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첩을 사용한 뒤에는 작은 고민이 남는다. 뚜껑을 위로 세워야 할까, 아래로 세워야 할까. 감자튀김이나 핫도그, 오므라이스에 케첩을 곁들인 뒤 냉장고에 다시 넣을 때마다 떠올릴 수 있는 문제다.
시중의 스퀴즈형 케첩은 대부분 뚜껑이 아래로 향하도록 만들어졌다. 케첩이 입구 가까이에 머물기 때문에 다음에 꺼냈을 때 바로 짤 수 있다. 그러나 케첩을 한동안 사용하지 않을 때는 뚜껑을 위로 세우는 편이 낫다.
케첩은 보관 기간이 길어지면 토마토 고형분과 수분이 갈라질 수 있다. 이때 뚜껑을 아래로 둔 채 보관하면 빠져나온 수분도 입구 주변에 머물게 된다. 이후 용기를 누르면 물처럼 묽은 내용물이 먼저 나올 수 있다.
◆ 케첩에서 빨간 액체가 흘러 나오는 이유
케첩은 토마토 페이스트와 물, 설탕, 식초, 소금 등이 섞여 되직한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고형분 사이에 있던 수분 일부가 빠져나오면 액체층이 따로 생긴다. 식품 분야에서는 이를 ‘세럼 분리’라고 부른다.
이 같은 수분 분리는 국내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서울대와 오뚜기 연구진은 케첩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수분 분리 정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6주 동안 살폈다. 그 결과 설탕과 식초를 넣은 시료에서는 수분이 많이 분리됐다. 반면 변성전분과 잔탄검을 넣은 시료에서는 분리량이 적었다. 연구 결과는 2025년 7월 16일 국제학술지 ‘푸드 사이언스 앤 바이오테크놀로지’에 게재됐다.
다만 연구진은 케첩병을 위아래로 세운 뒤 차이를 비교하지는 않았다. 연구에서 확인된 수분 분리 현상을 용기 방향에 적용하면 뚜껑이 아래에 있을 때 분리된 수분도 입구 가까이에 머물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케첩병 뚜껑을 아래로 세울 수 있게 만든 이유
그렇다면 제조사는 왜 케첩병을 거꾸로 세울 수 있도록 만들었을까. 케첩을 바로 짜기 편하도록 용기 구조를 바꾼 것이다.
케첩은 되직해서 일반 병에 담으면 내용물이 입구까지 내려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 특히 양이 얼마 남지 않으면 병을 흔들거나 바닥을 여러 번 두드려야 한다. 반대로 뚜껑을 아래로 두면 남은 케첩이 입구 주변에 머물기 때문에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
미국 케첩 브랜드 하인즈도 공식 연혁에서 1980년대에 케첩을 쉽게 따르기 위해 거꾸로 세우는 병을 사용했다고 설명한다. 현재 판매하는 스퀴즈형 제품 역시 내용물을 편하게 짤 수 있도록 역방향 용기와 플립형 뚜껑을 적용했다.
즉 거꾸로 세우는 용기는 케첩의 수분 분리를 막기 위한 구조가 아니다. 병 안에 남은 내용물을 입구 쪽에 모아 쉽게 짜도록 만든 형태다.
◆ 케첩 자주 쓰면 아래로, 오래 둘 때는 위로
이처럼 케첩은 사용하는 간격에 따라 보관 방향을 달리하면 된다. 자주 꺼내 쓴다면 내용물이 입구 가까이에 머물도록 뚜껑을 아래로 둬도 된다.
반면 한동안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라면 뚜껑을 위로 세워두는 편이 낫다. 수분이 분리돼도 입구 주변에 모이지 않아 다음에 사용할 때 묽은 액체가 먼저 나오는 일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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