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관저 이전 감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던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종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유 위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유 위원은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실·관저 이전과 관련한 감사 결과를 축소하거나 은폐하기 위해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당선 후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관저를 옛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각각 이전했다.
이후 이전 공사 업체 선정 과정과 공사비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됐고, 참여연대 등은 2022년 10월 국민감사를 청구하면서 감사가 진행됐다.
이후 감사원은 2년여의 조사 끝에 2024년 9월 ‘대통령실·관저 이전과 비용 사용 등에 있어 불법 의혹 관련 감사보고서’를 발표했지만, 논란의 시작이었던 공사 업체 선정 경위 등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맹탕 감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유 위원이 감사 관련 조사 진행 방식과 자료 요구 절차 등을 두고 감사단에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감사단은 공사 전반을 총괄한 인테리어업체 21그램 등 공사 관련 업체 관계자들을 대면조사를 벌일 계획이었지만, 유 위원은 이를 서면 조사로 바꾸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21그램은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의 후원사로, 이 회사 대표와 김 여사의 사적 친분이 두텁다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유 위원은 또 대통령실을 상대로 자료 요구 시, 공문이 아닌 구두로 요청하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한 대면 조사를 자제하라는 취지의 지시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유 위원이 감사원 사무총장의 권한을 남용해 감사단에 부당한 지시를 하달해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유 위원은 감사보고서 결과가 은폐·축소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감사원은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21그램이 종합건설업 면허가 있는 원담종합건설에 증축 공사 참여를 요청해 공사가 이뤄졌다고 적었다. 실제로는 종합건설면허가 있는 원담종합건설을 내세워 합법적 외관을 만들고, 실제로는 자격이 없는 21그램이 모든 공사를 도맡아 진행했다.
감사원은 당시 이런 사실을 파악했지만, 감사보고서에는 이를 담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유 위원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유 위원은 “특검팀의 수사 내용이 후임 사무총장 시절 벌어진 일이며 모든 감사 업무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면서 자신에 대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양측 의견을 모두 검토한 결과,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은 구속된 유 위원을 상대로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등 ‘윗선’의 개입 여부를 본격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유 위원의 구속에 따라 최근 벼랑 끝에 몰렸던 특검 수사가 극적인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최근 주요 피의자 4명의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며 ‘정치적 무리수’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지만, 이번 유 위원의 신병 확보로 수사 역량에 대한 의구심을 잠재우게 됐다. 유 위원은 특검팀 출범 후 7번째 신병 확보 사례다.
나아가 오는 22일로 예정된 김건희 여사 소환 조사를 앞두고 ‘최종 윗선’의 개입 여부를 추궁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는 평가다.
한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4일 종료 예정인 특검팀의 수사 기한을 30일 연장하고 파견 공무원 수를 20명 증원하는 내용을 담은 특검법 개정안을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이에 맞서는 국민의힘은 법 개정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로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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