급’ 신형 호위함 4척의 발주를 갑자기 취소했다. 당초 미 해군은 지난 2020년 핀칸티에리에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 건조 사업을 맡겼으나 이미 건조 단계에 들어간 2척만 계속 진행하고 나머지 4척은 취소한 것이다.

▲ 핀칸티에리도 두 손든 美 해군 잦은 설계 변경...변수

미 해군의 광범위하고도 잦은 설계 변경으로 수년간 건조가 지연된 것이 발주 취소의 1차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건조 착수 당시만 해도 미 해군은 기존 호위함 설계를 기반으로 납기 단축을 기대했다.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의 1번함이 될 ‘USS 컨스텔레이션’호는 2026년 진수할 계획이었으나 반복되는 공정 지연으로 2029년 후반으로 3년이나 늦춰졌다.

미 해군의 지속적인 설계 변경과 추가 요구로 작업 중단과 재조정이 되풀이됐다. 여기에 미국산 무기와 전자전 시스템을 추가하면서 안전 및 운용 기준도 강화돼 설계는 한층 복잡해졌다.

미국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최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에 전투함과 급유함에 대한 RFI를 보낸 것은 한국의 설계·건조 역량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 이미지./핀칸티에리 마린그룹 홈페이지 캡처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 이미지./핀칸티에리 마린그룹 홈페이지 캡처

쿨터 CEO는 “RFI 발송의 핵심은 초기에 설계를 확정해 선박을 더 빠르게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미 해군은 배우려는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 국내 조선업계, 非전투함·블록생산...점진적 접근

‘마스가’(MASGA)가 본격 추진되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도 미국 함정시장에 ‘단계적 접근법’을 구사하며 현실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서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하는 것이 사실상 막혀 있는 데다 현지 라이선스 획득 등 절차상 장벽도 있는 만큼 일단 비(非)전투함과 블록 생산을 중심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형국이다.

한화 필리조선소는 최근 미 선박관리업체 토트 서비스와 함께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의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 인도 업체로 선정됐다. MRIV는 미사일 비행시험 시 궤적 추적을 비롯해 원격 측정자료 수집, 통신·시험 결과 분석 등을 지원하는 비전투 선박이다. 2024년 12월 한화시스템·한화오션이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이후 민간 선박을 제외하고 미국 정부로부터 처음 수주한 사례다.

비록 전투함을 수주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 해양 방산 진출을 모색하는 한화로서는 향후 함정 사업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한화는 필리조선소에서 전투함 건조를 위한 라이선스 획득을 추진하는 등 향후 핵추진 잠수함을 비롯해 미 해군의 여러 전투함을 건조하겠다는 구상이다.

HD현대는 한화보다 좀 더 신중하게 미국 함정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아직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전선 단독 건조보다는 현지 업체와의 공동 생산과 블록·모듈 공급에 방점을 두고 있다. HD현대는 19일 미국 설계·조달·시공(EPC) 기업 키윗(Kiewit)과 ‘조선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미국 현지에서 선박 공동 건조를 모색하고 선박용 블록과 모듈 생산에 협력하기로 했다. HD현대가 보유한 설계·기자재 공급망 및 건조 기술과 키윗의 현지 제작·건설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HD현대는 지난해부터 미국 조선소 지분 참여와 인수를 비롯한 현지 생산거점 확보 방안을 폭넓게 검토해 오고 있다.

이처럼 국내 조선업계가 점진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데에는 미국의 함정시장 규제에 더해 취약한 미국 조선 산업 공급망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열린 한미 조선협력 전략대화에 참석한 홍석환 HD현대 미국법인장은 “울산·거제 등 동남해권을 중심으로 탄탄한 인프라와 공급망을 갖춘 국내와 달리 미국은 조선 인프라와 인력이 매우 열악하다”며 “국내 조선업계가 현지 인력의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문제와 수십 년에 걸친 미국의 조선업 쇠퇴로 인한 공급망 문제를 고려한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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